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 '핀셋 설치 보직' 첫 검사장, 2012년 "공수처, 영장청구 불가" 연구용역 검토
[단독] 文 '핀셋 설치 보직' 첫 검사장, 2012년 "공수처, 영장청구 불가" 연구용역 검토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02.13 18:11
  • 수정 2020.02.1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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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大檢 '공수처검사, 영장청구 가능한가' 연구용역
보고서 "검사라는 이름만 붙인다고 가능하지 않아" 결론
당시 검토는 文 대통령 지시로 신설된 인권부 초대 부장
권순범 부산지검장. [사진=연합뉴스]
권순범 부산지검장.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에서 검사장 승진과 동시에 대통령 지시로 신설된 보직을 지낸 검사가 과거 중간간부 시절 '공수처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면 위헌'이라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당시 보고서 결론을 검찰이 공식 견해로 채택하지는 않았다. 향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면 이 보고서를 토대로 검찰 안팎에서 위헌 시비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정책기획과는 2012년 6월 19일 서울대 산학협력단과 연구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연구 과제는 '헌법상 검찰의 지위와 검찰권 이원화의 위헌성에 관한 연구'였다. 당시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두고 기획 부서에서 검토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이 연구용역도 그 일환이었다. 

당시 산학협력단 연구책임자는 이효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대검 검찰연구관을 지낸 이력이 있다. 이 교수는 그해 2012년 11월 30일 연구 용역을 마무리하고 91쪽 분량의 '헌법상 검사의 지위와 검찰권 이원화에 대한 헌법적 연구'(사진)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당시 수사권 조정 논의 방향을 검찰권을 두 개 기관으로 나누는 것으로 이해하고, 헌법적 관점에서 가능 여부를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 검사에게 일반 검찰청 검사의 직위를 부여하면 영장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는지 같이 따져봤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당시 국회에 제출된 세 가지 공수처 설치법안을 분석했다. 여기에선 현재 '수사처 검사'로 명칭이 확정된 공수처 검사를 각각 ▲특별검사(양승조 안) ▲특별수사관(김동철 안) ▲특별조사관(이상규 안)으로 불렀다.

이 교수는 이들 공수처 검사에게 해당 법안들이 모두 '검찰청법 제4조에 따른 검사의 직무를 할 수 있다'고 한 점에 주목했다. 공수처 검사가 일반 검찰청 검사와 권한이 같다고 규정한 만큼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검사'에게 부여한 영장청구권 역시 행사가 가능하다는 해석이 따라오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결과적으로 이같은 해석은 '위헌'(違憲)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유는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규정할 당시의 '검사'는 검찰청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검사만을 의미하고 있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1962년 12월 26일 개정된 제5차 개정헌법 제10조 제3항은 "체포·구금·압수에는 검찰관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선언했다. 1961년 9월 1일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영장청구권자가 검사로 특정됐는데 그대로 헌법에 반영된 것이다. 그전까진 영장청구권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었다. 

이 교수는 이같은 헌법 연혁을 두고 헌법재판소 결정을 인용했다. 헌재는 1997년 3월 27일 재판 단계에서도 영장 발부를 위해 검사의 청구가 필요한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1962년 헌법 개정 당시 '검찰관의 신청'이란 문구가 들어간 배경을 살펴봤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검찰관의 신청'이라는 요건을 규정한 취지는 검찰의 다른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확립시켜 종래 빈번히 야기되었던 검사 아닌 다른 수사기관의 영장신청에서 오는 인권유린의 폐해를 방지하고자 함에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 판단은 '검찰관의 신청'이란 문구가 헌법에 계속 존재하는 한 검찰이 아닌 다른 수사기관에 의한 영장청구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 문구는 ▲1972년 개정헌법 '검사의 요구에 의하여' ▲1980년 개정헌법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로 조금씩 바뀌었지만 현재까지 사실상 그 외형을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이 교수는 "현재의 논의는 주로 공수처에 수사권만 주느냐 기소권까지 주느냐 하는 데 집중되어 있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영장청구권과 그로 인한 수사권 부여의 가능성 여부"라며 본질에서 벗어난 당시 수사권 조정 논의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그저 막연하게 법률로써 검사라는 이름만 붙이면 누구나 영장청구를 할 수 있다는, 다시 말해 영장청구를 하려면 검사라고 이름을 바꾸라는 공허한 말 바꾸기 식의 요구가 헌법 규정의 취지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군검찰관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군사법원 제도를 공수처와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헌법은 제110조에서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해 특별법원으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고 한 만큼 특수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남은 방법은 검찰이 공수처 검사가 신청한 영장의 적법성을 검토하는 것인데 이같은 경우는 "결국 (검찰청)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검찰과 독립된 수사기구를 설치하겠다는 본래의 목적은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 말은 공수처는 도입 취지가 독립성에 있는데 검사에게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보장하는 현행 헌법 아래에선 검찰에 종속해야 하니 모순이란 것이다. 

당시 대검에서 이 보고서를 받아본 인물은 2012년 7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정책기획과 과장으로 재직한 '기획통' 권순범 현 부산지검장이다. 

권 지검장은 역설적이게도 이 보고서와 헌재가 공통으로 강조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과 '검찰청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과 정반대인 이번 정부 검찰 개혁 기조에 따라 신설된 보직을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6월 15일 "경찰은 수사에서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받아야 하고, 기소권을 가진 검찰은 사후적·보충적으로 경찰 수사를 통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검에 가칭 '인권옹호부' 설치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 지시가 있고 나흘이 지난 그달 19일 법무부가 발표한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권 지검장은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가 가게 된 곳은 대검 강력부로 직제가 곧 개편되면 대통령이 '핀셋 지시'로 설치된 인권보호부로 바뀌는 자리였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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