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大法 "피해자 있는 직권남용만"... 靑 하명, 김기현 수사 '미온 수사팀' 경질한 황운하 운명은 
[WIKI 프리즘] 大法 "피해자 있는 직권남용만"... 靑 하명, 김기현 수사 '미온 수사팀' 경질한 황운하 운명은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20-02-05 17:48:13
  • 최종수정 2020.02.0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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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판결 노정희·안철상 "결과 빠진 과정 기소 문제"
특검, 직권남용 결과 '좌파 예술인' 지원배제 공소사실 제외
청와대 하명수사 검찰 기소 역시 '낙선 피해자 김기현' 빠져
대법 선고 직후 기소 수사팀, 조국·임종석 추가수사에 명분
지난해 11월 27일 대전지방경찰청 브리핑룸에서 '하명 수사' 관련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황운하 당시 대전지방경찰청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7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경찰청 브리핑룸에서 '하명 수사' 관련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황운하 당시 대전지방경찰청장. [사진=연합뉴스]

직권남용 상대방이 공무원이면 법령상 의무가 있는지 따지라는 '블랙리스트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사건' 재판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검찰 수사 결론은 청와대 명으로 경찰이 수사했고 이 과정에서 반기를 든 경찰관들이 수사팀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무권한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할 경우 처벌하는 형벌 조항이다. 블랙리스트 사건과 달리 이 사건은 권리행사 방해 여부가 쟁점이다. 블랙리스트 판결은 '의무없는일'을 정의하면서 그 폭을 '법령상'으로 좁혔다. 이 사건 '권리행사방해' 역시 법령상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가 4일 '공소장 공개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인사 조치된 경찰관들에게 어떤 법령상 권리가 있는지는 법정에서야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찰공무원법과 경찰공무원임용령에 '1년 내 전보 제한' 규정이 있어 검찰이 이점을 입증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경찰관들은 정말 '실체적 피해자'인가,라는 물음이다.  

지난해 12월 31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경찰청 청사에서 열린 이임사에서 호흡을 고르는 황운하 당시 대전지방경찰청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1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경찰청 청사에서 열린 이임사에서 호흡을 고르는 황운하 당시 대전지방경찰청장. [사진=연합뉴스]

◇ '하명수사 사건' 유일한 직권남용='황운하 인사조치'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가 공개한 수사 결과와 지난 4일 법무부가 공개한 이 사건 공소사실 요지를 종합하면 재판에 넘겨진 13명 중 직권남용죄가 적용된 피고인은 황운하 경찰인재개발원장(치안감)이 유일하다. 

검찰에 따르면 황 원장은 지난 2017년 9월 울산청장으로 근무하면서 송철호 당시 울산시장 더불어민주당 후보로부터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수사를 청탁 받은 혐의가 있다.

다음 달 황 청장(범죄 당시 직위)은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이 청와대 파견 경찰을 통해 경찰청에 내려보낸 범죄첩보서를 전달받았다. 이 첩보는 청와대가 송 후보 측근에게서 받은 정보를 재가공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송 후보(범죄 당시 직위·현 울산시장) 측과 황 청장이 김 시장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기로 교감한 뒤 사후 명분으로 첩보 유통 경로에 청와대를 끼워 넣었다고 본다. 

검찰이 의심하는 범행 동기는 문재인 대통령 '30년 지기' 송 후보 당선이다. 이것 말고는 국정상황실·민정수석실(수사 상황 접수), 정무수석실·인사비서관실(당내 경선 포기 회유), 민정·반부패비서관실(첩보 보고서 접수/재가공), 사회수석비서관실·균형발전비서관실(공약 수립 지원)이 역할을 나눠 관여한 사실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은 '청와대-경찰-송병기'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범으로 묶었다. 그런데 이중 황 청장에게만 직권남용죄를 추가 적용했다. 공개된 공소사실 요지에 따르면 그는 "2017년 10월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관들을 인사 조치"했다. 지방경찰청장에게 주어진 인사권을 선거 개입 목적으로 부당하게 사용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이때 직권남용 결과가 권리행사 방해다. 수사에 미온적이란 이유만으로 수사팀에서 배제당한 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인사발령받을 권리'가 침해된 것이란 논리다. 그래서 '30년 지기를 당선시켜라'라는 범행 동기가 중요하다. 수사 목적이 불순해야만 수사에 저항할 수 있는 법이다. 검찰에게 남은 건 재판에서 이들 경찰관들에게 그러한 권리가 법령에 있으며 침해받은 전례가 없음을 입증하는 일이다.

지난 4일 국회 정론관에서 '울산시장 부정선거 관련 기자회견'에 나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국회 정론관에서 '울산시장 부정선거 관련 기자회견'에 나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사진=연합뉴스]

◇ 검찰 공소사실에 피해자, 김기현이 사라졌다

문제는 피해자가 실종됐다는 점이다. 블랙리스트 판결에서 주심 안철성 대법관과 노정희 대법관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검찰이 전제한 '좌파 문화예술인 문화예술기금 지원 배제 행위'가 정작 소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피해자는 예술인인데도 특검이 피해자 자격을 부여한 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법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소속 직원이다. 세 법인 직원이 청와대와 문체부 압박에 못 이겨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을 넘겼다는 게 공소사실이다. 

형식상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 역시 청와대·문체부에게 피해를 입었지만 예술인에겐 역시 가해자일 뿐이다. 이들이 협조하지 않았다면 범죄는 발생할 수 없었다. 두 대법관이 "과정의 행위를 한 사람은 최종 행위에 대해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범이 될 수 있고"라고 지적한 이유다. 

그렇다면 황 청장에게 인사 조치된 경찰관들은 피해자가 맞을까. 외관상 청와대 하명 수사 사건에서 '수사팀 배제 경찰관'은 블랙리스트 사건에 등장하는 '문예기금 배제 예술인'에 상응한다. 

다른 점도 있다. 문예기금 지원에서 배제된 예술인들은 가해-피해 구도의 종착지이지만, 수사팀에서 배제된 경찰관들은 다르다. 하명 수사 목적이 송 후보 당선이었던 만큼 최종 피해자는 낙선한 김 시장(범죄 당시 피해자 직위)이다. 

하지만 검찰은 김 시장을 피해자로 직권남용죄를 구성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공공수사2부가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다음날 황 청장이 "검찰이 조사 한 번 없이 제게 덮어씌운 죄명에 정작 하명수사는 없었다"라고 반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황 청장 말대로 검찰이 '하명 수사로 인한 김기현 낙선'을 기소했다면 피해자는 경찰관들이 아닌 김 시장이 된다. 공소사실에서 실제 피해자가 증발한 만큼 재판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3월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리는 수석ㆍ보좌관회의에 앞서 차담화 중인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당시 민정수석.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8년 3월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리는 수석ㆍ보좌관회의에 앞서 차담화 중인 임종석(왼쪽) 당시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당시 민정수석. [사진=연합뉴스]

◇ 조국·임종석 추가수사 명분된 블랙리스트 판결문

다만 "인사 조치된 경찰관 역시 독립적인 피해자"라고 검찰이 주장한다면 재판부가 달리 볼 가능성도 있다. '안철상·노정희 보충의견'은 "과정의 행위도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가벌성이 있는 경우에는 함께 소추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 경우에도 두 대법관은 "최종 행위를 기소하지 아니한 채 과정의 행위만을 기소하여 직권남용의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지도록 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검찰이 청와대 각 비서실을 아우르는 인사를 주범으로 하명 수사 자체를 직권남용으로 기소 않는다면 다소 싱겁게 무죄가 나올 수 있는 셈이다.

검찰도 이같은 점을 의식하고 있다. 공공수사2부는 지난달 29일 오후 3시쯤 황 청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공교롭게도 한 시간 전쯤에 대법원에서 블랙리스트 판결이 있었다. 수사 결과 발표에서 "나머지 관련자에 대하여도 순차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괜히 덧붙인 게 아니란 뜻이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이 공공수사2부 검사를 11명에서 14명으로 늘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찌 보면 두 대법관이 검찰에게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추가 수사하라고 명분을 모양새다. 직권남용죄 법리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전합에 올라 정리된 만큼, 하명수사 건이 대법원까지 가면 전합이 아닌 4개 중 하나 소부에 배당된다. 두 대법관이 속한 2부가 이 사건을 심리할 확률은 25%다. 

결국 하명 수사를 직권남용을 묶지 않아 무죄가 선고되는 걸 검찰이 바라지 않는 이상 추가 기소는 필연이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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