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이르면 20일부터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비롯한 2020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통상 연말에 임원 인사를 단행해왔으나, 지난해말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회사 핵심 경영진이 여러 재판을 받는 등 변수로 임원인사가 해를 넘겼다. 하지만 재판 일정과 신사업 등 현안을 위해 설 연휴 전 인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 16일부터 퇴임 대상 임원들에게 계약 사실을 통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 대상 임원들에 대한 통보는 인사 발표 전 이뤄지는 통상적 절차로, 인사 발표가 임박했다는 신호다.
삼성 안팎에서는 금명간 삼성전자 등 전자계열사,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가 연쇄적으로 정기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유력하게 보고 있다.
삼성은 통상적으로 12월에 사장단과 후속 임원 인사를 발표하고 새 경영진이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진행되는 것에 더해, 노조 와해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상훈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부사장이 법정 구속되는 등 초유의 사태를 맞으며 인사에 차질이 생겼다.
각종 재판과 인사 지연으로 조직 내 피로도가 가중하고 있는 데다, 최근 발표한 준법감시위원회를 필두로 한 '변화'에 속도를 내려면 더 이상 인사와 조직개편을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 삼성 안팎에서 제기됐다.
사장단 등 임원인사 이후 변화·쇄신에 초점을 둔 조직개편도 뒤따를 전망이다.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법정구속으로 공석이 된 이사회 의장직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2월 초 출범할 준법감시위원회 구성을 위해도 주요 계열사들이 이사회를 이달 내에 열어야 한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번 삼성 인사 방향에 대해 기본적인 원칙인 성과주의를 근간으로 '안정 속 변화'를 키워드로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서 대폭 인사로 조직을 흔들면 자칫 미래 경쟁력 훼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DS 부문장), 김현석 사장(CE 부문장), 고동진 사장(IM 부문장) 등 3인 대표체제는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선 우세하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52)이 삼성 스마트폰사업을 총괄하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50대 초반인 노 사장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면서 무선사업부 50대 중·후반 임원은 대부분 물러날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무선사업부장을 겸임해온 고동진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장(사장)은 IM부문 대표이사만 맡는다.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부회장)과 김현석 CE(소비자가전) 부문장(사장)도 삼성전자 대표이사직을 유지한다.
금융 계열사에서 일부 CEO가 용퇴 의사를 밝혔다는 설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어 세대교체 차원의 일부 교체가 예상된다.
준법을 강화하는 차원의 조직 신설·확대, 젊은 임원 발탁 등 변화도 예상되고 있다.
이 부회장 재판부가 전문위원단을 꾸려 '준법감시위' 실효성을 점검하기로 하면서 재판부의 눈높이에 적극 부응해야 하고, 준법감시위도 2월 초 출범하는 등 삼성이 변화의 기점을 맞고 있어 이번 인사가 매우 중대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게 재계의 관측이다.
[위키리크스한국= 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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