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상원 놀음’에 발목 잡힌 케이뱅크 경영정상화
법사위 ‘상원 놀음’에 발목 잡힌 케이뱅크 경영정상화
  • 양철승 기자
  • 승인 2020.01.10 19:29
  • 수정 2020.01.10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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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전체회의서 또 다시 계류 결정
20대 국회 법사위 계류 법안 1,600건 달해...법안 처리율 15.8% 불과
케이뱅크의 경영정상화 여부를 결정지을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의 법사위 통과가 다시 한번 좌절됐다. [사진=연합뉴스]
케이뱅크의 경영정상화 여부를 결정지을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의 법사위 통과가 다시 한번 좌절됐다. [사진=연합뉴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지난 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지켜보던 케이뱅크와 KT의 반응이다.

이날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경영정상화 여부를 결정지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안(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에 이어 또 한번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본회의 상정이 좌절됐다.

이에 따라 법률안이 본회의로 가기 전 최종 관문인 법사위가 사실상 월권적 ‘상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를 중심으로 새삼 불거지고 있다.

◇특혜 주장에 막힌 본회의 상정=법사위 전체회의가 시작될 때만해도 분위기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에 앞서 의제로 올라온 7개 법안이 모두 가결됐기 때문이다. 이중에는 진통이 예견됐던 ‘데이터 3법’도 포함돼 있었다.

여상규 법사위원장 역시 개정안과 관련 “이미 3당 원내 교섭단체 간사간 합의가 이뤄진 사안”이라 전하고 가결을 종용했다. 하지만 ‘KT 특혜법’이라는 주장을 줄곧 펼쳐온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의 강한 반발에 다시 부딪쳤다.

여기에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법적문제가 있어 보여 법사위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로 넘겨 재논의하자고 요구하면서 결국 두 번째 전체회의 계류가 결정됐다.

케이뱅크와 KT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법안 통과 즉시 현 2대주주인 KT가 주도하는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려던 케이뱅크는 아쉬움이 더 크다.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법의 입법 취지가 ICT 기업의 혁신기술을 금융에 접목, 혁신을 이루겠다는 것이므로 법사위원들이 ICT 업계의 특성을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아직 4·15 총선까지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기대를 끝까지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참고로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은 6개월마다 대주주 자격을 심사하며 공정거래법, 금융관련법, 조세범 처벌법 등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대상에게는 그 자격을 불허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여기서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을 초래한 공정거래법을 제외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왼쪽)이 주광덕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왼쪽)이 주광덕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사위는 ‘법안의 무덤’?!=인터넷전문은행법의 연이은 법사위 계류를 계기로 일각에서 법사위가 ‘상원 놀음’을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행 국회법 86조는 ‘상임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한 때에는 법사위에 회부해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체계·자구 심사는 법안 내용에 위헌적 요소나 부적절한 용어, 다른 법률과의 충돌 여부 등 법조문의 오류를 검토하는 것이다. 즉 모든 법률안은 소관 상임위가 어디든 기본적으로 법사위를 거쳐야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문제는 인터넷전문은행법처럼 법조문 자체에 오류가 없음에도 소관 상임위에서 여야 의원들의 합의가 끝난 법안의 본질적인 내용까지 다시 들어다보고 수정하는 월권 수준의 관행 때문에 법사위의 인질이 된 법안들이 부지기수라는데 있다. 국회의원들조차 법사위를 ‘법안의 무덤’이라 부를 정도다.

20대 국회 법사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0일 현재 법사위에 계류된 의안은 법안 1,604건을 포함해 총 1,626건에 이른다. 2,457건이 계류돼 있는 행정안전위원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법안처리율도 1,907건 중 303건으로 15.88%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행안위의 18.78%(3008건 중 565건) 보다도 낮은 수치다.

또한 계류법안 중 약 16%가 다른 상임위의 법안으로 추정된다. 법사위 홈페이지에 게시된 ‘법사위 의안 계류 현황’ 자료에 근거한 결과다. 이 자료에 의하면 올해 1월 3일 현재 법사위 계류 법안은 총 1,868건이며, 이중 255건이 타 상임위 법안이었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기능 오남용에 의한 폐해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이에 지난 2018년 1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우원식 의원이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폐지하는 일명 ‘법사위 갑질 방지법(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무려 106명의 의원들이 동참한 법안이었다.

당시 우 의원은 “법사위가 상임위를 통과한 법률안의 본질적 내용까지 수정하거나 장기간 계류시켜 입법 병목현상이 심각하다”면서 “체계·자구 심사는 국회에 법 전문가가 드물었던 1951년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 주요국 의회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비효율적 제도”라고 쓴소리를 쏟아낸 바 있다.

ICT 업계 관계자는 “기술발전과 시대변화에 맞춰 국회도 바뀌어야 한다”며, “더이상 70여년 전의 제도로 2020년 기술혁신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국회 안팎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양철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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