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서 이틀째 '여객기 격추' 항의 시위…“평화적 해산해야” 보도에도 확산 조짐↑
이란서 이틀째 '여객기 격추' 항의 시위…“평화적 해산해야” 보도에도 확산 조짐↑
  • 최석진 기자
  • 기사승인 2020-01-13 11:05:19
  • 최종수정 2020.01.13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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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이란, 국내외서 비난 직면"…이란, 미국 탓하면서도 대화 강조
이란 시위 현장 [사진=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에 대한 항의 시위 현장 [사진=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AP 통신은 12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샤히드 베헤슈티공대에 학생 수백명이 모여 여객기 격추 피해자들을 애도하고 정부에 항의했다고 이란 ISNA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날 테헤란의 한 대학교 주변에 수십명이 모여 정부를 규탄했다고 보도했다. 참가자들은 반정부 구호를 연호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시위 참가자들은 "그들(정부)은 우리의 적이 미국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우리의 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외쳤다.

시위 현장의 모습을 담은 이미지를 보면 바닥에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가 그려져 있지만 참가자 대부분은 이를 밟지 않고 피해서 선 모습이다. 영국 국영 BBC는 "시위대가 정부의 반미 선전을 거부하는 것을 명백하고 상징적으로 드러내려는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테헤란 곳곳에는 시위 확대를 막고자 경찰이 배치됐다.

이란 매체는 집회가 평화적으로 해산했다고 보도했지만 온라인에는 자욱한 최루가스와 옷으로 코와 입을 가린 시위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와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일고 있다.

앞서 전날 오전 이란 혁명수비대가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시인하자 그날 오후 테헤란, 시라즈, 이스파한 등에서 대학생 수천 명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려고 모였다.

추모 집회는 나중에 반정부 시위로 바뀌었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규탄하는 구호도 나왔다.

다만 현재로선 집회 참가자사 '수백명' 수준의 '소규모'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같은 날 테헤란 주재 영국대사관 앞에서는 바시즈 민병대 주도로 반서방 집회가 열렸다. 앞서 전날 롭 매케어 대사가 반정부 집회 현장에서 이란 당국에 붙잡혔다. 매케어 대사는 추모행사 공지로 보고 참석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명했다.

한 영상에는 "아자디 지하철역에 최루가스가 발사됐다. 아무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또 다른 영상에는 보도를 따라 이어진 핏자국 모습과 함께 "7명이 총에 맞는 걸 봤다. 사방에 피다"라는 남성의 목소리가 담겼다. 여객기 격추 항의 집회는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온라인에는 타브리즈, 시라즈, 케르만샤에서 열린 여객기 격추 항의 시위의 모습이라며 집회 사진 여러 장이 유포됐다.

국영 TV 진행자 2명은 여객기 피격 사건에 대한 잘못된 보도에 항의하며 사임했고, 이란 매체들도 1면에 '수치스럽다', '믿을 수 없다' 등 제목을 달아 반발했다.

이란은 지난 8일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자 176명이 숨진 뒤 이란의 격추설이 나오자 9일 "이란을 겨냥한 심리전"이라고 부인했다가 뒤늦게 격추 사실을 시인했다.

이란은 여객기 격추 몇 시간 전인 8일 1시 20분께 이라크 내 미군 기지 2곳을 탄도미사일로 타격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이 지난 3일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란은 나라 안팎에서 갈수록 커지는 비난에 직면했다고 WSJ은 진단했다.

영국 랭커스터대학의 이란 전문가 알라 살레 교수는 "출신에 관계 없이 국민이 국가의 정당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란 정부가 개혁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이란 시위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심의 동요와 국제사회 고립 우려에 이란 최고지도자는 서방을 공격하며 수습에 애쓰는 모습이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12일 테헤란에서 카타르 군주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를 만나 "현재 중동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역내 국가간 관계 강화와 외세의 영향을 배격하는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한 것으로 최고지도자 트위터 계정을 통해 전해졌다.

하메네이는 "요동치는 중동 정세의 원인은 미국과 그 지지 세력의 부패와 주둔"이라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고위 인사 알리 시라즈는 "이란의 적들이 군사적 실수를 놓고 혁명수비대에 보복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란을 방문한 셰이크 타밈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난 후 기자회견에서 "이 위기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전 지역에서 긴장완화와 대화뿐이라는 데 우리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한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모든 당사자에 자제를 촉구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크렘린궁 발표를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크렘린궁은 "이란의 긴장 상황과 관련해 러시아·프랑스 대통령은 모든 당사자가 자제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살리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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