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무엇이 문제인가②] 공수처검사와 검찰청검사의 '뺏고 빼앗기는 게임' 속 줄어드는 부패수사
[공수처 무엇이 문제인가②] 공수처검사와 검찰청검사의 '뺏고 빼앗기는 게임' 속 줄어드는 부패수사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01.15 18:28
  • 수정 2020.01.1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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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법 제24조 위력 "범죄인지하면 공수처 통보"
사건 넘겨주지 않으려 검찰청검사는 내사만 계속
사건 채가려는 공수처검사는 정무판단해 수사개시

[편집자주] 위키리크스한국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77명 중 찬성 160명으로 가결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법안의 문제점을 대한민국헌법과 수사 체계를 담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조문을 토대로 분석, '공수처 무엇이 문제인가'를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연재는 ①헌법 근거 없는 공수처 검사를 시작으로 ②우려되는 부패범죄 총량 감소 ③특별검사 위헌론과 비교하는 공수처 위헌론 ④전문가 제언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조국 장관에 대한 고발장이 8월 19일 날 접수가 되고요. 압수수색이 8월 27일 날, 8일 만에 이루어졌습니다. 압수수색영장이 거의 30여 곳 집행이 됐고요. 고발장이 접수되기 전에 내사하지 않고는 이렇게 많은 곳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집행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백혜련)

지난해 10월 7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관련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배성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7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관련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배성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사진=연합뉴스]

"저희들은 그 고소장이 접수가 되고 언론에 관련 의혹들이 다수 보도되기 이전에 그 사건을 자체적으로 내사한 적은 없습니다"(배성범)

지난해 10월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직 검사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현직 검사 배성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주고받은 문답이다. 백 의원은 이날 자유한국당 고발 8일 만에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현 반부패수사2부)가 압수수색에 나선 사실을 물고 늘어졌다. 내사 없이는 일주일을 갓 넘겨 강제수사에 착수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검찰이 장관 후보자 낙마를 기도하며 강제수사 한참 전에 장기간 내사를 한 것 아니냐는 여당 의원 의심은 역설적으로 내사와 수사가 어느 하나를 떼어내고는 존재할 수 없음을 알려준다. 

◇ '공수처 이후 조국 수사'를 상상한다면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77명 중 찬성 160명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법안이 가결됐다. 공수처는 오는 7월 설치된다. 만약 공수처가 운영된 이후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一家)에 제기된 각종 의혹을 수사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내사만 하다 공수처에 사건을 넘겨줘야 했다. 공수처 설치법 제24조 제2항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하여야 한다"와 제1항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를 응하여야 한다"가 맞물리는 결과다. 

이때 검찰 등 수사기관이 사건을 공수처에 넘기는 시점인 "고위공직자범죄등을 인지한 경우"는 통상적인 검찰 수사를 비춰보면 내사에서 공식수사로 전환할 때가 된다. 형사소송법 제195조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에서 '혐의가 있다고 사료되는 때'가 공수처 설치법에서 말한 '범죄를 인지한 경우'에 부합한다. 

이 조항에 따라 검찰이나 경찰은 조 전 장관 같은 고위공직자의 직무범죄를 수사하지 못한다. 형사소송법은 범죄 혐의를 판단하는 주체로 검사와 사법경찰관리(경찰)를 두었는데, 이들이 의무인 수사개시만 하고 바로 사건을 공수처에 넘겨줘야 한다. 정부·여당이 공수처 신설과 함께 검경수사권 조정 명목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을 진행했는데 수사개시 조항인 제195-196조는 검토되지 못했다.

수사개시 관련 문제는 또 있다. 공수처 신설법 제24조 제4항은 "고위공직자범죄등 사실을 통보를 받은 처장은 통보를 한 다른 수사기관의 장에게 수사처규칙으로 정한 기간과 방법으로 수사개시 여부를 회신하여야 한다"고 했다. 다른 수사기관에게 공수처에 통보하기 전 밟은 절차가 수사개시인데, 공수처가 재차 수사개시를 해야하는 것이다. 

'다른 수사기관 통보' 조항은 백 의원이 대표발의한 원안에는 없다가 본회의 투표를 앞둔 지난해 12월 24일 제출된 수정안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사실상 수사개시를 두 번 해야 한다고 정한 이 부분은 공수처 설치법이 다른 수사기관 법률과 조화로운지 충분히 검토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 내사만 잔뜩 하는 검찰이거나, 내사도 안 하는 검찰이거나

공수처가 부패범죄 일종인 고위공직자범죄를 따로 묶어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오히려 부패범죄 역량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공수처는 처장 포함 공수처검사 25명과 공수처수사관 40명으로 구성된다. 중앙지검에 설치된 4개 반부패수사 중 2~3개 부서 수준이다.(15일 기준 중앙지검 검사 반부패수사1부 9명, 2부 8명, 3부 7명, 4부 16명)

더욱 문제인 건 공수처가 제대로 부패범죄에 대응할 수 있느냐와 별도로 검찰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백 의원이 공개적 우려를 표했듯, 검찰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서려면 충분한 내사기간이 필요하다. 검사로선 수사개시 이후 강제수사 몫을 공수처검사에게 넘겨야 한다면 굳이 내사에 나설 이유가 없다. 일종의 '사건 빼앗기'인 셈이다. 

그 반대 경우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수사 전환은 않고 내사만 잔뜩 벌이는 식이다. 가령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닌 기업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단서가 발견됐을 때가 그렇다. 고위공직자가 기업인 청탁을 받고 뇌물을 받은 경우 공수처 사건이 된다. 

공수처 설치법 제2조 제4항 나목은 고위공직자범죄의 관련 범죄로 "고위공직자를 상대로 한 자의 형법 제133조(뇌물 공여), 제357조 제2항의 죄(배임수·증재 공여)" 등을 나열하고 있다. 검찰청검사로선 내사 단계에서 사건을 어디까지 줄이고 키울 것인지를 두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지수사는 그 특성상 검사가 처음부터 직접 수사하기에 직접수사로 불린다. 조 전 장관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을 상대로 직접수사부서 축소를 추진했다. 이 과제는 직접수사 기능을 상당수 이관받는 공수처가 도입되기 전 사전정지 작업 성격이 짙다. 법무부가 이 부분을 검찰개혁이란 이름으로 추진했을 때 중앙지검장이던 배성범 법무연수원장은 국정감사장에서 뼈 있는 말을 남겼다. 

"현재 중앙지검이 수행하고 있는 부패 사건 또 공직 비리 사건 또 대규모 경제 비리 사건 등이 있습니다. 이런 사건들이 이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또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여지는데 넓게 봐서 어떤 부패 수사 역량이, 전문성이라는 게 한순간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고 그동안 계속 전문적인 역량을 양성해서 수사를 근근이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고위공직자-(검사·판사·경무관급)' 운명은 어떻게

공수처 설치법 제3조 제2항은 공수처검사가 고위공직자 중 검사·판사·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만 기소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되면 공수처검사가 청와대 수석이나 장·차관을 수사했다고 하더라도 기소 여부는 검찰이 결정한다. 

문제는 공수처 수사결과가 미흡하다고 검사가 판단하면 보완수사가 가능한지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검찰청법 제4조에 따라 사법경찰관리인 경찰공무원을 지휘할 수 있는 검사는 검찰사건사무규칙 제3조에 따라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반면 공수처검사는 새롭게 사법경찰관이 된 공수처수사관을 별도 지휘한다. 공수처 수사 결과에 문제가 있어도 검찰청검사가 공수처검사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청엔 기소나 불기소 처분은 했지만 사실상 미제인 사건이 쌓일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 설치법 제26조 제1항은 공수처 공소 대상이 아닌 사건을 검찰에 넘길 때 절차를 '송부'라고 정의했다. 일반적으로 조사·수사기관이 다른 수사기관에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넘겨 관할을 옮기는 '이첩'이란 말을 쓰지 않은 것이다. 검사를 수사관청으로 보지 않고, 수사자료를 보관하는 '기록물 창고'로 보는 시선이다. 

이 법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중앙지검 소속 검사는 공수처장에게 공소 제기 여부를 "신속하게 통보"해야 한다. 공수처에서 제대로 수사했다면 검사가 기소 또는 불기소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기는 어렵지 않다. 이와 달리 공수처가 부실 수사를 했다면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할 게 아니라 재수사가 필요한 법인데 이 부분을 공수처 설치법은 전혀 담지 않았다. 

사건을 넘겨받은 중앙지검 검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직접 재수사를 한다고 해도 문제다. 고위공직자범죄를 다른 수사기관이 인지하면 공수처로 넘기라고 한 이 법 조항 때문이다. 공수처 부실 수사 위에서 검사가 기존 혐의를 보강하거나 새로운 혐의를 찾아도 다시 공수처검사에게 사건을 통째로 넘겨야 한다. 공수처장이 업무 연속성을 고려한다는 명분으로 처음 사건을 수사했던 공수처검사에 다시 사건을 넘기는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 잠재된 검찰청검사와 공수처검사의 갈등

검찰청검사가 공수처검사에게 사건을 이첩하는 기준이 되는 "고위공직자범죄등을 인지한 경우"에 숨겨진 갈등도 문제다. 

형사소송법은 '범죄인지' 개념을 명확하게 못 박지 않았다. 검찰이 내사 기간을 오래 가져갈 때 공수처에서 사실상 수사 중인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실제 1989년 대법원 판례는 '범죄인지의 시기'를 두고 형식적으로 판단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한다. 이 사건은 검사가 형사입건 절차인 범죄인지서 작성은 않고 공판 전에 증인신문을 신청한 게 위법한지 쟁점이 됐다. 증인신문은 입증하고자 하는 피의사실이 있어야만 진행할 수 있는 까닭이다. 

당시 대법원(재판장 김상원 대법관)은 "검사가 범죄를 인지하는 경우에는 범죄인지서를 작성하여 사건을 수리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면서도 "범죄의 인지는 실질적인 개념으로서 위 검찰사건사무규칙의 규정은 검찰행정의 편의를 위한 사무처리절차규정"이라고 판시했다. 사무처리절차규정이 법률이 아닌 수사기관 내부 규정에 불과한 만큼 실질적인 절차를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2조는 '검사가 범죄를 인지한 경우'가 사건 시작을 알리는 '수리'의 사유가 된다고 정한다. 이때 사건 사무담당 직원이 전산입력 절차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서류가 범죄인지서(사진)다. 고소·고발 사건과 달리 수사기관이 자체 파악하는 인지사건은 외부에서 제출하는 문서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문서를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범죄인지서.

범죄인지서엔 피의자 이름·주민등록번호·죄명을 쓰고 "위 사람에 대하여 범죄사실을 인지하여 수사를 개시함"이라고 적는다. 이 문서엔 '형제○호'라는 사건번호가 붙는다. 검찰 내부에선 범죄인지를 흔히 형사입건이라 부르는 수사개시로 이해하는 것이다. 

검사가 범죄인지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형식 논리로 사건을 공수처에 통보하지 않았는데 이 사실을 공수처가 알았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는 공백 상태다. 공수처 설치법 제24조 제1항은 검찰청검사와 공수처검사가 같은 사안을 중복수사할 때만 검찰이 공수처로 넘겨야 한다고 설계했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이 아니라면 검찰에 내사사건을 달라고 강제할 수 없다.

하지만 공수처가 사건을 가져오기 위해 수사 필요성이 아닌 다른 이유로 수사개시를 먼저 한 후 사건을 달라고 요구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공수처검사가 수사 필요성이 아닌 정무적 판단으로 수사를 개시하는 부작용은 이렇게 우려를 넘어 현실이 될 수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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