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유통 1세기'...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영면 들다
'대한민국 유통 1세기'...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영면 들다
  • 이호영 기자
  • 기사승인 2020-01-19 20:14:50
  • 최종수정 2020.01.19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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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그룹]
[사진=롯데그룹]

대한민국 유통 역사 바로 그 자체였던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영면에 들었다. 재계 5위 그룹으로서 대한민국의 발전, 성장과 궤를 함께 해온 만큼 롯데의 굴곡진 기업사와 함께 신격호 명예회장의 삶 역시 파란만장한 궤적을 남겼다. 

기업명과 상품명을 괴테의 문학 작품 여주인공 '롯데'라고 이름 붙일 정도로 젊은 시절 문학적 감수성을 일에 대한 정열로 승화시켰던 기업인. 

20대 일본으로 건너가 '껌'과 '초콜릿', 과자로 사업을 일으켜 모국 대한민국에 롯데제과를 세우고 국내 기업 반열 5위에 올려놓기까지 한 편의 신화를 뒤로 한 채 한국 재계 또 한 명의 큰 어른이 영원한 안식에 들어간 것이다. 

19일 오후 4시 30분경 한국 유통 1세기를 일궈온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했다. 1921년생으로 향년 99세다. 전날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아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신 명예회장은 이날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경남 울산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 5녀 맏이로 태어난 그는 일제강점기 1942년 20대 초반 한국을 떠나 홀로 현해탄을 건넜다. 고학으로 일본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1944년 첫 사업 커팅 오일 제조 공장이 가동도 전에 폭격으로 전소됐지만 비누 사업 등으로 재기에 성공한 그는 이후 껌 사업에 뛰어들어 1948년 롯데를 설립했다. 

잇따라 초콜릿과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부문에도 진출해 성공을 거듭했고 한일 수교를 계기로 염원하던 고국 투자길이 열리자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한 것이다. 이어 1970년대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삼강으로 국내 최대 식품기업 면모를 갖추게 됐다. 

그동안 관광·유통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 롯데호텔과 롯데쇼핑을 설립하며 현대화 토대를 구축한 신격호 명예회장은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뤄야 한다"는 신념을 유지해왔다. 

이같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신념은 국내 모든 악조건을 뛰어넘게 만들었다. 동시에 국내 유통·관광 기반을 갈아엎는 지난한 작업을 정열로 지속해왔다. 신 명예회장의 '정직과 봉사, 정열' 경영철학 가운데 국내 유통업을 일구며 단연 돋보인 덕목은 정열이라고 할 수 있다. 

롯데호텔 설립 추진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신격호 명예회장 모습. [사진=롯데그룹]
롯데호텔 설립 추진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신격호 명예회장 모습. [사진=롯데그룹]

민간투자가 저조하고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밀리는 관광산업에 수익도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산업 기반도 취약하고 외국 관광객을 불러들일 만큼 관광 상품도 거의 전무했던 당시 기업인으로서는 모험과도 같은 일을 단행한다. 

바로 1973년 동양 최대 초특급 호텔로 6년여의 공사 끝에 롯데호텔을 연 것이다. 롯데호텔은 당시 '한국의 마천루'로 불릴 만큼 지하 3층, 지상 33층 고층 빌딩, 1000여 객실 등 시설 규모나 1억 5000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 규모 모두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모험과 기대에 롯데호텔은 1992년 업계 첫 2억 달러 관광진흥탑이라는 영예로 부응했다. 1989년 문을 연 롯데월드도 세계 최대 규모 실내 테마파크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1995년 관광산업 분야에서는 첫 금탑산업훈장으로 관광업에 대한 자신의 관심과 열정, 모험을 보답받기도 했다. 

이어 신격호 명예회장은 대부분 영세하고 운영방식이 근대화되지 못한 백화점 사업에 뛰어들면서 유통업 근대화라는 사명을 현실로 바꿔놓기 시작했다.

1979년 12월 19일 롯데쇼핑센터(현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테이프 커팅식. [사진=롯데그룹]
1979년 12월 17일 롯데쇼핑센터(현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테이프 커팅식 당시 신격호 명예회장 모습. [사진=롯데그룹]

기존 백화점 대비 2~3배 규모의 현재 롯데백화점 본점인 롯데쇼핑센터는 1979년 12월 지하 1층, 지상 7층, 연면적 약 8300평(2만 7438㎡), 영업면적 약 6000평(1만 9835㎡) 시설로 사업 스타트를 끊었다. 개점 당시부터 현재까지 고객 발길은 지속돼 국내 1위 백화점을 유지하고 있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삶은 '기다림'과 '고난', '성취' 부침의 반복이었다. 2017년 4월 3일 롯데 창립 50주년을 축하하며 그랜드 오픈한 롯데월드타워도 일례다. 

롯데월드타워가 국내 최고층 건물이자 최대 규모 쇼핑몰로서 대한민국 관광 랜드마크에 오르며 또 다시 한번 신격호 명예회장은 숙원을 이룬 것이다. 지상 123층 높이 555m 초고층 타워를 포함, 24만 3749여평에 달하는 롯데월드타워·몰을 완성한 것이다.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복합 관광 명소에 대한 신격호 명예회장의 꿈은 롯데월드타워·몰 개장으로 1988년 부지 약 2만 6000평을 매입한 지 30년만에 현실화된 것이다. 

이처럼 신격호 명예회장은 롯데그룹 성장과 맞물려 '기업보국' 일념과 '관광입국'이라는 '꿈과 성취' 동시에 경영권을 둘러싸고 두 아들이 싸우는 아픔도 겪어야 했다. 

신 명예회장은 2015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간 '형제의 난' 경영권 분쟁 이후 그룹 경영비리에 대한 일련의 검찰 수사 등을 거치며 순탄치 않은 90대를 보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형제의 난 이후 불거진 경영비리 사건으로 2019년 10월 17일 대법원 최종 실형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고령을 감안해 수감 생활을 면하고 최근까지 병원과 호텔로 거주지가 제한돼 생활해왔다. 이후 건강악화로 입퇴원을 되풀이했다. 

신격호 명예회장 슬하엔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신유미 씨가 있다. 

한편 장례는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인을 기리기 위해 그룹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별도 장례위원회가 구성돼 명예장례위원장은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맡는다. 장례위원장은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가 담당할 예정이다. 

[위키리크스한국=이호영 기자] 

[사진=롯데그룹]
[사진=롯데그룹]

 

eesoa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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