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종교적 열정을 위해 거세를 선택한 러시아 광신도들의 이야기
[WIKI 프리즘] 종교적 열정을 위해 거세를 선택한 러시아 광신도들의 이야기
  • 최석진 기자
  • 기사승인 2020-01-13 17:10:40
  • 최종수정 2020.01.19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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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콥시 교는 외따로 떨어진 민중들을 하나로 묶는 탁월한 능력 덕택으로 초기 창시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세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스콥시 교는 외따로 떨어진 민중들을 하나로 묶는 탁월한 능력 덕택으로 초기 창시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세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ATI]

기독교의 여타 종파들과 마찬가지로 제정 러시아 시대의 ‘거세주의자들(Skoptsy)’도 섹스를 죄악으로 여겼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종파들과는 다르게 하늘나라에 이르는 유일한 수단은 자신들의 성기를 잘라버리는 일이라고 믿었다.

독실한 신앙의 측면에서는 제정 러시아 시대의 ‘스콥시(Skoptsy)’ 종파 사람들도 정통 기독교도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들은 모두 성인과 죄인의 구별을 믿었으며, 천당과 지옥의 존재도 확신했다. 또, 이들은 모두 그리스도가 구속(救贖)을 위해 십자가 위에서 죽었다는 교리도 믿었다. ‘스콥시(Skoptsy)’는 거세(去勢)를 뜻하는 러시아 말이다. 따라서 스콥시 종파는 거세파 교도들을 일컫는다.

하지만 예수가 거세당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스콥시들 뿐이었다.

스콥시 종파의 창시자 콘드라티 셀리바노프는 예수의 수난에는 거세의 고통도 들어있었다고 믿었다. 그의 종교적 열정 덕으로, 어떤 자료에 의하면, 그를 따르는 교인들의 숫자가 1백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스콥시 교도들은, 성경의 계시록에 등장하는 재림 예수를 맞이하는 숫자 144,000명을 목표로 열성으로 사람들을 개종시키기에 힘썼다.

‘봉헌(the seal)’이라고 불린 의식을 통해 신도들은 신에 대한 충실한 신앙을 맹세하고,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를 똑같이 흉내내기 위해 남녀 가리지 않고 성기를 제거했다.

신도들 중 ‘최대의 봉헌’을 선택한 사람들은 성기를 포함한 생식기 모두를 잘랐으며, ‘경미한 봉헌’을 선택한 사람들은 주로 고환을 잘랐다.

절단 과정은 짧은 순간에 이루어졌다. 한 의학 연구가 밝히고 있듯이(academic.oup.com), 시술자는 한 손으로 성기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재빠르게 잘랐다.

한편, 여성들은 유방을 자르고 외음부를 제거했다.

그들은 이러한 신체 훼손 행위를 ‘불의 침례 의식’이라고 불렀는데, 아마도 빨갛게 불에 달군 쇠꼬챙이가 시술 도구로 사용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스콥시들의 종교 교리가 광신적 행위로 치부되기는 했지만 추종자들이 생식기를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창시자의 능력은 거의 천재적이었다.

스콥시 교의 창시자 콘드라티 셀리바노프
스콥시 교의 창시자 콘드라티 셀리바노프

기독교 역사에 나타난 거세의 기원과 스콥시 교

스스로 성기를 제거하는 행위는 새삼스러운 의식은 아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기독교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거세 행위는 많은 문서로 남아있다. 보도에 따르면 스콥시들은 신약성경의 첫 번째 책이자 공관복음서 중 하나인 마태복음 구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 구절은 다음과 같다.

‘모태로부터 그렇게 태어난 고자도 있고, 사람이 고자로 만들어서 된 고자도 있고, 또 하늘나라 때문에 스스로 고자가 된 사람도 있다. 이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받아들여라.(마태복음, 19장 12절)’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 구절에서 신앙을 위해 스스로 거세를 선택한 사람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복음서 구절들의 문자 해석에 집착한 종파는 스콥시들뿐만이 아니었다.

‘옛 신앙 수호자들(Old Believers)’로 알려진 ‘채찍질하는 자들(khlysty)’은 18세기 중반 무렵 정통 교회의 개혁을 거부하며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먹고 마시고 잠자는 등의 일상적 행위에 절제를 가하며 섹스를 거부하는 삶을 살았다.

스콥시들은 바로 ‘채찍질하는 자들’의 이러한 금욕적인 실천 의식에 착안한 다음 거세라는 극한 행위로까지 발전했던 것이다. 그들은 거세라는 극한의 고행을 통해 최상의 순결과 하나님과의 소통을 한꺼번에 이루고자 했다.

초기 스콥시 추종자들과 창시자

스콥시 교도들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17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모스크바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러시아의 한적한 마을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종파를 처음으로 시작한 세 사람은 자신들이 육체적 욕망에서 탈피할 수 있다면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들과 십여 명의 추종자들은 거세를 선택했다.

이들은 1772년 시베리아로 추방당했지만 믿음은 오히려 강성해졌다.

‘러시아 비욘드(rbth.com)’에 따르면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 창시자 콘드라티 셀리바노프가 권위를 지닌 신비주의자로 다시 나타나 수십 명을 개종시겼다고 한다.

여러 차례의 유배 생활에서 돌아올 때마다 셀리바노프는 큰 소리로 종교적인 선포를 외치고 다녔다. 러시아의 일반 민중들 사이에서 그는 신화적 존재가 되었으며 그가 돌아올 때마다 스콥시 교도들의 숫자는 늘어만 갔다.

1817년 셀리바노프는 당국에 의해 체포되어 정신병자 수용소에 감금되었다. 그때쯤에는 셀리바노프가 재림 예수라고 믿는 추종자들이 들끓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러한 인기를 계속 유지해서 1832년 수용소에서 사망할 때까지 대중적 숭배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스콥시의 창시자인 셀리바노프의 죽음도 이 종파가 러시아 전역에 확산하는 일을 막지 못했다. 19세기 후반부에 이르면 스콥시 종파는 사회의 주변부에서 위상을 변모시켜 러시아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게 되었다.

일례를 들면,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백치」에는 고자인 거세파교도가 등장하기도 한다.

‘스콥시(skoptsy)’라는 용어는 거세를 의미하는 러시아의 고어 ‘oskopit’에서 유래되었다. 스콥시 추종자들은 스스로를 ‘하나님의 양’이나 ‘흰 비둘기’로 부르기를 좋아했지만 궁극적으로는 ‘거세주의자’라는 명칭을 진실된 것으로 받아들였다.

제정 러시아 시절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사는 문맹의 시골 농부들이나 상점 주인들은 스콥시 교를 기독교 종파의 하나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종파는 외따로 떨어진 민중들을 하나로 묶는 탁월한 능력 덕택으로 초기 창시자들이 사망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세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봉헌(the seal)’이라고 불린 의식을 통해 신도들은 신에 대한 충실한 신앙을 맹세하고,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를 똑같이 흉내내기 위해 남녀 가리지 않고 성기를 제거했다. [ATI]
‘봉헌(the seal)’이라고 불린 의식을 통해 신도들은 신에 대한 충실한 신앙을 맹세하고,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를 똑같이 흉내내기 위해 남녀 가리지 않고 성기를 제거했다. [ATI]

현대의 스콥시 교

많은 역사학자들은 스콥시 종파의 성공 원인을 종교적 순수성에서 찾는다. 사람들이 기존의 정통 기독교가 너무 관료적이고 타락했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들은 기독교의 분파일지라도 보다 진실된 신앙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그곳에는 영생의 약속이 있었다. 섹스가 죄악이라는 믿음 하에서 농부들은 거세만이 하늘에 이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받아들이고 행동에 옮겼다.

사람들이 늘어나자 소콥시 교는 힘과 영향력이 늘어났고, 이들은 이 힘을 더 많은 사람들을 개종시키고 부를 축적하는 데 이용했다. 그들은 농부들을 끌어들였고, 고아들에게 쉼터를 제공했고,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함으로써 숫자를 늘려나갔다.

러시아 정부는 애초에는 이러한 종교 활동에는 감시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았다. 대부분이 시골에서 활동 중이어서 찾아내고 통제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930년대 스탈린 시대가 도래하자 스콥시 교는 극심한 탄압과 구속을 피할 수 없었다. 그들은 ‘반 소비에트’ 분자들로 취급되었다.

마지막으로 알려진 스콥시 교도의 거세 행위는 1927년에 있었으며, 1930이 되자 신도들의 숫자는 1,000명에서 2,000명 사이로 급감하게 되었다.

오늘날 스콥시 교는 사멸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섹스를 반대하는 운동(anti-sexuals)’으로 되살아나는 움직임도 있다. 이 운동의 한 활동가는 이 운동에서 자력에 의한 거세는 의무는 아니지만 환영받는 행위라고 한다.

dtpchoi@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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