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부 "삼성 준법감시위, 양형에 반영"…'작량감경' 통한 '집유' 가능성 커져(종합)
이재용 재판부 "삼성 준법감시위, 양형에 반영"…'작량감경' 통한 '집유' 가능성 커져(종합)
  • 정예린 기자
  • 승인 2020.01.17 18:48
  • 수정 2020.01.1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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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전문심리위원단 꾸려 실효성 점검…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등 고려"
특검 "즉각 반발...재벌 없는 미국 제도 도입 실효성 의문"
삼성바이오 사건 기록 증거 채택 않아…손경식 CJ 회장도 증인 철회
1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4차 공판기일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석하고 있다. [사진=정예린 기자]
1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4차 공판기일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석하고 있다. [사진=정예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가 실효적으로 운영될 경우 양형 사유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재판부의 작량감경 적용을 통해 집행유예 를 선고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다만 특별검사 측이 ‘불공평한 재판’이라 주장하며 즉각 반대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김세종 송영승 부장판사)는 17일 열린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기일에서 “삼성의 준법위는 삼성의 우리 국민에 대한 약속”이라며 “피고인과 삼성의 약속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엄격하고 철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중립적인 제 3자로 구성된 전문심리위원단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 앞서 지난 15일 변호인 측은 독립적 외부 감시기구인 삼성 준법위의 구체적인 운영 방안 및 목표 등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했고, 약 20여 분의 시간을 얻어 PPT를 활용해 해당 내용을 재판부와 특검 측에 설명했다. 

변호인 측은 "최고경영진의 위법행위 재발을 방지하고 삼성 내 준법문화를 정착하는 것이 목표"라며 준법제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삼성 준법위는 지난해 열린 1차, 3차 공판 기일에서 재판부가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준법 감시제도”와 “향후 정치 권력자로부터 또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기 위한 삼성그룹 차원의 답변”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서 제출한 삼성 준법감시제도는 기업범죄 양형기준의 핵심적 내용으로, 1991년 제정된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장에 언급된 양형 사유”라고 말했다.

이어 “미 연방법원은 기업범죄로 재판받는 기업에 실효적 감시제도를 명하고 전문가를 통해 시행과정을 평가 및 감독하라고 했다”며 “통계를 보면 2002년부터 2016년 사이 미 연방법원은 무려 530개의 기업에 대해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명령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 제도가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즉 실효적으로 운영돼야만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삼성 준법위의 실효성 검증을 위해 형사소송법 279조에 의거한 전문심리위원제도를 활용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3명의 전문 심리위원단을 위촉할 것"이라며, "그 중 한명은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두 명의 위원은 변호인 측과 특검 측이 각각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의 의견을 들은 특검은 즉각 반발했다. 이는 결국 이 부회장의 양형에 ‘작량감경’을 적용할 것이라는 재판부의 선언과도 같기 때문이다.

형법 53조에 명시된 작량감경은 법률적으로 특별한 사유가 없더라도 정상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법관 재량으로 형을 감경해주는 제도다. 유기징역의 작량감경은 형법 55조에 따라 형기의 2분의 1이 감경된다.

현재 이 부회장은 뇌물 총액이 86억원에 달해  현행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최소 5년 이상의 형이 예상되고 있는데, 작량감경을 적용 받을 경우 6년 이하의 징역형만 받으면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현행법상 3년 이하의 징역형은 집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검 측은 “대통령과 재벌총수의 뇌물 사건에 미국의 양형 기준을 참고한 제도 도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미국은 재벌 체제는 물론 삼성과 같은 거대 그룹도 없어 미국 제도를 도입할 때 실효성이 있는지 극히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공판 기일에서 언급했던 재벌체제 혁신은 사라지고 준법위만 놓고 양형을 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죄명 4개 가운데 3개가 양형 기준 대상 범죄인 만큼 재벌체제 혁신과 준법감시제도 도입이 3개 양형 사유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등을 보고 제대로된 양형 심리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특검 측은 또 “항간에는 재판부의 언급, 삼성의 준법위 설치, 삼성 준법위원장 기자회견 등이 이재용을 봐주기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고 한다”며 “재판부가 그런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특검의 요구 사항은 제대로 심리하자는 것”이라고 간곡히 재고를 청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입장은 강경했다. 준법위의 실효적 운영을 평가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제도를 도입할 것을 재차 강조하며 공판준비기일 등 일정을 전달한 뒤 양측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특검 측은 다시 “이 재판이 불공평하게 진행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전문위원심리위원회 도입에 반대하고 협조할 생각이 없다”며 “지난 공판 기일에는 재판부가 주문하는 것들이 재판 결과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현 시점에서 재판부는 이를 양형 사유로 보고 있다. 재벌체제 혁신 없는 준법감시제도는 반대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와 특검은 전문위원심리제도 도입을 둘러싼 날선 공방에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기록의 증거 채택 여부를 놓고도 팽팽하게 맞섰다. 

재판부가 삼바 사건 기록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으면서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과 관련해 청탁이라는 개별 현안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자 했던 특검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부는 “특검이 신청한 서면증거 중 개별현안 관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증거인멸 등 다른 사건에 제출된 증거는 그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파기환송심에서는 채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검은 “재판부의 결정은 도저히 납득이 안된다”며 즉각 이의신청 했고, 재판부는 특검의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 여부를 서면으로 알리겠다고 전했다. 

또 이날 삼성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손경식 CJ 회장이 일본 출장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하자 법원은 손 회장이 양형 관련 증인인 점을 고려해 증인채택 결정을 취소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재판장에 오가는 동안 재판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3시 56분께 재판이 끝나고 차량을 타러 가는 과정에서는 일부 민원인들이 이 부회장을 향해 달려들어 포토라인이 무너지고 경호원 등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이 부회장과 직접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들은 이 부회장에게 “감옥으로 가라”, “사과하라” 등을 소리쳤고, 이 부회장에 이어 재판장을 빠져 나오는 다른 피고인들도 쫓아가는 등 아찔한 광경이 연이어 연출됐다. 

다음 기일은 공판준비기일로 내달 14일로 예정됐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은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과 특검 측에 공판준비기일에 앞서 이달 31일까지 법원이 채택한 전문심리위원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각자 전문심리위원 후보자를 1명씩 추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내달 7일까지는 전문심리위원이 삼성 준법위를 평가할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1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4차 공판기일이 끝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량을 타러 가는 과정에서 일부 민원인들이 이 부회장을 향해 달려들어 몸싸움이 벌어졌다. [사진=정예린 기자]
1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4차 공판기일이 끝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량을 타러 가는 과정에서 일부 민원인들이 이 부회장을 향해 달려들어 몸싸움이 벌어졌다. [사진=정예린 기자]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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