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무엇이 문제인가①] 검찰청이 검사 사무를 통할하는데 ‘공수처검사’ 넌 누구냐?
[공수처 무엇이 문제인가①] 검찰청이 검사 사무를 통할하는데 ‘공수처검사’ 넌 누구냐?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20-01-13 16:57:31
  • 최종수정 2020.01.1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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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위키리크스한국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77명 중 찬성 160명으로 가결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법안의 문제점을 대한민국헌법과 수사 체계를 담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조문을 토대로 분석, '공수처 무엇이 문제인가'를 4회에 걸쳐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시리즈는 ①헌법 근거 없는 공수처 검사를 시작으로 ②우려되는 부패범죄 총량 감소 ③특별검사 위헌론과 비교하는 공수처 위헌론 ④전문가 제언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지난 9일, 전날 이뤄진 대검검사급 검사 인사발령 당시 의견을 내지 않은 윤석열 검찰총장 건으로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통화하는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국무총리실 제공]
지난 9일, 전날 이뤄진 대검검사급 검사 인사발령 관련 장관의 인사제청 전 의견을 내지 않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두고 대응책을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통화하는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국무총리실 제공]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잘 판단해 이번 일에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시라"

지난 9일 낮 이낙연 국무총리 재임 중 처음 공개된 업무 통화 내용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전날 단행한 대검검사급 검사(검사장) 인사에서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다'는 절차를 건너뛰었는데 그 배경을 유선 보고하자 이 총리가 내린 지시다. 추 장관은 즉시 조두현 정책보좌관에게 "지휘 감독 권한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놓으라는 문자를 보내다 취재진에 포착됐다. 

법무부 장관이 총리에게 보고한 뒤 지시를 받는 풍경은 헌법에 근거를 둔다. 대한민국헌법 제86조 제2항은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선언한다. 

이 원리에 따라 국무총리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위원(헌법 제87조 제1항)이 각부 장관(정부조직법 제26조 제2항)이 된다. 총리에게 보고 않는 장관은 존재할 수 없는 구조다. "제 명을 거역했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추 장관이 징계를 압박할 때 총리 힘을 빌릴 수 있는 배경엔 헌법에 단 한 번 등장하는 글자 '통할'(統轄)에서 나오는 무게감이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이낙연 국무총리 지시 직후 조두현 정책보좌관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징계 법령을 검토할 것을 문자로 지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필요한 대응"을 지시한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조두현 정책보좌관에게 "지휘감독권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라고 문자를 보내다 포착된 장면. [사진=연합뉴스]

◇ '통할'로 검찰개혁 칼 빼든 정부, 통할에 갇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선 '통할하다'를 "모두 거느려 다스리다"로 정의한다. 통할의 힘을 빌려 검찰 장악에 나선 이번 정부가 스스로 통할에 구속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 의문은 가정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검찰청법 제2조 제1항은 "검찰청은 검사(檢事)의 사무를 총괄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모든 일을 한데 묶어 관할함"이란 뜻을 가진 '총괄'은 '통할'의 다른 이름이다. 어감에 비춰 총괄이 통할보다 한 단계 낮은 구속력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법 연혁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검찰청법상 '총괄' 조항은 2009년 11월 전까지 "검찰청은 검사의 사무를 통할한다"고 돼 있었다. 국가법령정보센터가 밝히는 이 조항 개정 이유는 "어려운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풀어"써 "국민 중심의 법률 문화로 바꾸려는 것"에 있다. 적어도 검찰청법에서 통할과 총괄은 의미가 같다는 설명이다. 검찰청과 동격인 검찰총장 권한을 낮추려 통할을 총괄로 바꾼 건 아니라는 얘기다. 

1949년 12월 제정 검찰청법에서 이 조항 시작은 "검찰청은 검사의 사무를 통할하는 기관이다"였다. 그러다 1986년 12월 "검찰청은 검사의 사무를 통할한다"로 간결해졌다. 헌법에 근거해 총리가 각부 장관을 통할하듯, 검찰총장이 각 검사를 통할할 수 있는 셈이다. 현행 이 법 제12조는 "검찰총장은 검찰사무를 총괄하며"라고 규정하는 까닭이다. 이때 등장하는 총괄 역시 제정법에선 통할이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 검찰청이 통할하지 않는 검사, 공수처검사의 등장

문제는 검찰총장이 통할하지 않는 검사가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공포안을 의결했다.

오는 7월 설치돼 곧장 운영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법적 근거를 담은 이 법 제4조 제2항은 "수사처에 수사처검사와 수사처수사관 및 그 밖에 필요한 직원을 둔다"고 했다. 검찰청법에 따라 검사는 분명 검찰청이 통할하는 대상인데 공수처에도 검사가 생긴 것이다. 

공수처검사의 법적 자격을 두고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①공수처검사 역시 검찰청 관할로 보는 경우다. 하지만 이 법 제3조 제2항 "수사처는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를 독립하여 수사한다"는 이 해석을 거부한다. 두 번째 해석인 ②공수처를 제2의 검찰청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공수처검사는 검찰청검사가 아닌 헌법상 검사의 다른 모습이란 말이 된다.  

두 번째 해석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헌법 제12조 제3항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에 따라 검사는 수사권·수사지휘권·공소권·공소유지권을 갖는다. 구속수사와 구속기소 여부를 결정짓는 영장청구권을 헌법이 검사에게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검사 권한을 구체적으로 정한 게 검찰청법 제4조다. 이 법 조항에 따라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는 ▲범죄수사(수사권) ▲범죄수사 사법경찰관리(경찰) 지휘·감독(수사지휘권) ▲법원에 법령의 정당한 적용 청구(공소장 적용법조 기재) ▲공소제기(공소권) ▲재판 집행 지휘·감독(공소유지권)을 할 수 있다. 다만 영장청구권은 검찰청법이 아닌 형사소송법에서 검사 독점 권한으로 보장했다. 

검찰청검사와 다르게 공수처검사는 이같은 권한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다. 공수처법 제8조 제4항은 "수사처검사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검찰청법 제4조에 따른 검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같은 법 제3조에서 그 범위를 제한하는 까닭이다. 헌법에서 검사에게 부여한 폭넓은 권능을 하위법이 거부하는 모양새다. 

공수처법 제3조 제2호는 공수처검사의 공소·공소유지권 적용 대상을 검찰총장·검사·판사·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을 상대로 한 범죄수사로 못 박았다. 헌법에선 검사에게 모든 범죄 공소유지를 할 수 있다고 한 점을 미뤄보면 공수처검사를 헌법상 검사로 보는 건 무리다. 

공수처검사를 헌법상 검사로 보기 어려운 점은 또 있다. 공수처엔 사법경찰관 직무를 수행하는 공수처수사관이 있다. 경찰을 지휘하는 검사 구도가 공수처에선 수사관을 지휘하는 구도로 바뀐다. 권력분산을 명분으로 공수처를 도입했는데 정작 공수처 내부에선 권력융합이 이뤄진다. 검찰이 재판 청구 전 경찰 수사를 한 번 거르는 '수직적 사법통제' 또한 사라진다. 

공수처검사는 검찰청검사일까, 아니면 공수처가 또 다른 검찰청일까. 답안지는 두 개뿐인데 모두 조화롭지 못하다. 공수처법을 헌법과 법률 논리가 아닌 현실 논리가 스며든 결과로 의심하는 이유다.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헌법상 검사 권한 일부를 공수처에 준 것으로 공수처법을 독해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18년 3월20일 당시 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하는 개헌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8년 3월20일 당시 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하는 개헌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경찰청검사는 없다... 사라진 조국의 소신

경찰청에 '경찰청검사'가 없고, 국정원에 '국정원검사'가 없는 이유가 있다. 경찰은 구속영장청구권을 줄기차게 요구하면서도 개헌을 조건으로 붙인다.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형사법체계 수정을 시도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같은 생각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018년 3월 20일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할 때 "현행 헌법은 영장 신청 주체를 검사로 하고 있는데 영장 청구 주체에 관한 부분을 삭제한다"면서 개헌이 이뤄지면 하위 법률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덧붙였다.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을 삭제하는 것은 영장 신청 주체와 관련된 내용이 헌법 사항이 아니라는 것일 뿐, 현행법상 검사의 영장 신청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이 헌법에서 삭제된다 하더라도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개정 전까지는 그대로 유효하다"

조 전 장관 말대로 영장청구권은 검사가 독점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한 검사는 검찰청검사다. 검찰청법이 제정된 1949년에서 5년이 지난 뒤인 1954년 만들어진 형사소송법은 "검찰청은 검사를 통할하는 기관이다"라는 제정 검찰청법을 전제로 검사의 권한을 풀어냈다. 검찰청법에 '검사는 형사소송법상 직무권한을 행사한다'고 굳이 적지 않은 이유다.

이와 달리 공수처법 다른 법률의 준용을 밝힌 제47조는 "수사처검사의 이 법에 따른 직무와 권한 등에 관하여는 이 법의 규정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에서 일반적으로 민사소송법을 준용한다 해서 법원이 되는 건 아니다. 같은 이치로 공수처검사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해도 검사가 될 수 없다. 현행 헌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구도에서 공수처검사는 그 틈을 비집을 수 없다.  

결국 공수처검사가 현행 검찰청법·형사소송법상 완벽한 검사의 지위를 받으려면 공수처 설치 근거를 헌법 조항에 두는 식으로 개헌하는 수밖에 없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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