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가상통화 거래실명제 논란 확산... '금융실명제처럼 실명으로' vs '법률적 근거 없다'
[포커스] 가상통화 거래실명제 논란 확산... '금융실명제처럼 실명으로' vs '법률적 근거 없다'
  • 최종원 기자
  • 기사승인 2020-01-24 06:23:43
  • 최종수정 2020.01.24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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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6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정부의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위헌확인 공개 변론 시작을 기다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6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정부의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위헌확인 공개 변론 시작을 기다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2018년 1월 시행한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위헌' 여부가 성립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심화되고 있다.

헌재는 지난 16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정부의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등 위헌확인(사건번호 2017헌마1384)'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 대한 청구인과 피청구인, 참고인을 소환해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핵심 쟁점은 금융위가 지난 2017년 12월 시중 은행들을 상대로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가상계좌 제공을 중단토록 한 조치와 2018년 1월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시행한 것이 위헌인지 여부다.

2017년 12월 28일, 정부는 암호화폐 투기가 만연한 당시의 상황이 염려된다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개최해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을 수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이 거래소에 제공하던 가상계좌는 전면 중단됐고, 실명계좌 기반의 암호화폐 거래만 허가됐다.

■ 금융실명제 표방한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법률적 근거 없다" vs "자금세탁 위험 방지"

헌법소원을 청구한 정희찬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금융 산업에서 금융위원회의 지위를 고려했을 때 정부의 암호화폐 특별대책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위헌'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가가 공권력을 행사해 어떤 제재를 가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따라야 하는데 금융위원회가 법률적 근거 없이 시중은행에 가상계좌 신규 제공 금지 조치를 내렸다"며 "헌법은 정녕 금융위에 이런 초월적인 권한을 부여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이는 법률유보의 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김영삼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시행했을 당시에도 이런 방식으로 시행했다면 위헌이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실명제는 1993년 8월 1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긴급명령권을 발동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금융실명제)'을 전격 지시하였다. 긴급명령권은 헌법상 인정되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주요 내용은 실명확인이 되지 않은 계좌의 경우 인출을 금지하고, 한 번에 3천만원 이상의 인출을 할 경우 국세청이 자금세탁 여부를 조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을 골자로 한다.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도 이와 비슷하다. 실명제 시행 전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CMS코드 인식을 통해 가상계좌에 돈을 입금한 입금자들을 구별했는데, 해당 가상계좌는 은행에서 발급한 계좌가 아니기 때문에 입금자의 실명을 확인할 수 없었다.

금융위는 실명확인이 되지 않은 가상화폐 거래가 자금세탁 등 불법적 용도로 쓰일 수 있다고 우려해 지난 2018년 1월,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실시했다. 이는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자들이 해당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시중은행의 계좌를 개설한 뒤, 고객신원인증(KYC)을 통과해야 가상통화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다.

이에 대해 피청구인 금융위 측 대리인은 "가상통화를 거래하려는 투자자들은 거래소와 계약한 은행에 실명확인을 받아 계좌를 개설하고, 거래소는 은행을 통해 정보를 확인해 거래를 승인하는 방식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해당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미비했다"며 "근거가 없어도 금융위는 금융기관 인가권, 인가 취소권, 감독권, 심지어 인사권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시중은행이 조치를 거부할 실질적인 위치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공개변론 당시 이선애 헌법재판관도 금융위 측 대리인에게 "금융위가 가상계좌 제공을 중단토록 한 조치에 법률적 근거가 있었는가"라고 질의하자 대리인은 "법률상 근거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시인했다. 

대리인은 다만 "자금세탁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해당 조치가 기본권 침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중단 조치도 은행의 판단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어 금융위가 강제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금융실명제 시행의 발판이 된 '긴급재정경제명령'도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심판 대상이 된 경우도 있다. 당시 청구인 측은 긴급재정경제명령이 정말 '긴급한 이유로' 발동이 된 것이 맞는지(헌법 제 76조 1항), 법률이 아닌 긴급 조치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해도 되는지를 두고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해당 청구를 기각시켰다. 법률적 근거는 '긴급명령권'이라는 헌법상 대통령 권리에 의해 마련됐고, 그 당시 대부분의 국민이 금융실명제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었기에 재산권 침해 여부보다 위기 상황이 더 심각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융실명제 사례와 비교하면 지금의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는 대통령의 '긴급명령권' 하에서 시행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률적 근거는 비교적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청구인과 피청구인 측의 논의 내용과 참고인의 진술을 토대로 정부의 가상통화 특별대책 발표가 헌법에 위배되는지에 대한 최종 결론을 조만간 공표할 예정이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sus@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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