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원태·조현아 지분대결 ‘박빙’...‘소액주주’ 바닥민심은 어디로?
대한항공 조원태·조현아 지분대결 ‘박빙’...‘소액주주’ 바닥민심은 어디로?
  • 양철승 기자
  • 승인 2020.02.05 19:18
  • 수정 2020.02.05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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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우호지분 격차 1%선, 개미주주가 캐스팅보트 쥘 수도
블라인드 앱의 한 투표서 조 회장 지지율 60%로 조 전 부사장 압도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사진=연합뉴스]
한진그룹의 경영권 향방이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의해 갈릴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지지를 전격 선언하면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도발로 개전된 한진家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소액주주들에 의해 판가름 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은 오는 3월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각자 소액주주 표심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호지분 격차 1.47% 박빙=지난 4일 이 고문과 조 전무는 “한진그룹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한다”면서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날 두 사람은 입장문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도 덧붙였다.

외부 세력과 연대한 조 전 부사장보다는 조 회장의 편에 서는 것이 한진가의 경영권 유지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조 회장은 자신의 지분 6.52%와 이 고문 5.31%, 조 전무 6.47%, 특수관계인(정석인하학원·정석물류재단·일우재단·친족·한진 임원) 4.15%에 우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10%, 카카오 1%를 더해 최대 33.45%의 우호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조 전 부사장 6.49%, KCGI 17.29%, 반도건설 8.2% 등 3각 연합의 의결권 유효 지분 합계 31.98%를 근소하게 앞서면서 큰 고비를 넘긴 것이다.

하지만 단 1.47%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우위다. 게다가 한진칼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단순한 우위를 넘어 주총 출석 주주의 과반수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진칼 주총 참가 지분(77.18%)을 감안할 때 과반 이상의 표를 얻으려면 양측 모두 적게는 5~6%, 많게는 10~11%대의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모두 주총까지 남은 시간 동안 국민연금(4.11%)을 위시한 기관투자자는 물론 개미투자자가 보유한 단 1주의 지분이라도 끌어모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조 회장이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일부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우한 교민 송환 전세기에 동승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나 지난달 23일 대한항공이 해외 여행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행사를 돕기 위해 자사와 계약을 체결한 전국 약 800여개 여행사에 일본 노선 판매액의 3%를 매월 지급키로 하는 등 상생에 적극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그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맞서 조 전 부사장 또한 이 고문과 조 전무의 입장문이 공개된 지난 4일 KCGI를 통해 일반 주주들로부터 한진칼 주총에서 제안할 이사를 추천받겠다고 공표하며 소액주주 포용 전략을 가시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좌측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바닥민심은 조 회장에게 방끗=일련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현재 바닥민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관련기사의 댓글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를 분석한 결과, 일단 조 회장 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조 회장이 지난 2003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여러 부서를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고, 지난해 4월 회장 취임 이후 직원들을 보듬으며 대과(大過) 없이 안정적 리더십을 보여준 점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조 전 부사장은 ‘땅콩회항’ 당사자라는 굴레를 벗지 못한 데다 불투명한 항공업계 경영환경 속에서 경영권 분쟁까지 일으켰다는 감정적 거부감이 상당했다. 한 대한항공 직원은 블라인드 댓글에서 ‘조 회장은 사원들 민심이라도 얻었고, 조 전무는 광고능력이라도 인정받고 있는데, 첫째는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KCGI가 그동안 줄기차게 비난해온 ‘오너 갑질’의 대명사인 조 전 부사장과 연대하면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한항공 노조를 포함한 직원들이 조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도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 가능성을 높여주는 부분이다. 우리사주를 보유하거나 투자목적으로 주식을 가진 직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블라인드 앱에서 소액주주라고 자신을 밝힌 한 이용자가 지난 1일부터 대한항공 직원들을 대상으로 경영권의 향방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지금까지 122명이 참여해 75명(61.5%)이 조 회장의 연임을 지지했다. 이어 38명(31.1%)이 전문경영인 체제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조 전 부사장은 지지자는 단 8명(6.6%)에 불과했다.

투표에 참여한 대한항공 직원들은 댓글에서도 ‘조 회장이 훨씬 낫다. 비교불가’, ‘조 회장은 회사와 함께 직원을 생각하는게 느껴진다’ 등 응원글을 남기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이달 6일 대한항공, 7일 한진칼 이사회에서 기업쇄신방안과 주주친화정책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전문경영인 도입, 호텔사업 매각 등이 언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연 조 회장이 이를 통해 일반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굳히기에 들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블라인드 앱 캡처 화면
블라인드 앱 화면 캡처

[위키리크스한국=양철승 기자]

ycs@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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