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파기환송심 D-3] 재계-학계 “경제위기 타개 위해 재판부 선처 기대”
[이재용 파기환송심 D-3] 재계-학계 “경제위기 타개 위해 재판부 선처 기대”
  • 양철승 기자
  • 승인 2020.01.13 17:35
  • 수정 2020.01.1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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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리스크 지속되면 4차 산업혁명 주도권 뺏길 수도”
이 부회장, 준법경영위 공식화 등 재판부 요구 신속 대응
국민 70% 이상 "이 부회장에게 새로운 기회 부여 바람직"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일 새해 첫 현장경영 행보로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를 찾았다. 이날 이 부회장은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DB]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재계와 경제학계를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직면해 있는 국가 경제적 위기상황 타개를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이어진 삼성의 사법리스크를 해소할 재판부의 용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당수 법조계 인사들도 이 사건의 본질이 국가 최고권력자의 요구에 기업인이 저항하기 힘든 것이라는 점과 최근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을 공식화하는 등 지난 3차례의 공판에서 재판부가 요구했던 사항들을 신속하게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9일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 내정자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월초 준법감시위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당시 김 위원장은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나 위원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약 받는 등 준법경영에 대한 진정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SDS, 삼성전기, 삼성화재 등 삼성 주요 7개 계열사는 향후 준법감시위의 철저한 감시 하에 놓이게 된다.

이는 지난달 6일 3차 공판에서 “또 다른 정치권력에 의해 향후 똑같은 뇌물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수 있는 삼성그룹 차원의 답을 다음번 기일까지 제시해 달라”는 파기환송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가 내준 숙제에 대한 삼성의 대답이었다.

이어 13일에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물산 등 4사의 최고경영진과 임원들이 ‘위법행위를 지시 또는 인지한 경우 묵과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준법실천 서약서에 서명하고 강력한 준법경영 실천 의지를 재천명했다. 나머지 3사 또한 순차적으로 서약식을 개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김기남 부회장, 고동진 사장이 13일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준법실천 서약식’에서 서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서약의 핵심내용은 국내외 제반 법규와 회사 규정을 준수하고, 위법 행위를 지시하거나 인지한 경우 묵과하지 않으며, 사내 준법문화 구축을 위해 솔선수범한다는 것이다. [사진=삼성전자]
(왼쪽부터)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김기남 부회장, 고동진 사장이 13일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준법실천 서약식’에서 서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국내외 제반 법규와 회사 규정을 준수하고, 위법 행위를 지시하거나 인지한 경우 묵과하지 않으며, 사내 준법문화 구축을 위해 솔선수범한다는 것이다. [사진=삼성전자]

재계는 삼성의 이 같은 발빠른 대응과 실천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재판부가 이를 양형 판단에 감안해 이 부회장의 정상적 경영복귀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에 더해 최근 이란 사태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라며 “이런 막중한 시기에 우리나라 1위 기업의 총수가 구속된다면 그 여파는 삼성그룹 하나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5G, 차세대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면서 “경제계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온 삼성의 사법리스크가 지속되면 주도권을 뺏겨 국가 성장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재판부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피력했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구속된 2017년 2월 이후 신사업 발굴이나 인수합병(M&A)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서 예전의 적극적·능동적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형 M&A만 해도 지난 2016년 전장사업 강화를 위해 9조3,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하만 이후 씨가 말랐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포착해야하는데 과거 이 부회장의 행보가 반경 100㎞ 범위였다면 지금은 1㎞도 안될 만큼 소극적”이라며 “국부의 원천은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라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일 새해 첫 현장경영 행보로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를 찾았다. 이날 이 부회장은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일 새해 첫 현장경영 행보로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를 찾았다. 이날 이 부회장은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사진=삼성전자]

법조계는 삼성의 오너리스크 해소와 관련한 이번 파기환송심의 핵심 쟁점이 형법 53조에 명시된 ‘작량감경’을 재판부가 적용할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과 재계 역시 무죄 판결보다는 작량감경을 통한 집행유예를 내심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

작량감경은 법률적으로 특별한 사유가 없더라도 정상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법관 재량으로 형을 감경해주는 규정이다. 유기징역의 작량감경은 형법 55조에 따라 형기의 2분의 1이 감경된다.

이 부회장의 경우 최소 5년 이상의 형이 예상되고 있다. 작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최서원(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삼성이 제공한 말 3마리의 구입 대금 34억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을 제3자 뇌물로 판단하면서 이 부회장의 뇌물 총액이 원심 보다 50억원 늘어난 86억원으로 껑충 뛴 탓이다. 현행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의거해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최고 무기징역, 최소 징역 5년 이상을 선고 받게 된다.

다만 재판부가 작량감경을 적용해 형기를 절반으로 줄여준다는 가정 하에 이 부회장은 6년 이하의 징역형만 받으면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현행법상 3년 이하의 징역형은 집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소 10년 8개월 징역형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양형은 재판부의 판단에 크게 좌우된다”며 “범죄 사실에 있어 어떤 행위를 했는지 등에 더해 피해회복에 노력했는지도 양형 시 고려사항이므로 작량감경 적용 소지가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10일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2025년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 총 13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확정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10일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2025년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 총 13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확정했다. [사진=청와대]

이 변호사는 이 부회장이 1심의 횡력액 전부를 변제했고, 이미 353일간 수감생활을 했으며, 재판부가 미 연방양형기준 제8장을 언급하면서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제도 도입을 종용해 삼성 준법감시위 출범으로 이어졌다는 사실도 작량감경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았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또한 이런 시각에 동의했다. 전 교수는 “법리적으로 (변호인단과 특검의 의견이 상충하고 있는) 뇌물의 고의성을 역산으로 추정해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부회장과 삼성의 개선 노력이 엿보이고 국가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사안인 만큼 구속보다는 국가경제부흥에 기여할 기회를 줘야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민 여론도 이 부회장의 선처 쪽으로 기울고 있는 모양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GBDR)가 이 부회장의 첫 재판 다음날인 지난해 10월 26일부터 3주간 여론 추이를 분석한 결과, 71.3%가 ‘선처’를 기대했고 관용을 베풀면 안된다는 의견은 28.6%에 불과했다.

조 교수는 “(지난 3년여간) 삼성이 총수의 재판에 발목이 잡혀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는 동안 애플, 페이스북, 우버 등 경쟁기업들은 급속도로 성장했다”며 “살아있는 고래는 큰 부가가치를 일으키지만 죽은 고래는 아무 가치도 없음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양철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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