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조기경보통제기(EX)를 한국에 강매하기 위한 프로젝트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미대사가 반기문 외교장관을 만나기 훨씬 이전부터 진행됐다.
2000년대 들어 글로벌 전투기 시장에 공론화된 '한국의 EX 도입사업'에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9개국이 각축했었으나, 2006년 초에는 미국 보잉사의 E-737과 이스라엘 IAI 엘타사(미 DRS사 통신장비 탑재) G-550이 강력한 선두 주자로 부상했다.
주한미국대사관이 2006년 3월 16일 본국 국무부에 보낸 비밀전문은 제목부터 보잉 EX 입찰지지(ADVOCATING BOEING'S EX BID)로 돼 있다.
이 전문은 EX 프로그램 경쟁의 전개 국면에서 향후 미국 정부가 보잉이 낙찰되기 위해 어떤 역할들을 해야 할지 제시하고 있다.
버시바우 대사는 전문에서 "주한미대사관은 보잉이 양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하는데 필요한 수준의 상호운용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보잉 EX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지속적으로 지지해왔고, 관련 메시지들을 보잉 코리아와 긴밀하게 조율해왔다"고 밝혔다.
미 대사는 특히 적절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한국 정부의 담당 고위급 관료들과 교섭해왔다고 자랑했다.
< 실무급에 있어서 대사관의 미합동 군사업무단, 정치/군사부서, 대외 상무 부서가 각각의 한국측 상대 담당들을 상대로 강하게 압박했다. 특히 미합동 군사업무단은 방위사업청의 연락책들을 이용해, 입찰과정에서 최고의 결과가 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해 방위사업청이 모든 입찰자들에게 물어야 할 기본 질문들, 특히 필수적인 수출 면허에 대해 일러주면서 한국군이 EX 프로그램의 경쟁 입찰을 제대로 평가하게끔 해왔다. 미 대사관의 메시지는 항시 EX 경쟁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더 이상의 지연없이 제때에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에 의해 규제되는 제품들에 대해 수출 면허를 발부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 미국 정부이고, 면허 신청 과정은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며, 미국은 이스라엘 업체나 다른 컨소시엄이 전투기를 한국에 판매하려고 하는 것을 저지하려고 한 적이 없음을 강조해왔다”고 기술했다.
이스라엘 전투기회사 IAI 엘타사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 회사인 DRS가 최근 DSP-5(일반 방산물자와 관련 기술자료의 영구 수출을 위한 면허) 면허를 획득한 뒤, IAI의 한국 대표는 ‘이제 IAI가 EX 입찰 규격에서 요구되는 모든 필수 면허를 확보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대사는 지적했다.
대사는 "한국의 방위사업청은 DSP-5 마케팅 면허가 무엇인지와 각각의 입찰에 대한 평가 과정에서 IAI와 보잉 양측에 해야 될 질문 같은 것들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은 DSP-5 면허가 EX 프로그램 규격과 관련해 정확히 무엇을 다루는지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IAI사-DRS 측이 받아야 할 핵심 통신장비 수출 승인은 미국 정부가 해주는 것이었다.
버시바우 대사는 "현재 보잉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이나, DRS가 입찰 규격에 필요한 추가 면허를 취득한다면, 우리는 대사관의 지지 입장을 재검토하고, 그에 따라 전략을 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대사관은 특히 한국측 접촉 상대를 만날 때 그들을 설득할 논점들을 정리해 활용했다. 미국 측이 가장 중요한 '무기'로 활용했던 것이 '한미간 무기체계의 상호운용성'이었다.
미국의 이같은 파상적 압박에 비해 한국 정부의 대응 논리와 능력은 취약하기 이를데 없었다.
[특별취재팀= 최석진,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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