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절벽시대] 배선경 변호사 "창업, 트렌드 쫓기 보다는 큰 흐름을 봐야 합니다"
[일자리 절벽시대] 배선경 변호사 "창업, 트렌드 쫓기 보다는 큰 흐름을 봐야 합니다"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0.01.07 14:58
  • 수정 2020.01.08 0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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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 평균 수명 2.5년... 프랜차이즈도 안심할 수 없어
'미투' 브랜드 횡행, 인기 브랜드들 수명 단축, 레드오션화
대형 프랜차이즈들, 제도적 보장된 10년 이후 분쟁 빈발
배선경 변호사는 "일자리 절벽시대에 창업자들이 급증하고 있으나, 트렌드를 쫓기보다는 큰 흐름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DB]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 대상에 이어 어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영화 속 반지하 가족의 가장 기택(송강호 분)과 '지하실 남자'로 불리는 근세(박명훈 분)는 '대만 카스텔라' 창업을 통해 계층 상승을 꿈꿨다. 하지만 창업 실패로 두 남자는 부자에 기생하는 하층민으로 전락하고 만다. 특유의 부드럽고 달콤한 맛과 우수한 가성비로 인기를 끌었던 대만 카스텔라는 유사 가맹점의 범람과 식용유 과다 사용 논란으로 인해 2년이 채 안돼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대한민국은 세계 1위 자영업 국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총 자영업자 수는 지난 11월 기준 558만명 수준으로, 이는 전체 취업자의 20%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5명 중 1명이 자영업자라는 얘기다. 가히 '자영업 공화국'이라 불릴만 하다.

이 중 외식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는 60만명에 달한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3분기 기준 3년 이내 외식업 생존율은 41%였고, 최근 10년 기준 평균영업기간은 2.5년이었다. 평균적으로 2년 반 안에 가게가 망한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의 경우 일반 사업자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창업자들이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제품을 여기저기서 따라 하는 이른바 '미투' 브랜드가 판을 치면서 시장이 레드오션(Red Ocean)으로 변함에 따라 대형 브랜드들의 수명도 단축되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대형 브랜드들의 경우에는 공정거래법 등 제도적으로 보장된 '10년'이 지나면서 재계약을 해주지 않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일자리 절벽시대에 창업자들이 급증하면서 분쟁도 빈발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은 창업자들을 위한 조언을 듣기 위해 6일 배선경 변호사(법무법인 여름)를 만나보았다.

배 변호사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창업 선진국에서 관련 법률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 유학을 했다. 그는 수많은 창업 관련 분쟁과 소송을 진행해온 창업 분야 전문 법조인으로 꼽힌다.

배 변호사는 "최근 50대 이상 재취업 시장이 흔들리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한다는 창업 컨설턴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신규 창업자들을 손짓하고 있다"며 "창업 컨설턴트들은 최근 트렌드 분석을 토대로 '요즘 뜬다'는 정보들을 제시하며 창업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창업 분위기를 잘 읽는다고 사업이 번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배 변호사는 "특히 초보자에게 트렌드 창업은 매우 위험하며, 큰 흐름을 읽는 안목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변호사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의 불공정 계약 문제, 이로 인한 공정위 조정 사례, 최근 창업 트렌드와 창업시 유의할 점에 대해 진단했다.

Q. 최근 프랜차이즈 본사-가맹점 간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이슈는 어떤 것입니까. 

"사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가맹사업법이 다른 나라에 비해 강력한 편입니다. 최근 떠오르는 이슈는 가맹사업본부가 계약을 갱신해줄 의무기간이 '10년'이라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10년 넘은 가맹점은 갱신해줄 의무가 없다는 점입니다. 만약 10년 동안 치킨집을 운영했다면 다른 사업을 해본 적도 없고 네트워크도 그에 맞게 형성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점주들은 매장을 팔고 나가고 싶어하는데, 본사에서는 계약을 더 안 해주니 매장을 팔기도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상담을 요청하는 가맹점주들이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Q. 공정위가 나서서 이 문제를 처리하기는 어려운 상황인가요?

"공정거래위원회는 몇달 전에 이 문제에 대해 개입 의사를 밝혔는데, 공정위는 10년이 지나면 계약을 안해줘도 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경우에는 불공정 행위라고 봤습니다. 예를 들어 본사 직영점을 늘리기 위해 기존 가맹사업자를 내보냈다면 불공정 행위임이 유력한 것이죠. 주로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문제가 많이 되는데, 중소형 프랜차이즈는 10년 이상 가맹점이 유지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이와 관련해 조정 신청을 넣고 있는데, 조정 절차는 공정위 산하에 공정거래조정원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정위의 노력도 한계가 있는게 사실입니다. 조정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안한다고 해도 처벌이 없어요. 그래도 대형 업체들은 눈치를 좀 보다 보니깐 공정위의 조치를 무시하는 경우는 적지만, 작은 업체들은 그렇지 못한 상황입니다."

배선경 변호사 [위키리크스한국DB]

Q. 지난 10월 외국계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써브웨이(Subway)'가 점주들에게 폐점 압박을 가했는데요, 많은 창업자들이 결과를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여름에 한 써브웨이 점주 분이 영어로 된 통지서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써브웨이의 메뉴얼은 음식을 2시간 이상 실온에 방치하면 안되고 특정 온도를 유지해야하는 등 굉장히 체계적인 곳입니다. 문제는 써브웨이의 한국 지사가 없다는 점에서 발발했습니다. 보통 외국 프랜차이즈들은 한국에 지사를 세워 영업하고 있는데요. 써브웨이는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각 지역별로 연락처가 나와있는데, 그 사람들이 계약을 대신 맺는 형식입니다. 계약서에는 메뉴얼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것을 서약한 내용이 있었는데요. 만약에 사업자가 가맹 계약을 해지하고 싶으면 해외 본사에 이의를 제기해야 합니다. 근데 이 점주 분은 가맹계약을 해지당해서 좀 따졌는데 실제로 미국 뉴욕 소재 법무대리인으로부터 영어로 메일이 왔어요. 이 사람은 영어를 잘 못해서 좀 성의 없게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이후 해지당하고 조정 비용까지 부과가 된 거죠. 우리나라에서 해지가 되면 공정위에서 다툴 여지가 있지만, 외국 프랜차이즈이다 보니 대처가 안됐던 것입니다."

Q. 써브웨이는 왜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구조가 됐나요? 

"써브웨이가 처음엔 유학생이 들여와 대학가에 사업을 꾸려나갔는데, 실적이 좋지 않자 철수했다고 들었습니다. 써브웨이는 추후 향후 마스터 프랜차이즈(가맹 희망자에게 가맹점 운영권을 판매하는 방식)보다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누군가 한국 영업권을 사와서 영업하고 있다면 써브웨이 로얄티의 일부를 수익을 받거나 독점적인 재료 공급으로 많은 이득을 보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창업자들이 외국계 프랜차이즈를 선택할 때는 한국에 지사가 있는지를 반드시 점검하는 등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Q. 외식업 예비 창업자들이 유의해야 할 점을 말씀해주신다면. 

"치킨과 커피 등을 제외한 우리나라 프랜차이즈의 경우 트렌드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예를 들면 작년에 인기 끌었던 대만 흑당라떼는 올해 내리막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트렌드가 3년만 이어져도 선방인데, 요즘은 1년만에 트렌드가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초보자는 트렌드 창업을 안하시는 게 좋습니다. 자영업에 잔뼈가 굵으신 분들은 유행하는 것 하셔도 됩니다. SNS 모니터링하면서 '이거 뜨는데?' 하는 거 있으면 바로 하시는 게 좋습니다. 대만 흑당라떼는 작년 봄에 시작한 뒤 여름에 매출 올려서 손을 떼는 게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었죠.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시점에서 그만두지 못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트렌드는 부동산 시세보다 더 예측하기 힘들다는 말도 있어요."

Q. 그렇다고 프랜차이즈가 아닌 독립 사업을 하면 더 위험하지 않을까요?

"일단 프랜차이즈 사업이 아니면 시장 진입이 힘들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외식업을 전제로 임대할 곳 직접 알아보고, 홍보 다 하고, 간판 만들고, 인테리어 하고, 레시피 터득하고, 물품 공급업자 찾아보면 준비하는 데만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겠죠. 이같은 난제들 때문에 독립사업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배선경 변호사 [위키리크스한국DB]

Q. 가맹점 위에 본사, 본사 위에 배달의민족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프랜차이즈는 왜 배달 플랫폼에게 지배당하게 됐을까요? 

"프랜차이즈 업체의 안일함보다는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인 것 같습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외식이 줄어들고 배달과 테이크아웃 문화가 자리잡았기 때문이죠. 요즘 배달과 일맥상통하는 것은 '공유주방'입니다. 공유주방 도입 시 임대료나 인테리어 비용 등 창업자들의 초기 투자비용 부담을 줄이고, 창업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어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요. 캘리닉은 작년 5월 국내 공유주방업체 ‘심플키친’을 인수하고, 서울시내 역삼·송파 등에서 4개 지점을 운영 중입니다.   ‘클라우드 키친’은 캘리닉이 창업한 공유주방사업 브랜드이고, 우리나라에 진입하기 위해 심플키친을 인수한 겁니다. 클라우드키친은 배달 전문점 창업을 원하는 식당 경영자에게 공간을 임대해주는 스타트업입니다. 공유주방은 부동산 자산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이와 관련 상권전문가 및 창업전문가들과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배달앱에 관한 것과 창업 트렌드도 주된 논쟁거리입니다."

Q. 배달앱의 최대 경쟁자는 공유주방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요.

"맞습니다. 그 전에 저는 배달앱의 가장 큰 경쟁자는 가정 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HMR)이라고 생각했어요. 쿠팡이 적자를 거듭하고 있음에도 위상은 생각보다 굉장히 높은 것처럼요. 혼자 있으면 배달을 시킬지, 즉석식품을 먹을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배달시키는 것도 즉석식품에 비하면 귀찮죠. 1인 가구의 증가, 여성의 사회활동 확대 등과 같은 인구·사회학적 변화가 즉석식품이 배달 시장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도록 만든 것 같습니다.

공유주방의 경우 단순히 같이 조리해서 음식을 파는 것을 넘어 배달 서비스와 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요. 배달 기능도 같이 하는 공유주방이 늘어남에 따라 향후 배달 앱 시장의 큰 변화가 감지됩니다. 배달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배달앱의 중요도는 더욱 커지고, 마케팅 역할에도 충실하기 때문에 대체할 수 없는 플랫폼이 되는 거죠."

Q. 소상공인들은 제품 생산- 판매- 인력관리- 세무업무 등등 '일인다역(一人多役)'을 하느라 너무 힘들다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혹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소상공인들을 위한 종합적 지원 서비스도 고려하고 계시는지요? 

"소상공인들 가운데 노무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원들이 걸핏하면 퇴사해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고, 고용주는 일주일에 두 세 번씩 왔다갔다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법무, 세무, 노무도 엮어서 자문을 해달라는 제안도 종종 받고 있습니다. 직원 5명, 월매출 3000만원 이상인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시행해보니 반응이 꽤 좋았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외식업 창업 인구가 60만명 정도 되는데 500~600개 업체 정도에 대해 서비스를 펴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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