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첫 메이저 재건축 수주사업지인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 재건축 시공권을 놓고 현대건설·GS건설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양사는 지난해 말 한남3구역 재개발 입찰 무효의 영향으로 ‘조용한’ 방식으로 전투를 이어가는 중이다.

17일 한남하이츠 아파트 단지에는 입구부터 "대안설계 외 추가 설계홍보는 모두 불법"이라며 "방심하면 인근 타단지 재판이 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한남하이츠 현수막에 언급된 ‘인근 타단지 재판’은 한남3구역을 뜻한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한남3구역에 입찰한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의 과열 경쟁을 문제 삼아 이들을 모두 수사 의뢰했다.

한남하이츠 단지 내에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의 분양 홍보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남하이츠 조합원들은 분양 홍보관 주변에 모여 토론을 이어갔지만 자신들의 이야기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GS건설 현장 관계자는 “한남3구역의 영향으로 한남하이츠 조합원들은 시공사 선정 과정이 ‘조용히’ 흘러가길 바라는 분위기”라며 “GS건설 역시 사전홍보로 비춰지지 않도록 조용한 방식으로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양사 분양 홍보관에서는 단지 홍보물을 홍보관 밖으로 반출하는 것 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였다. 보통의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의 경우 다수의 홍보물을 제작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남하이츠 재건축 현장은 다른 현장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분양홍보관 관계자는 “한남하이츠 홍보물을 외부로 반출하는 것 마저 사전홍보로 비춰질 여지가 있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참고만 해달라”고 당부했다.

양사의 사업조건을 비교해보면 입찰사에 대한 일반사항을 비롯해 △공사비 △대여금 △무상제공계획 △공사 조건 등에서 일부 차이가 있다.

우선, 직·간접공사비 등을 포함한 총 공사비는 GS건설이 3287억원을 제시했고, 현대건설이 3419억원을 써냈다. 공사비는 현대건설이 132억원 높다.

총 대여금액 면에선 GS건설이 1500억원을 제시하면서 여기에 연 1% 이율을 적용했다. 현대건설은 총 대여금으로 950억원을 제시했으며, 연이율은 2%로 책정했다. '무상제공 비용'은 GS건설이 483억원이고, 현대건설이 555억원이다. 무상제공 비용은 현대건설이 GS건설보다 72억원 더 많이 책정했다.

한남하이츠 재건축 사업장에는 GS건설이 먼저 뛰어들었지만, 이후 현대건설이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런칭, TV광고 등을 이어가며 빠르게 쫓아왔다. 한남하이츠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여전히 GS건설이 한남하이츠 재건축 수주전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면서 “다만 현대건설의 추격이 거세 수주전 결과는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남하이츠 재건축은 1982년 지어진 535가구의 아파트를 헐고 여기에 10개동 790가구를 새로 짓는 사업이다. 세대수가 많지 않고, 아파트를 철거한 뒤 다시 짓는 재건축 사업이다 보니 공사비 역시 3400여억원 대로 형성돼 마진이 많이 남는 사업장은 아니다.

다만 양사는 한남하이츠 시공권 승자가 되면 향후 한남동·한강변 정비사업 시장 전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공을 들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남하이츠 수주전의 승자가 향후 한남·한강변 모든 재개발 사업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될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크다”며 “한남동에 프리미엄 아파트를 시공할 경우 향후 TV 광고보다 더 큰 광고 효과를 낼 수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밝혔다.

한편 한남하이츠 조합은 18일 오후 1시 2차 합동설명회를 연 뒤, 같은 날 2시 임시총회를 열고 한남하이츠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위키리크스한국=박순원 기자]

ssun@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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