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 2020 시행에 ‘방끗’했던 정유업계, 이란 사태로 ‘비상’
IMO 2020 시행에 ‘방끗’했던 정유업계, 이란 사태로 ‘비상’
  • 양철승 기자
  • 승인 2020.01.07 23:40
  • 수정 2020.01.0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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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급등 우려 증폭...올해 정제마진 회복 따른 실적 반등 기대감 찬물
정유 4사 “당장 우려할 영향 없어...과도한 위기감 경계해야”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7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란 사태 발발에 따른 국내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확대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7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란 사태 발발에 따른 국내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확대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국내 정유업계가 연초부터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다. 올해 1월 1일을 기해 시행된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유 황 함량 규제(IMO 2020)로 1분기 정제마진 개선에 따른 실적 반등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란간 긴장고조라는 돌발악재가 찬물을 끼얹은 것.

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시작과 함께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지난해의 실적 악화를 이끈 핵심 요인인 정제마진 약세가 지난달로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이 예측됐기 때문이다.

정유 4사는 정제마진 반등의 모멘텀으로 IMO 2020을 꼽았다. IMO 2020의 본격 시행에 따라 고부가 저유황 선박유의 판매가 확대되면 자연히 수익성 상승이 시현된다고 내다봤다.

한 관계자는 “SK에너지의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현대오일뱅크의 초저유황 선박유(VLSFO) 설비 등 국내 정유사들은 선제적 투자를 통해 IMO 2020에 착실히 준비해왔다”며 “업체별로 많게는 수천억원 이상의 추가 이익을 기대하고 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유사의 손익분기점 최후 저지선인 배럴당 4~5달러의 정제마진이 지난해 평균 3달러 대로 급락했고, 12월에는 월평균 –0.1달러로 18년 만에 마이너스에 진입했음에도 대다수 증권사들이 올해 정유 4사의 대폭적 실적 향상을 점친 것도 IMO 2020이 가져올 이 같은 정제마진 개선 효과에 기인했다. 일례로 KB증권은 SK에너지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7,132억원)의 반토막 수준인 4,197억원에 머물겠지만 올해는 1조986억원으로 261%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최근 내놓은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IMO 2020 시행에 맞춰 지난해말 가동에 돌입한 서산공장 초저유황 선박유(VLSFO) 생산설비 전경. [사진=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가 IMO 2020 시행에 맞춰 지난해말 가동에 돌입한 서산공장 초저유황 선박유(VLSFO) 생산설비 전경. [사진=현대오일뱅크]

하지만 이런 장밋빛 관측은 지난 3일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공습해 살해하면서 급반전됐다. 이란이 즉각 ‘가혹한 보복’을 선언하며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 정세가 급랭한 탓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이란 수입 예외조치 중단 발표 직후인 작년 5월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했지만 사우디 등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70.3%에 달한다. 자칫 미국과 이란의 군사충돌이 발발하면 국제유가가 급등, 장기적으로 정제마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정부도 지난 6일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이 정유 4사, 한국석유공사 등과 긴급 점검회의를 가진데 이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7일에도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관계부처가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으며 오는 8일 개최되는 제1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도 관련안건이 상정돼 추가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SK에너지가 IMO 2020에 대비해 약 1조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올 1월 기계적 완공을 거쳐 오는 3월부터 하루 4만 배럴의 저유황유 생산에 돌입한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에너지가 IMO 2020에 대비해 약 1조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올 1월 기계적 완공을 거쳐 오는 3월부터 하루 4만 배럴의 저유황유 생산에 돌입한다. [사진=SK이노베이션]

현재 정유 4사는 정부와 공조하며 중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4사 모두 이것이 시장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일 뿐이라며 과도한 우려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 관계자는 “유가 급변 가능성 때문에 현지 정세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생겨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란에서 수입하는 원유가 없어 현 상황에서 직접적 영향은 없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호르무즈해협 봉쇄처럼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 사업운용에 차질이 생기고 장기화될 경우 올해 경영실적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이때는 전 세계 경기가 어려움을 겪게 돼 국내 정유사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의 기본 기조 역시 정유 4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은 오늘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현재 국내에 도입 중인 이란산 원유가 없고, 중동지역 석유·가스시설이나 유조선 등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 발생한 것이 아닌 만큼 당장은 이란 사태로 인해 국내 원유 도입에 직접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지나친 불안감을 갖기 보다는 균형감각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미국-이란 갈등 장기화 등에 의해 석유수급 위기가 발생하면 정유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대체 도입선 확보와 같은 수급안정에 신속히 나서는 한편 필요시 메뉴얼에 따라 비축유 방출을 포함한 비상대응조치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비축유는 정부 비축분 9,650만 배럴과 민간 비축유 및 재고를 포함해 약 2억 배럴 수준이다.

[위키리크스한국=양철승 기자]

ycs@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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