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프리즘] 윤석열 '출장 형식 특별수사팀' 가능... '과거사조사단' 덫에 걸린 추미애
[WIKI프리즘] 윤석열 '출장 형식 특별수사팀' 가능... '과거사조사단' 덫에 걸린 추미애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02.04 16:08
  • 수정 2020.02.0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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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에 출장 형태로 검사 근무
'비직제수사조직' 금지 추미애 특별지시가 무력한 이유
'청와대 선거개입' 공소유지에 신봉수 차장검사도 출장
'출장 특별수사팀' 꾸리면 '윤석열 사단' 부활도 가능해

 

지난달 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예방한 뒤 정부과천청사를 빠져나오는 윤석열(왼쪽) 검찰총장과 다음날 출근하는 추 장관.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예방한 뒤 정부과천청사를 빠져나오는 윤석열(왼쪽) 검찰총장과 다음날 출근하는 추 장관.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7월 26일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당 대표실을 방문한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과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7월 26일 추미애 (왼쪽)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당 대표실을 방문한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과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검 진상조사단 6개 팀에 검사 한 명씩을 추가 파견할까 합니다"(박상기)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 빼내면 일선에서 난리 납니다"(박균택)

"성추행 조사단 파견이 끝난 검사를 데려오는 건 어때요?"(박상기)

"그럼 해보겠습니다"(박균택)

지난 2017년 11월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균택(왼쪽) 법무부 검찰국장과 박상기 장관.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11월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균택(왼쪽) 법무부 검찰국장과 박상기 장관. [사진=연합뉴스]

◇ 파견검사와 출장검사의 동거

지난 2018년 3월 어느 날, 박균택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은 전화 한 통을 받고 장관실 문을 두드렸다. 박 국장을 호출한 박상기 당시 장관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대검찰청 산하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에 검사 파견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질문이었다. 박 장관은 자문기구인 '검찰과거사위원회'로부터 조사 인력 증원을 요구받은 터였다. 

그해 2월 6일, 과거사위가 정한 범위에서 재조사를 맡게 된 진상조사단은 법학 교수 2명, 변호사 2명, 검사 1명이 한 팀을 이룬 6개 팀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재조사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난관에 봉착했다. 본업이 있는 외부위원 교수와 변호사는 일주일에 한 번 사무실을 들렀다. 수사기록은 외부 반출이 불가능하니 서울동부지검 청사 안에서만 열람하라는 대검 기획조정부 지침을 따른 탓이다. 

결국 내부위원인 검사가 사건검토를 맡는 것으로 역할분담이 이뤄졌다. 그런데 수만 쪽이나 되는 수사기록을 검사 1명이 검토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이같은 민원을 진상조사단에서 과거사위에 전달했고, 과거사위는 재차 장관에게 전한 것이다. 

검사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박 국장으로선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검사 한 명을 파견 형식으로 빼 오려면 해당 검찰청 검사장뿐 아니라 그 아래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눈치까지 봐야 했다. 고민하는 박 국장에게 박 장관은 묘안을 제시했다. 역시 동부지검에 사무실을 꾸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에 파견됐다가 그 기간이 종료돼 복귀 예정인 검사를 재파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해보겠다"는 박 국장의 말은 곧장 실행되지 못했다. 그러자 검찰총장이 나섰다. 과거사위 관계자들과 밀도 있는 소통 중이던 문무일 당시 총장은 장관 승인이 필요한 파견 명령에 필요한 사전 작업을 마무리했다. 검사 누구누구를 파견하는 게 좋을지를 기조부에서 정리해 검찰국으로 보내온 것이다. '출장 명령' 형식으로 일하던 기존 검사 1명과 '파견 명령' 형식으로 배치된 새 검사 1명이 조를 이뤄 기록검토를 하게 된 배경이다. 

 

지난 10일 '비직제 수사조직' 특별지시를 내린 당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비직제 수사조직' 특별지시를 내린 당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비직제 금지' 추미애 특별지시는 특별할 수 있을까

진상조사단 사례는 검찰총장 출장명령 형식으로 얼마든지 비(非)직제 수사조직 출범이 가능하다는 걸 말해준다. 법무부 장관 결재와 승인이 필요한 파견명령에 근거해 검사를 증원하면서도 기존 출장명령 형식 검사들의 신분은 바뀌지 않았다. 장관이 인사권을 앞세워 비직제 수사조직을 승인해주지 않겠다 해도 총장이 출장을 명령하면 그뿐이다. 

앞서 추 장관은 취임한 지 일주일만인 지난달 10일 '비직제 수사조직 설치 관련 법무부장관 특별지시'를 대검에 하달했다. 추 장관은 이 지시에서 "비직제 수사조직은 시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 설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이같은 추 장관 지시는 말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정부 초대 장관인 박 장관이 '출장검사'와 파견검사' 동거를 문제 삼지 않았는데, 그 전례를 후임이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달 13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취임식에 참석한 신봉수 당시 2차장.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3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취임식에 참석한 신봉수 당시 2차장. [사진=연합뉴스]

◇ 영전에서 좌천까지 6개월, 좌천에서 부활까지 6일

실제 추 장관 특별지시가 전혀 특별하지 않다고 드러나는 데에는 19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 수사결과 발표가 있던 지난달 29일 당일 법무부엔 추 장관이 뜨악할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그달 23일 인사발표에서 다음 달 3일 자로 평택지청장 발령이 정해진 신봉수 2차장이 검찰총장 '출장 명령' 형식으로 이 사건 공소유지를 맡는다는 얘기였다. 

지난해 8월 중앙지검 공안 수사를 책임지는 2차장으로 부임한 신 차장을 6개월 만에 평택지청장으로 전보한 이번 인사를 두고 좌천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당초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오는 4월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범 수사까지 맡길 계획으로 법무부와 협의해 신 차장을 2차장에 올렸다. 그런데 본인들을 수사해오자 내친 것이다.

이같은 평가를 추 장관이 부인하기는 어렵다. 추 장관은 지난달 3일 취임사에서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민주적 통제란 결국 인사를 말한다. 검사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제청할 수 있는 권한을 검찰청법이 본인에게 부여한 만큼 합법적 권한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이번 중간간부급 인사에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총장이 신 차장을 공소유지 명목으로 '청와대 선거개입 수사팀'에 재차 합류하게 하면서 추 장관은 '영'(令)이 서지 않는 장관이 돼버렸다. 추 장관이 계획에 없던 지난 3일 열린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정기회에 참석,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최고 지휘·감독권자"라며 검찰 수뇌부를 두고 "아직까지 그것을 실감 있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아닌 것 같다"고 작심 발언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4일 점심 웃는 얼굴로 대검 구내식당으로 이동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4일 점심 웃는 얼굴로 대검 구내식당으로 이동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 임기 18개월 남겨둔 윤석열, '출장 특별수사팀' 꺼내들까

엄밀히 따지면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를 잔여 수사팀과 공소유지팀으로 나누고, 공소유지팀을 신 차장이 지휘하도록 윤 총장이 명령한 걸 비직제 수사조직이 새로이 만들어졌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추 장관이 비직제 기구로서 발족을 금지한 건 '수사 조직'이지만 신 차장이 합류한 곳은 '공소유지 조직'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총장이 결심하면 출장 형식으로 사실상의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가령 특별수사 사건인 경우 중앙지검 반부패수사1~2부에 사건을 배당한 뒤 압수수색 전후로 수사팀을 증원할 때 출장명령으로 총장이 믿고 쓰는 검사를 데려오는 식이다. 6개월 만에 단명한 '윤석열 사단'이 부활할지는 임기가 1년 6개월가량 남은 윤 총장 의지에 달렸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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