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뱅크①] 공채·점포 줄이고 수시 채용·IT 인재 늘리는 금융권
[디지털 뱅크①] 공채·점포 줄이고 수시 채용·IT 인재 늘리는 금융권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0.02.17 16:48
  • 수정 2020.02.1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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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12월 은행권의 공동결제시스템 역할을 톡톡히 할 '오픈뱅킹' 서비스가 전면 시행됐습니다. 서로 상이했던 은행 간 송금·결제망이 표준화돼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으로 모든 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또 국내 산업계가 간절히 염원하던 '데이터 3법(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1월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습니다. 이에 따라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가명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나 기술, 제품 등을 개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와 관련 <위키리크스한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금융 환경이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 실제 사례 및 통계 자료와 업계 관계자들의 제언을 토대로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연재는 ① 공채·점포 줄이고 수시 채용·IT 인재 늘리는 금융권을 시작으로 ② 오픈뱅킹 헤게모니 싸움 ③ 모든 길은 데이터로 통한다 ④ 은행원 없는 은행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지난해 8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가 구직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8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가 구직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사례 1 : 대학생 김민영(가명·24) 씨는 지난해 IBK기업은행 체험형 청년인턴에 합격해 을지로에 위치한 기업은행 본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원래 그가 생각하던 직업은 아나운서였지만 수천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방송계를 뚫기 쉽지 않아 관련 직무 경험을 쌓기 위해 청년인턴에 지원했다. 그는 아나운서를 준비한 자신의 경험을 살려 은행 내 관련 직무를 수행 중이다.

# 사례 2 : 대학생 이세연(가명·24) 씨도 지난해 하반기 KB국민은행 정보통신기술(ICT) 신입행원 모집에 최종 합격해 현재 신입행원 연수를 받고 있다. 그는 대학교 재학 기간 동안 금융권 취업을 거의 고려하지 않았으나, 데이터 분야 전공과 직무 관련 경험을 살려 데이터 분석 업무를 도맡을 예정이다.

최근 급변하는 경쟁환경으로 인해 금융 분야에 디지털 혁신(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은 비대면 거래 활성화와 오픈뱅킹 시행, 데이터 3법 통과 등에 따라 금융과 IT 산업 간 결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특히 모바일 뱅킹 내에서 이뤄지는 송금, 간편결제 등의 전통 금융서비스 임계점을 돌파하고자 IT 인력을 확충해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는 중이다.

지난해 10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금융산업위원회가 금융권 종사자 5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금융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이슈로는 '디지털 금융의 확대에 따른 금융산업의 재편'이라는 응답(47.2%)이 가장 많았고 '금융회사간 과도한 경쟁'(26.0%),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금융산업 규제'(19.6%)가 뒤를 이었다.

이어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비율은 74%에 달했다. 정부는 금융권이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줄어드는 사람의 역할을 새로운 인력으로 충원하는 등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줄어드는 사람의 역할을 AI(인공지능)이 빠르게 대체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은행 수는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은행연합회 은행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영업점포수는 2014년말 7401곳에서 지난해 9월말 기준 6735곳으로 666개가 감소했다.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통폐합을 결정한 지점은 80여 곳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뇌 공학자로 유명한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지난해 11월 한 공식 석상에서 "은행이 임대료를 들여 지점을 만들어놨는데 인터넷 뱅킹의 발전으로 정보 취약계층만 가는 곳으로 전락했다"며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일은 온라인에서 빠르고 값싸게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10대의 절반은 은행을 방문한 적이 한 번도 없고 20대의 절반은 1년에 한 번 정도만 방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7일 서울 동대문 DDP 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DB]
27일 서울 동대문 DDP 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DB]

금융권은 공개채용 규모를 줄이는 한편 핀테크와 디지털인력의 수시 채용은 늘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부터 공채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만 인재를 뽑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 신입행원 410여명, 상시 채용으로 경력직 전문인력 140여명을 모집했다. 신입행원은 유니버설 뱅커(UB·Universal Banker),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자격보유자 부문으로 나눠 채용을 진행했는데, 공과·자연계열 대학생들도 ICT 부문에 지원해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디지털 인력 보강을 위해 현업 부서에 채용 권한을 부여하는 '비스포크(Bespoke·맞춤형) 수시채용'을 실시하고 있으며, 타 은행도 상당수 인력을 IT 인재로 충원하고 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경우 정규직 전환 의무가 없는 체험형 청년인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청년인턴 제도는 금융권 취업을 꿈꾸는 이들이 직무 경험을 쌓고자 대거 뛰어들기 때문에 경쟁률이 꽤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에는 상반기·하반기로 나눠 각각 300명의 인원을 모집했다. 금융권 취업 목적이 아니더라도 관련 분야 직무 경험을 쌓기 위해 지원하기도 한다. 

대기업 인사담당자 출신 인재관리(HR) 전문가 권성일 전문위원은 고용 전망에 대해 저성장 기조의 ‘뉴노멀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고용시장 한파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출산율 0.98로 대표되는 인구구조의 변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축소되면서 노동공급이 감소할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저성장 추세가 이어지면서 취업자수 증가폭 또한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 업계 관계자는 "지금 취업시장 분위기는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그야말로 살벌하지만 몇년 뒤 인구 감소가 시작되고 나면 역(逆)으로 기업들의 채용난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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