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트럼프 탄핵 최종 심판 앞두고 미국 상원에 울리는 '양심의 소리'
[WIKI 프리즘] 트럼프 탄핵 최종 심판 앞두고 미국 상원에 울리는 '양심의 소리'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12.30 07:05
  • 수정 2019.12.30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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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 [사진=BI]
트럼프 대통령과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 그녀는 어쩌면 이번 상원의 탄핵 최종 판결에서 트럼프의 탄핵에 찬성하는 공화당의 유일한 의원이 될 지도 모른다. [사진=BI]

미국 상원의 공화당 의원 중 일부는 상원에서 행해질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최종 판결에 있어 당에 대한 충성보다는 공적인 사명에 충실할 수도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9일(현지 시간) 에디토리얼 보드(편집진의 의견)를 통해 밝혔다. 뉴욕타임스가 지목한 의원은 바로 공화당 소속의 알래스카 상원의원 리사 머카우스키이다.

에디토리얼 보드는 객관성과 사실에 충실해야 하는 뉴스 보도와는 다르게 전문가들의 견해와 조사 결과, 토론 결과, 그리고 오래된 가치를 반영하는 주관적 주장이다. 다음은 에디토리얼 보드 전문이다.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은 쉬지를 않았다. 그는 자신에 대한 하원의 탄핵 가결이 부당하다며 많은 시간 여기저기 외치고 다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화요일 아침 자신 소유의 마르 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 앞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상원의 탄핵 재판에 대해 보다 분명한 로드맵이 나올 때까지 탄핵안을 상원에 제출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두고 ‘졸렬한 행위(travesty)’라고 비꼬았다.

“그 사람들은 우리를 너무나 불공정하게 취급해놓고도 이제는 상원이 공정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마스 밤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다음과 같은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하원에서 숫자가 좀 많다고 어째서 정신 나간 낸시 펠로시에게 미국의 대통령을 탄핵할 권리가 주어진 것인가요?”

이에 대한 우리의 답은 간결하다.

‘권력 분권은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정부의 최고 수반이 권력을 남용할 경우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미국의 헌법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원이 ‘정당한 절차나 합당한 대표권, 그리고 증인도 없이 그런 사기극(this scam)’을 벌였다는 대통령의 비난은 옳지 않다.

대통령은 또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이제 펠로시는 하원에서는 공화당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것들을 상원에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상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을 조종하려들고 있다. 그들은 위선자들이다!”

대통령의 짜증은 목요일까지 이어졌다.

“아무 것도 않지 않는 급진 좌파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상원에서도 탄핵 최종 심판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야한다고 말했었다. 그들은 사악한 존재들이며 아무 말이나 막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놓고 이제는 갑자기 행보가 더뎌졌다. 꾸물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순전히 거짓말쟁이들이다!”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우리는 그간의 진행 과정을 더듬어보고자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법률 팀은 하원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그의 행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조사를 무위로 만들며 증인 및 서류 조사를 가로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옹호자들이 절차를 문제 삼으며 허울 좋은 불평불만으로 그의 행위를 열렬히 변호하는 와중에도 충분한 증거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제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혐의로 기소가 된 대통령은 사태가 빨리 매듭 지워지기를 상원의 공화당 대표인 미치 매코널에게 의지하고 있다.

“그는 매우 스마트 한 인물이며 정말 훌륭하고 공정한 분이다.”

화요일 트럼프는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의 이러한 신뢰는 번지수를 제대로 짚은 것처럼 보인다. 미치 매코널 의원은 여러 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 탄핵의 최종 수비수 역할을 자처해왔다. 지난 12월 12일 그는 폭스 뉴스의 토크쇼 프로그램 진행자 숀 해니티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자리에서 내려올 가능성은 ‘제로(zero chance)’라고 말하며 백악관과의 ‘완벽한 공조(total coordination)’를 약속했다.

또, 하원에서 탄핵이 가결된 날 오전 연설에서 미치 매코널은 하원의 탄핵 조사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고 드디어 참았던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이번에 가결된 탄핵안이 ‘헌법적인 면에서 봤을 때 앞뒤가 들어맞지 않는다(constitutionally incoherent)’고 말했으며, 이른바 ‘규범과 전례(norms and precedent)’에 대한 공격을 끝장내는 것이 상원의 의무라고 선언했다.

나아가 미치 매코널 의원은 상원에서 벌어질 탄핵 재판을 건성건성 처리할 생각이다. 그는 증인 심문도 건너뛸 마음을 먹고 있다. 그는 투표도 당의 명령에 따른 일사분란한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그는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치 매코널 의원이 갑자기 절차와 ‘규범과 전례’를 꺼내들자 누군가는 ‘너 잘 걸렸다’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미치 매코널이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를 반대하기 위해 거의 1년 동안이나 대법원의 신임 대법관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놓고 상원에서 인준을 해주지 않았을 때와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미치 매코널 의원은 트럼프가 지명한 법관들의 임명을 위해서는 상원의 규정을 비틀어가면서까지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는 토론을 방해하고 입법 의원으로서의 명성을 만끽하고 저승사자처럼 양당의 의원들을 궁지에 빠뜨리며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은 의회의 위선을 드러낸 행위’라고 비난한 것은 올바른 말일지 모른다. 다만 그는 비난의 방향을 잘 못 들이댔을 뿐이다.

미치 매코널이 얼마나 기름장어 같은 인물인지를 고려한다면 그가 떠들썩하게 트럼프의 옹호자들 편에 서는 것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훌륭한 전략일 수도 있다. 그렇게 화려하게 충성을 표시하고 나면 만일의 경우 상원의 탄핵 판결 절차에서 백악관의 심기를 거스르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면피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원을 대통령에게 서비스하는 자리로 만들겠다는 미치 매코널의 일방적 약속은 다른 공화당 의원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적어도 여전히 자존감이 강하고 고결한 품위를 지키고자 하는 일부 의원들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이른바 일사분란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방영된 앵커리지 TV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법률 팀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미치 매코널 의원의 언약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문제를 ‘예단’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대통령의 법률 팀과 한통속이 되는 것보다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상황을 바라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또 미치 매코널 의원이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며 안타깝게 생각했다.

리사 머카우스키는 당과 주장을 언제나 같이하지 않는 독립심이 강한 의원으로 유명하며, 당이나 대통령에 반대함으로서 용기를 보여주기도 했었다. 그녀는 작년에 브랫 케버노의 대법관 임명에 반대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비판 정신이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탄핵 결정에 찬성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녀는 하원의 탄핵 결정에 대해서도 결함이 많은 섣부른 조사 과정이었다고 비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심하게 보면서 그의 괴팍한 행동에 대해서도 뭐라고 말 한 마디 못하는 공화당 내의 분위기에서 리사 머카우스키는 별난 존재임은 분명하다.

리사 머카우스키 의원은 미치 매코널 의원 뿐만 아니라 그녀의 지역구민들에게도 자신은 미리 정해진 절차에 거수기 노릇이나 하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녀는 당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공적인 사명을 더 중히 여긴다.

dtp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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