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프리즘] LG화학-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전, 삼성-애플 특허소송과 ‘오버랩’
[산업 프리즘] LG화학-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전, 삼성-애플 특허소송과 ‘오버랩’
  • 양철승 기자
  • 승인 2020.01.16 06:43
  • 수정 2020.01.1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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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장기 법정공방 후 비공개 로열티 합의로 종결 전망
양사간 경쟁적 美 현지 추가투자 따른 ‘트심(心)’ 작용도 변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배터리 소송전이 결국 비공개 로열티 합의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LG화학, SK이노베이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배터리 소송전이 결국 비공개 로열티 합의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LG화학, SK이노베이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배터리 소송전의 향방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첫 결정이 곧 발표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LG화학이 미 ITC에 요청한 조기패소 판결이 이달 중 결론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지 언론들은 ITC 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LG화학의 손을 들어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점을 들어 LG화학의 승리를 점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양사의 소송을 놓고 지난 2011년부터 무려 7년간 치열하게 전개됐던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과 닮은꼴로 전개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두 소송은 시발점부터 유사하다. 당시 스마트폰 선발주자였던 애플은 자사를 빠른 속도로 위협해오던 삼성전자를 디자인 도용 혐의로 미국 법원에 제소했다. LG화학-SK이노베이션 소송도 전기차 배터리 선발주자인 LG화학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던 후발주자 SK이노베이션을 지난해 4월 영업비밀 침해로 ITC와 미국 법원에 제소하면서 촉발됐다. 제소 당한 후발주자가 곧바로 맞소송을 제기한 것도 동일하다.

LG화학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 현황 [사진=LG화학]
LG화학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 현황 [사진=LG화학]

삼성전자와 애플은 이후 지루하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소송의 무대가 한국과 일본, 유럽으로 확전됐고 양사간 추가 제소도 경쟁적으로 이어졌다.

LG화학-SK이노베이션 소송 역시 장기화될 소지가 충분하다. 먼저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를 결정하지 않으면 올 6월 예비판결을 거쳐 10월경 최종판결이 나온다. 하지만 누가 패소하든 항소할 것이 확실하고, 최종 3심 판결까지 나오려면 수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업계는 조기패소가 결정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SK이노베이션이 조기 패소 결정시 즉각 항소 의사를 천명한데다 경제적 이익을 고려한 트럼프 행정부의 비토(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상당한 까닭이다.

한 관계자는 “미국이 수입산 세탁기와 철강, 태양광 패널 등에 부과한 관세폭탄에서 알 수 있듯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기업의 자국 내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경제 활성화의 핵심정책 중 하나로 삼고 있다”며 “이번 소송에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누구라도 다치는 상황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LG화학이 지난달 GM과 손잡고 총 2조원을 투자, 오하이오주에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셀 생산기지를 설립키로 한 것이나 SK이노베이션이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 현장에서 약 1조원을 투자해 조지아주 공장에 이은 제2공장 설립을 서둘러(?) 공표한 것도 이 같은 트심(心)에 호소하기 위한 복안이 깔려있다는 주장이다. 참고로 지난 2013년 삼성-애플 소송 때도 오바마 행정부가 경제적 이유로 비토를 행사한 전례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 현황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 현황 [사진=SK이노베이션]

이처럼 시작과 과정이 닮았다면 최종 종착지도 비슷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삼성전자-애플의 경우 2018년 6월 양사가 소송 취하에 합의하며 공식 종결됐다. 삼성전자가 2015년 2심 판결 후 애플에 5억4,800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양사간 합의조건은 일체 공개되지 않았다. 그렇게 7년여의 소송은 명명백백한 진실 규명은 물론 승패조차 불분명한 채로 끝났다.

다수의 업계관계자들은 LG화학-SK이노베이션 소송전의 결말도 결국 비공개 합의 또는 로열티 지급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양사 관계자조차 결과는 이미 그렇게 정해져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정도다.

한 관계자는 “양사 모두 미국 현지 생산설비 건설에 조 단위의 투자를 집행했거나 집행 예정인 만큼 최악의 상황에서 소송에 패하더라도 정상적 설비 가동을 통한 미국시장 공략이 최우선 고려사항일 수밖에 없다”며 “소송 추이에 따라 패색이 짙은 쪽에서 로열티 지급 등을 통한 합의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과거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소송에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대폭 끌어올려 지금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며 “SK이노베이션도 소송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런 부가효과를 누리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SNE 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출하량 기준 LG화학이 11.3%, SK이노베이션이 1.4%다.

[위키리크스한국=양철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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