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경 갈등 '고래고기 사건' 수사책임자, '공수처준비단' 파견
[단독] 검경 갈등 '고래고기 사건' 수사책임자, '공수처준비단' 파견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02.14 18:09
  • 수정 2020.02.15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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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률 총경, 불법포획 고래고기 피의자에 돌려준 검사 수사
기소의견 송치 임박한 시점 檢, '김기현 측근 비리' 혐의없음
'김기현 수사는 靑 하명' 검찰 기소에 황운하 "고래고기 보복"
'검찰 개혁' 명분으로 출범한 공수처, 檢과 척진 경찰이 설계
김형률 총경.
김형률 총경.

지난 10일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발족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에 검경 갈등 대표 사례인 '고래고기 환부 사건'을 수사지휘한 총경이 파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래고기 환부 사건은 '울산시장 하명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보복 기소'를 당했다며 그 배경으로 지목한 사건이다. 오는 7월 출범에 앞서 공수처를 지원하는 준비단에서 제2의 검경 갈등이 예상되는 이유다. 

<위키리크스한국>이 입수한 총리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준비단 산하 법령분과에는 김형률(사진) 경찰대 교무과장(총경)이 파견됐다. 준비단은 단장인 남기명 전 법제처장을 포함해 3개 분과 24명으로 구성됐다. 

김 총경은 지난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울산지방경찰청 형사과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형사과 광역수사대는 고래고기 환부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고래고기 환부사건이란 밍크고래를 불법포획한 '고래고기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송치받은 울산지방검찰청이 경찰이 압수한 고래고기를 피의자 측에게 돌려준 사건이다. 

고래고기 환부 사건 시작은 김 총경 부임 2년 3개월 전인 2016년 5월로 올라간다. 사건기록과 함께 압수물품을 송치받은 울산지검 A 검사는 40억원 상당의 불법포획 밍크고래 고기 27t 중 21t을 피의자 유통업자에게 돌려줬다. 

2017년 9월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A 검사가 유통업자 변호인 B씨와 공모한 것인지 의심된다며 직권남용죄로 수사해달라고 울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B씨가 해양 담당 검사 출신인 까닭이다. 

울산청은 이 사건을 광역수사대에 배당했지만 피고발인 신분인 A 검사가 그해 12월 캐나다로 1년 장기연수를 떠나면서 수사가 장기화됐다. 이 때문에 2017년 6월부터 형사과장으로 재직한 최영철 당시 총경이 지휘한 광수대는 B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반려당했다. 최 총경은 결국 제대로 된 수사지휘도 못하고 이듬해 8월 자리를 옮겨야 했다. 

이어 울산청 형사과장이 된 김 총경은 달랐다. 당시 울산청은 A 검사가 2018년 12월 귀국하는 것에 맞춰 고래고기 환부 사건 수사팀을 재정비했다. 검사를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는 만큼 수사지휘 라인인 형사과장으로 사법시험(44회) 경정 특채 출신인 김 총경을 발령낸 것이다.  

김 총경이 지휘한 수사팀은 실제 성과를 냈다. 광수대는 김 총경 취임 5개월 만인 지난해 1월 6일 A 검사로부터 '합법적으로 고래고기를 돌려줬다'는 서면진술서를 받았다. 그런데 경찰 수사 결과 B씨가 고래고기를 되찾기 전 검찰에 제출한 고래유통증명서는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A 검사 진술은 신빙성이 없게 됐다.

김 총경은 그해 초 A 검사를 직권남용 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길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는 '옆방'에서 터졌다. 수사과 지능범죄수사대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를 수사해 역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그해 3월 검찰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한 것이다.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지던 두 사건 연결고리는 지난해 말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 수사로 재차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공공수사2부는 김기현 측근 비리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수사한 울산지검으로부터 이첩받았다.

사건을 넘겨받은 지 두 달 만인 지난달 29일 공공수사2부는 '김기현 측근 비리 사건이 청와대 '하명'(下命)에 따른 기획수사라는 결론을 냈다. 수사 과정에서, 하명 첩보가 울산청에 전달될 때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파견 검찰수사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고인이 고래고기 환부 사건 과정을 알아본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재판에 넘겨진 13인 중 핵심인 황 전 청장은 청와대에서 내려온 수사 방침에 미온적인 경찰관을 수사팀에서 배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전격 기소됐다. 

황 청장은 검찰 기소 다음 날 페이스북에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는 보복 감정이 숨어 있다. 그 시작은 '고래고기 사건'이었다"고 반발했다. 청와대 하명수사 사건과 사안을 바라보는 각도가 정반대인 김기현 시장 측근 비리 사건이 검찰 단계에서 막힌 배경에 고래고기 환부 사건이 있는 만큼 본인 기소가 보복이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청와대 하명수사 사건이 재판에 넘겨진 상황에서 핵심 피고인이 검찰 기소가 보복이라며 그 배경으로 지목한 사건 수사지휘 책임자가 공수처의 기초를 다지는 준비단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이번 정부에서 공수처를 도입한 배경엔 '검찰 개혁'이 있다. 준비단에선 고위공직자범죄를 검찰과 공수처가 중복해서 수사하는 경우 등을 대비해 구체적 규정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실무를 담당하는 법령분과에서 검찰과 일종의 척을 진 김 총경이 일하게 된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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