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무엇이 문제인가③] '총장 겸 법무장관'이 낳은 美특검 위헌론 재현하는 공수처
[공수처 무엇이 문제인가③] '총장 겸 법무장관'이 낳은 美특검 위헌론 재현하는 공수처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01.21 18:56
  • 수정 2020.01.22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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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꿈꾸는 추미애 구상과 공수처는 모순
총장 겸 장관 美 법무 시스템이 특별검사 낳아
'장관 해임 불가' 변형된 특검은 폐지 뒤안길로
대안은 감사원·헌재처럼 독자 기관으로 '개헌'
'공수처=행정기관'으로 전면 수정하는 방법도

 

[편집자주] 위키리크스한국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77명 중 찬성 160명으로 가결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법안의 문제점을 대한민국헌법과 수사 체계를 담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조문을 토대로 분석, '공수처 무엇이 문제인가'를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연재는 ①헌법 근거 없는 공수처 검사를 시작으로 ②우려되는 부패범죄 총량 감소 ③특별검사 위헌론과 비교하는 공수처 위헌론 ④전문가 제언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비직제 수사조직은 시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 설치할 것을 대검찰청에 특별히 지시하였음"

검찰청 직제를 바꾸는 대통령령 '검찰청 사무기구 규정' 개정안이 상정된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검찰청 직제를 바꾸는 대통령령 '검찰청 사무기구 규정' 개정안이 상정된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대검에 하달한 특별지시다.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검찰사무규정)에 없는 임시 조직을 두지 말라는 게 핵심이다. 추 장관은 구체적으로 비(非)직제 수사조직인 수사단이나 수사팀을 설치하지 말라고 했다. 이같은 지시를 반영한 검찰사무규정 개정안은 이례적으로 입법예고 절차 없이 21일 국무회의에 상정돼 그대로 통과됐다.

조직 이름에 '특별'이 붙는 이들 조직은 검찰총장 지시로 구성된다. 특별수사통 해체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견제가 진짜 목적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윤 총장은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에 비직제기구인 '특별공판팀'을 꾸렸다. 명분은 사법농단 수사 공소유지다. 5년 만에 재수사에 나선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역시 "처벌 전제 아닌 부분도 수사하라"는 윤 총장 지시로 지난해 11월 발족했다. 두 비직제 조직 모두 특수통으로 구성됐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 검찰총장이 되려는 법무부 장관

추 장관 행보에 법적 근거는 있을까. 검찰청법 제5조는 "검사는 소속 검찰청의 관할구역에서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수사에 필요할 때에는 관할구역이 아닌 곳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예외를 뒀다. 검찰총장은 제12조 제2항 "검찰사무를 총괄하며"를 근거로 검사를 비직제 조직에 넣고 뺄 수 있다. 추 장관이 법에서 보장한 검찰총장 집행권마저 통제하고자 한 셈이다. 

반면 법무부 장관은 검사를 상대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제한된다. 장관은 이 법 제8조에 따라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이지만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까닭이다. 수사는 구체적 사건을 다루는 검찰사무다. 총장 의지를 담아 수사팀을 새로 만드는 일에 장관이 관여할 수 없는 이유다. 

추 장관 특별지시엔 미국에서처럼 검찰총장을 겸하는 법무부 장관이 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미 법무부 장관은 법무행정과 검찰사무를 함께 총괄한다. 미 법무부 장관이 특별검사를 임명하면서 동시에 해임할 수 있는 것도 이같은 구조 덕분이다. 검찰총장 명으로 특정 검사 비위를 수사한 뒤 그 직을 마치는 한국의 특임검사제를 닮았다. 

더욱이 추 장관 구상은 정작 취임 직후 도입이 확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어울리지 않는다. '총장 겸 장관' 구도를 구현한 미 특검이 행정권 일부에 다시 편입되는 방식으로 위헌 시비를 피했지만 한국 공수처는 그렇지 못한 까닭이다.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0일 제1야당 자유한국당 퇴장 속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사진=연합뉴스]

◇ 해임되지 않는 공수처장

공수처검사는 고위공직자범죄 사건 수사권과 판사·검사·경무관급 경찰공무원 직무범죄 공소권을 갖는다. 수사권과 공소권은 행정부가 사법부에 재판을 구하는 소추권을 이루기 때문에 행정권 일부로 분류된다. 그런데도 공수처는 행정부 조직이 아니다. 지난 7일 공포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제3조 제2조는 "수사처는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고 했다. 

공수처가 독립기구인 것에 맞춰 공수처장 역시 독립기구 수장으로 3년인 임기가 보장된다. 이 법 제14조는 "처장은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해임 또는 퇴직의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밝히고 있다. 

공수처 설치법은 공무원을 상대로 한 대통령의 해임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단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추천 인사 2명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만을 설계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법무부 장관과 장관급 검찰총장 모두 해임될 수 있는 것과 다르다. 

 

법무부 장관이 해임할 수 없는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게 한 장본인인 리처드 닉슨(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현재 특별검사 수사 대상이 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AFP]
법무부 장관이 해임할 수 없는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게 한 장본인인 리처드 닉슨(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현재 특별검사 수사 대상이 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AFP]

◇ 삼권분립 위반 시비 속 사라진 美독립특검

미국은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연방정부 성립 때부터 있던 기존 특검제와 다른 '해임되지 않는 특검'을 도입했다. 특검 해임을 거부하는 법무부 장관과 차관이 연거푸 사임하자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차관보를 통해 목적을 달성한 전력 때문이다. 

'토요일밤의 대학살'로 불린 이 사건을 계기로 1978년 특검 개혁안이 포함된 공직자윤리법이 제정됐다. 개정 특검법은 5년마다 시효 연장을 결정하는 한시법이고, 특검 임명은 법무부 장관이 아닌 콜롬비아 지구 연방항소법원이 하게 됐다. 하지만 이 특검법은 삼권분립 위반 논란 끝에 1999년 추가 연장되지 못해 사실상 '독립 특검'은 폐지됐다. 해임 권한은 다시 미 법무부 장관에게 돌아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 민간인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오른쪽) 특별검사와 수사대상에 올려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 민간인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오른쪽) 특별검사와 수사대상에 올려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 韓특검과 공수처는 다르다

해임되지 않는 특검이 미국에서 사라진 반면 한국에선 계속 존재하는 사실에 비춰 공수처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하지만 이 주장은 특검이 제한적 대상만을 수사한 뒤 공소유지를 마치면 자동 소멸해 헌법을 위배하는 정도가 크지 않다는 점을 얘기하지 않는다. 공수처는 검찰처럼 계속 존재하는 상설 수사기관이다. 

국가인권위원회나 국민권익위원회처럼 상설 독립기구가 존재하는 만큼 공수처 역시 문제없다는 주장도 있다. 공수처가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수사기관이란 점을 애써 무시하는 시각이다. 인권위와 권익위는 그와 달리 침해된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기관이다.  

◇ 공수처 대안은

추 장관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2017년 9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형사사법의 막강한 권한을 검찰은 배타적으로 행사해 왔다"며 "구조적으로 정치권력이 검찰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한에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연설이 정치적 문법에 그치지 않는 소신에 가깝다면 추 장관은 출범 전 공수처 성격을 재검토하는 게 이치에 맞다. 대안으로는 헌법을 개정해 행정부 소속이 아니면서 감사원이나 헌법재판소처럼 복합적인 독자기관으로 공수처를 분리하는 법이 꼽힌다. 여전히 실질은 행정권 행사가 아니냐는 이론이 있지만 이 지적이 헌법보다 우월할 수는 없다. 삼권분립과 공수처 모두 헌법에 근거를 두는 상황인데, 대한민국헌법은 일부 선진국과 달리 헌법원칙 사이에 무엇이 우선인지 정해놓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개헌이 어렵다면 행정부 소속을 전제로 공수처 설치법을 개정하는 방안이 있다. 공수처 설치법 대전제인 '공수처에 공수처검사를 둔다'를 '공수처에 검사를 둔다'로 바꾸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공수처검사가 헌법에 근거를 둔 검찰청검사와 어떻게 다른 것인지 논란이 사라진다. 

공수처검사는 헌법에 없다. 존재하는 건 검사뿐이다. 공수처에 검사를 두면 검찰청과 경찰청을 각각 기소청과 수사청으로 이원화하는 이번 정부 검경수사권 조정 방향에도 부합한다. 현재 민주당은 공수처검사 역시 헌법상 검사여서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본질이 기소청인 검사가 왜 일부 범죄에만 기소권을 가지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검찰청과 공수처에 모두 헌법상 검사를 두는 쪽으로 공수처 설치법을 재정비하면 맞물리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도 같이 고쳐야 한다. 검찰청법 제2조 제1항은 "검찰청은 검사사무를 총괄한다"고 정했다. 공수처에 적을 둔 검사가 검찰총장 지휘를 받을 수는 없으니 "검찰청은 공수처 소속 검사를 제외한 검사 사무를 총괄한다"고 바꾸는 게 자연스럽다. 

이어 "검사는 관할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구속영장을 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고"라고 정한 형사소송법 제201조 제1항 역시 수정이 필요하다. 다른 조항에서 '검찰청' 이란 세 글자를 명시한 상태에서 풀어낸 문장이라 검사가 '검찰청 소속 검사'로 한정돼 해석된다. 

 

지난 2017년 9월 5일 자유한국당이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보이콧하자,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는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9월 5일 자유한국당이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보이콧하자,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는 추미애(가운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도부. [사진=연합뉴스]

◇ '법과 제도로 수렴되는'이 아닌 '법과 제도를 수렴하는'

추 장관은 2년 4개월 전 교섭단체 연설에서 검찰이 주도한 적폐청산 목적은 '법과 제도로 수렴되는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가 돼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집권당이 다수표를 어떻게든 구성해 바꿀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수렴하는 건 헌법이다. 헌법 근거 없는 공수처검사를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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