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손에 달린 케이뱅크 경영정상화...‘명줄’ 다하기 전 ‘돈줄’ 풀릴까
KT 손에 달린 케이뱅크 경영정상화...‘명줄’ 다하기 전 ‘돈줄’ 풀릴까
  • 양철승 기자
  • 승인 2020.01.06 20:00
  • 수정 2020.01.06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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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가 여신상품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소액대출서비스까지 신규 판매를 중단하면서 KT의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정상화로 가는 길이 한층 험난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경영정상화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해 12월 31일부터 마이너스통장 방식의 소액대출서비스 ‘쇼핑머니’의 신규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대출, 중금리 대출 등에 이어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소액대출까지 중단되면서 예적금담보대출을 제외한 모든 여신상품의 판매가 멈춘 것이다.

업계는 이를 놓고 사실상 은행으로서 정상적 역할 수행이 어려운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상태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돈 없는 은행=혁신금융으로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케이뱅크가 이처럼 개점휴업을 넘어 빈사상태에 이른 원인은 한마디로 자금 부족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직장인 대출 중단으로 본격 불거진 자금난이 8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당초 케이뱅크는 2대 주주(지분율 10%)인 KT가 주도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 공격적 경영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KT가 입찰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은 일로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됐다.

특히 이 문제를 해결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 일부 개정안’도 지난해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돈을 투자하겠다는 물주가 있지만 일반은행을 대상으로 제정된 규제법안에 막혀 자금을 수혈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케이뱅크가 더욱 답답한 것은 자구노력을 통한 경영정상화가 불가하다는데 있다. 여신 중단이 장기화될수록 고객 신뢰 회복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판매 재개 시기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와 KT의 유상증자가 경영정상화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며, “국회와 KT가 케이뱅크의 명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면돌파와 우회 증자, KT은 선택은?=하루가 다급한 케이뱅크와 달리 KT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실 KT는 2가지 선택권이 있다. 법안 통과 후 유상증자를 거쳐 당당히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정면돌파’와 자회사를 앞세운 ‘우회 증자’가 그것이다.

우회 증자의 경우 카카오가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최대 주주가 되기 위해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지분 양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KT와 동일한 문제(공정거래법 위반)에 직면하자 자회사를 통한 우회 전략으로 금융위 심사를 통과한 전례가 있다.

물론 KT가 바라는 1순위는 정면돌파다. 때문에 20대 국회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일단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아직 법안 통과가 최종 무산된 것이 아닌 만큼 우회 증자를 논할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현재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 처리가 마무리되는 데로 법사위 개회가 이뤄지면 인터넷전문은행법도 다른 법안들과 함께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될 가능성을 배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는 KT의 이 같은 전략이 타다금지법, 데이터3법 등 정부와 여당이 중요하게 여기는 법안들이 인터넷전문은행법과 함께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한다. 한 관계자는 “데이터3법과 타다금지법은 산업계와 택시업계의 표심과 직결돼 있어 4.·15 총선 승리를 위해 정부, 여당이 반드시 통과시키려 노력할 법안들”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법이 두 법안으로부터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황창규 회장의 마지막 업적=물론 최악의 경우라도 KT가 케이뱅크를 포기할 개연성은 없다는 게 업계의 일관된 시각이다.

투자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케이뱅크 1대 주주 등극은 오는 3월로 임기가 끝나는 황창규 KT 회장의 마지막 업적이 될 프로젝트로, KT가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후임 CEO로 내정된 구현모 사장도 케이뱅크 출범에 직접 관여했던 만큼 애착이 남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법안 통과가 무산되면 KT는 즉시 자회사에 케이뱅크 보유지분 10%를 넘기고 증자를 주도하는 우회로를 걸을 전망이다. KT가 지분 69.54%를 보유한 비씨카드를 비롯해 KT에스테이트, KT디에스, KT SAT, KT 엠모바일 등이 KT의 유력 대체후보다.

특히 KT가 케이뱅크 1대 주주 등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무형적 이익이 지대하다는 점도 발빠른 우회 증자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먼저 KT가 계획대로 약 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거쳐 케이뱅크 지분 34%를 확보하면 공정거래법상 케이뱅크를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행보에서 엿보이듯 KT도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것이 확실하다. 올 하반기 IPO를 계획 중인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이 최대 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을 감안할 때 케이뱅크 역시 경영실적 개선과 경쟁력 제고를 거쳐 그에 버금가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시가총액 약 7조원의 KT가 시가총액 6조원의 케이뱅크를 자회사로 품게 되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결국 케이뱅크의 경영정상화는 시간의 문제”라며 “다만 KT의 자금이 수혈될 때까지 케이뱅크가 얼마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버텨내는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양철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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