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프리즘] 호암 이병철의 ‘文化報國’ 이념과 CJ 이재현 회장의 꿈
[재계 프리즘] 호암 이병철의 ‘文化報國’ 이념과 CJ 이재현 회장의 꿈
  • 박정규 / 발행인
  • 승인 2020.02.13 07:44
  • 수정 2020.02.1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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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 25년 적자에도 투자 뚝심… 영화 ‘기생충’으로 결실
K팝, K드라마, K푸드...글로벌 퀀텀점프의 새로운 시작

삼성 휴대폰 반도체- 현대차 자동차 – CJ 문화  ‘글로벌코리아’ 견인

삼성의 휴대폰과 반도체, 현대차의 자동차, CJ의 문화콘텐츠가 '글로벌코리아'를 견인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DB]
삼성의 휴대폰과 반도체, 현대차의 자동차, CJ의 문화콘텐츠가 '글로벌코리아'를 견인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DB]

대한민국 산업의 기초를 닦은 고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과 아산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전쟁으로 초토화된 이 나라에 산업을 일으켜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의 기초를 닦았다.

1950년 당시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로 전세계에서 최빈국 그룹에 꼽히던 대한민국이 오늘날 3만달러 수준으로 도약한 것은 이들 거인(巨人)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하이테크 불모지에서 이병철 회장은 전자산업에 진출할 때 일본 산요전기의 기술을, 정주영 회장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할 때 미국 포드자동차의 기술을 도입, 천신만고의 노력을 거듭한 끝에 기술자립의 기초를 닦았다.

그들이 닦은 토대 위에 후계 경영자들은 새로운 꽃을 피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반도체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자의 반열에서 경쟁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6대륙을 누비며 글로벌 최강의 자동차회사들과 각축을 벌이고 있다.      

‘세계를 진정으로 정복하는 힘은 문화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그동안 문화산업에 묵묵히 투자해왔던 CJ그룹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병철 회장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과 누나 이미경 부회장이 25년간 뿌려온 씨앗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많은 것을 함축한 이벤트였다.

톰 행크스와 샬리즈 세런, 마고 로비 등은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며 "Up(일어나)"을 외치고 있다. [ABC영상 캡쳐]
톰 행크스와 샬리즈 세런, 마고 로비 등은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며 "Up(일어나)"을 외치고 있다. [ABC영상 캡쳐]

이날 대미를 장식한 것은 작품상. 수상작으로 "Parasite(기생충)"가 호명되고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가 수상 소감을 마친 뒤 무대 조명이 꺼지자 객석에서는 소감을 계속하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톰 행크스와 샬리즈 세런, 마고 로비 등은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며 "Up(일어나)"을 외쳤다. 이내 다시 조명이 켜졌고, 책임프로듀서인 이미경 CJ 부회장이 마이크 앞으로 나서자 할리우드 스타들은 환호했다.

마이크를 잡은 이 부회장은 유창한 영어로 ‘기생충’을 사랑해 준 한국의 관객들과 봉준호감독, 제작진과 동생 이재현 CJ 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경 부회장은 할리우드 제작자, 스타들 사이에서 투자자가 아니라 영화제작자로 알려져 있을만큼 전문적인 지식과 열정으로 활약해 왔고, 이날 up! Up! Up! 하는 외침은 바로 이 부회장의 소감을 요청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마이크를 잡은데 대해 일각에서 논란이 있는데, 영화 제작에 관계해온 사람들은 한국의 영화계에서 차지하는 이 부회장의 위상과 역할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이 ‘동생(My Brother) 이재현 회장에게’ 감사의 표현을 한 것에 대해서도 영화인들은 “그룹 최고경영자에 대한 의례적인 표현이 아니라, 그동안 거쳤던 수많은 난관을 압축한 감사 표시였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미경 부회장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수상 소감을 피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경 부회장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수상 소감을 피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CJ 이재현 회장의 문화 프로젝트 출발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0대의 젊은 경영인이었던 이 회장은 1995년 카젠버그, 스필버그와 역사적인 만남을 갖게 됐고,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제작사 드림웍스 설립에 3억달러를 투자해 세계 문화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3억달러면 당시 CJ제일제당 연 매출의 20%가 넘는 거액이었다. “문화사업에 뛰어들었다가는 적자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며, 결국 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는 임원들의 반대가 잇따랐다. 하지만 문화를 새로운 동력으로 삼겠다는 그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이후 이 회장은 1996년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을 설립하고, 2006년 TvN을 세워 문화콘텐츠와 프로젝트의 시너지를 확대해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CJ는 2006년 설립한 CJ문화재단을 통해 젊은 신인 예술인들을 발굴하고 지원해왔다.  CJ문화재단은 튠업, 스테이지업, 스토리업 등 본격적인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 매년 약 50억~60억원을 신인 창작자 지원에 투자하고 있다.

오늘날 전세계에 불고 있는 ‘K팝’ 열풍 역시 초창기부터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고 전세계를 돌며 대규모 콘서트를 펼쳐온 CJ그룹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CJ가 그 동안 문화 산업에 투자한 누적 금액만 따져도 8조원에 육박한다.

CJ는 영화의 경우 '인샬라' 이후 지금까지 300편이 넘는 한국 영화에 투자해 왔다. 물론 상당수는 본전도 못건졌다. 전문가들이 “이건 꼭 대박 터뜨릴 것”이라고 했던 영화들마다 적자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영화는 실패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흥행에 실패했으면 그 이유를 철저히 분석해 다음 작품에 반영하라”며 긍정 경영의 기치를 놓지 않았다.

4,000만 달러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설국열차'는 촬영을 앞두고 해외투자 유치가 어려워졌지만,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제작비 전액을 책임지기로 하고 제작 지원에 나서면서 빛을 보게 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호암 이병철 삼성-CJ 선대 회장과 이재현 CJ 회장
호암 이병철 삼성-CJ 선대 회장과 이재현 CJ 회장

이재현 회장의 문화의 산업화에 대한 강한 열정과 집념은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의 가르침에 따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라는 선대 회장의 문화보국(文化報國) 철학을 토대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문화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경영 철학이라는게 CJ측의 설명이다.

결국 이번 ‘기생충’의 성공은 이재현 회장-이미경 부회장 25년 ‘팀웤’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는 평가다.

서울대 학사, 하버드대 석사 출신인 이 부회장은 CJ의 영화사업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해왔다. 기생충 외에도 '괴물', '마더' 등의 영화에 책임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는 등 이름을 걸고 전문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이재현 회장은 '전략가', 이미경 부회장은 '실행가'로 역할을 나눠 맡은 셈이었고, 적자를 감수하면서 끝까지 문화 산업을 고집한 남매의 뚝심 경영이 드디어 빛을 발한 것이다. 

'기생충'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이 회장의 꿈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CJ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꿈은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월 1~2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한국 문화를 즐기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K팝, K드라마, K영화로 결실을 맺기 시작한 CJ의 글로벌 문화경영. 이번 수상을 계기로 그동안 씨앗을 뿌려온 ‘K푸드’의 성공에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CJ그룹과 이 회장에게 이번 ‘기생충’ 아카데미상 수상은 '글로벌 퀀텀점프'의 새로운 시작인 셈이다.
[위키리크스한국= 박정규 발행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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