[웨이브 출범 100일] 아시아 연합으로 넷플릭스 대항...오리지널 콘텐츠 부재 극복이 관건
[웨이브 출범 100일] 아시아 연합으로 넷플릭스 대항...오리지널 콘텐츠 부재 극복이 관건
  • 최종원 기자
  • 승인 2019.12.26 10:53
  • 수정 2019.12.2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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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현 콘텐츠연합플랫폼(Wavve)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태현 콘텐츠연합플랫폼(Wavve) 대표. [사진=연합뉴스]

올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였다. 아마존 프라임과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Netflix)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 자본력을 앞세운 다국적 기업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면서 OTT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OTT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던 디즈니는 지난 11월 12일(미 현지시각) 디즈니+를 출시하며 OTT 전쟁에 정식으로 참전했다. 또 같은 달 1일에는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이 '애플TV+'을 출시하며 경쟁의 도화선을 당겼다. 미국 2위 통신업체 'AT&T'와 NBC유니버설의 모회사 '컴캐스트'도 'HBO 맥스'와 '피콕'이라는 이름으로 내년 중 관련서비스 출시를 예고했다.  

이처럼 글로벌 OTT 시장이 무한경쟁 기조에 돌입함에 따라 토종 OTT 기업들은 국내 시장 또한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 국내에 상륙한 이래 최근 가입자수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장점유율을 조금씩 높여가고 있다. 최대 4명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함을 감안할 때 실질적 이용자 수는 500만명 이상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넷플릭스가 안방에서 조금씩 점유율을 높여 가자 다급해진 기업들은 저마다 연합을 모색하며, 합종연횡 전략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그 최전선에 있는 서비스는 바로 ‘웨이브(Wavve)’다.

"웨이브를 2023년 말까지 유료가입자 500만명, 연 매출 5천억원 규모의 서비스로 성장시키겠습니다"

웨이브는 지난 9월 18일 SKT의 ‘옥수수(Oksusu)’와 지상파3사 콘텐츠연합플랫폼 '푹(POOQ)’의 통합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웨이브 이태현 대표는 서울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글로벌 사업으로 압도적 경쟁력을 갖춰갈 것”이라며 “국내 OTT산업 성장을 선도하고, 글로벌 시장에도 단계적으로 진출하는 등 콘텐츠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웨이브는 2000억원의 초기 재무투자 유치를 통해 마련된 자금으로 중요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먼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해 KBS2 미니시리즈 '조선로코-녹두전'의 유통권을 독점 계약했고, 제작비 약 100억원도 웨이브 측이 전액 투자했다. 이 외에도 국내 OTT 서비스 중 최초로 매니페스트, 사이렌, 더퍼스 등의 미드 3편을 독점 계약해 이용자들에게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 연사로 참가한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사진=SK텔레콤 제공]
지난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 연사로 참가한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사진=SK텔레콤 제공]

이런 내부적 서비스 안정화·차별화에 더해 웨이브는 외부적으로도 넷플릭스 등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 연합전선 구축이 그 실례(實例)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1월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문화혁신포럼’의 연사로 참가해 "한국의 ‘웨이브’를 아시아의 ‘웨이브’로 만들어 아시아 전체가 협업하는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아시아 전체 250여 개의 분절된 OTT로는 아시아의 가치를 담은 글로벌 대작 콘텐츠를 만들기 힘들며 하나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웨이브는 출범 이후 싱가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동남아시아 7개 국가에서 현지 실험을 통해 ‘웨이브고’ 서비스를 준비해왔다. 웨이브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에 콘텐츠를 저장하면 비행기에서도, 해외 여행 시에도 오프라인 환경에서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웨이브는 국내 가입자에 대한 해외 시청 지원을 시작으로 현지 교민 대상 서비스, 해외 직접 진출 등 단계별로 글로벌 서비스를 확대한다. 이는 웨이브 주도로 연합전선을 형성해 넷플릭스가 선점하지 못한 아시아 OTT 시장을 차츰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시아 지역은 넷플릭스가 비교적 고전하고 있는 OTT 시장이다. 중국은 자국내 약 9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아이치이(Iqiyi)'와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의 OTT 서비스를 앞세워 넷플릭스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 중국과 함께 세계 인구 1/3을 양분하고 있는 인도도 발리우드와 힌두교 특유의 보수성을 내세운 까다로운 검열 규정 탓에 원하는 만큼의 콘텐츠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날 참석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넷플릭스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제 3년이 지났다"며 "현재까지 아시아 지역에서만 180개가 넘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헤이스팅스는 동시에 JTBC와의 파트너십도 밝혔다. 넷플릭스는 JTBC와 3년간 콘텐츠 유통 파트너십을 체결, 2020년부터 전 세계 190개 이상의 국가에 JTBC의 프라임 타임 드라마 20여 편을 제공할 계획이다. 앞선 21일에는 CJ ENM과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과 함께 콘텐츠 제작과 글로벌 유통을 위한 동반자 관계임을 천명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 연사로 참가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사진=연합뉴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 연사로 참가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사진=연합뉴스]

업계 전문가들은 웨이브가 넷플릭스와의 승부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단순한 시장 선점을 넘어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넷플릭스가 구독자수 1억5,000만명을 보유한 OTT 서비스의 대명사로 불리게 된 결정적 변곡점이 ‘하우스 오브 카드’의 대박으로 본격화된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에 있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면 웨이브는 사실상 오리지널 콘텐츠가 없다는 지적에 직면해 있다. 조선로코-녹두전도 KBS2에서 방영되는 '방송 프로그램'이라 엄밀히 말하면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종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A 교수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특정 OTT만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의미하는 만큼 조선로코-녹두전은 KBS의 제작 콘텐츠는 맞지만,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라고 볼 수는 없다"며 "국내에서 론칭한 OTT 서비스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보다 ‘코드 커팅(Cord-cutting)’의 기세가 약하다는 점도 웨이브가 오리지널 콘텐츠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요인의 하나로 꼽는다. 코드 커팅은 유료 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인터넷 TV나 OTT로 갈아타는 현상을 뜻한다. 미국은 유료방송 요금이 비싼 편이라 방송을 해지하고 넷플릭스만 쓰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비교적 저렴한 유료방송 요금으로 인해 OTT 시장의 힘이 떨어진다.

A 교수는 "미국도 지상파나 유료방송 사업자가 OTT 서비스를 론칭했다면 코드 커팅이 덜했을 것"이라며 "국내 OTT 시장을 유료방송 사업자와 통신사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코드 커팅이 약하다는 것은 자랑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후발주자인 KT는 지난 11월 자체 OTT 서비스 '시즌(Seezn)'을 공개해 실시간 채널을 210여개로 확대하고, 방송 하이라이트 영상을 연간 7만여편 이상 확보하는 등 볼거리 강화를 통해 고객 만족도 제고에 나선다고 밝혔다. 앞서 KT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미국의 글로벌 미디어 기업 '디스커버리'와 합작법인(VJ)을 설립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CJ헬로를 품에 안은 LG유플러스의 경우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통해 콘텐츠를 독점 제공받고 있다. 또 JTBC, CJ ENM과도 제휴를 약속했다. CJ ENM과 JTBC는 내년 초를 목표로 '티빙(Tving)'을 뛰어넘는 합작법인 설립을 진행 중이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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