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입법 앞두고 가상화폐 거래소 고립무원... "실명계좌 발급 요건 명문화 시급"
특금법 입법 앞두고 가상화폐 거래소 고립무원... "실명계좌 발급 요건 명문화 시급"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0.01.28 16:17
  • 수정 2020.01.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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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한 4대 거래소들.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한 4대 거래소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명운을 결정지을 실명계좌 계약 연장이 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다수의 거래소들이 시중은행에 "실명계좌 발급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촉구하고 나섰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시중은행 실명계좌 연장 계약이 이달 말 종료된다. 해당 거래소들은 지난 2018년 1월부터 6개월 단위로 시중 은행 한 곳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업비트는 IBK기업은행,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고 있다.

다만 4대 거래소 외에 다른 거래소들 중에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곳은 없다. 해당 거래소들은 '벌집계좌'라 불리는 법인계좌 아래 이용자들의 입출금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에서는 실명계좌 보유 여부를 거래소의 신고요건으로 규정함에 따라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대다수 거래소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상당수의 거래소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보안이나 자금세탁방지(AML) 수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중소 거래소들은 여전히 실명계좌를 부여받지 못하게 돼 사실상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예상이 현실화되면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의 경쟁을 약화시켜 소수 거래소들의 불공정 행위를 유발, 소비자 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한 변호사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동시에 특금법 개정안에 실명계좌를 받을 수 있는 요건에 대해 규정하지 않은 것도 개선점으로 지적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GOPAX) 관계자는 "특금법의 제정 근거로 실명인증 계좌 발급과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의무화가 채택됐는데 발급 조건이 명확하지 않다"며 "거래소들이 실명계좌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시중은행에서 좀 더 구체화된 요건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금융위원회가 시중은행에 따로 지침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실명계좌 발급에 대한 정치적 리스크는 은행이 지기 때문에 쉽게 실명계좌를 열어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특금법 이슈가 있었을 때 실명계좌 발급 요건을 명확히 해달라고 공청회에서도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도 "실명계좌 발급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그에 맞춰 진행하면 되는데 전적으로 금융권의 판단에만 맡겨져 있다"고 비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생사여부가 걸린 실명계좌 계약을 시중은행이 어떠한 지침도 없이 단 4개의 거래소만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행태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암호화폐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특금법 개정안 통과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금법이라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보호를 받으며, 법안 아래에서 명확한 규제가 이뤄져야 투자자들이 거래소들에게 가상자산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인사' 파동에 지연되는 지난 1월 9일 국회 본회의 현장. [사진=연합뉴스]
'검찰인사' 파동에 지연되는 지난 1월 9일 국회 본회의 현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특금법 개정안은 한국이 속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기준을 정함에 따라 의결됐다. FATF는 지난해 5월 가상자산을 통한 AML이 시급하다고 보고, 가상자산의 송수신에 관한 내역을 금융정보원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이는 가상자산이 자금세탁·테러자금원조 등의 목적으로 쓰이는 리스크가 존재함에 따라 암호화폐 관련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에 대한 보호 정책은 필요하다는 배경에서 시작됐다. FATF의 회원국들은 내년 5월까지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관련 입법을 마쳐야 한다.

특금법의 경우 FATF 회원국에 대한 가상자산 관련 AML 이행점검이 오는 6월에 이뤄지기 때문에 5월까지는 입법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특금법이 비쟁점 법안이라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곧바로 통과될 가능성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4.15 총선 선거구 획정이라는 중요한 안건이 걸려있어 통과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상당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총선 선거구 획정 외에도 각종 민생 법안의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법사위도 통과하지 못한 특금법이 2월 임시국회에서 의결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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