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패소’로 주도권 뺏긴 SK이노, LG화학과 협상 나설까?
‘조기패소’로 주도권 뺏긴 SK이노, LG화학과 협상 나설까?
  • 양철승 기자
  • 승인 2020.02.17 17:28
  • 수정 2020.02.1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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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반전 가능성 낮아...물밑협상 추진이 최선책”
권영수 부회장의 LG화학 이사회 의장 복귀설도 협상 긍정 시그널 분석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SK이노베이션이 대화를 통한 합의 도출에 좀더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LG화학, SK이노베이션]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SK이노베이션이 대화를 통한 합의 도출에 좀더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LG화학, SK이노베이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침해 소송의 무게추가 LG화학 쪽으로 기울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4일(현지시간) LG화학의 요청을 받아들여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린 것. 이에 업계와 재계는 SK이노베이션이 장기 법정공방에 따른 부담을 감내하는 대신 LG화학과의 물밑협상을 통한 합의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양사는 배터리 사업과 관련해 각각 3건씩 총 6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첫 신호탄은 LG화학이 쏘아 올렸다. 지난해 4월 미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침해로 제소한 것. 다음달에는 서울지방경찰청에 ‘산업기술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SK이노베이션과 인사담당 직원 등을 형사 고소하기도 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6월 국내에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맞대응했다. 그리고 같은해 9월 ITC와 델라웨어 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특허침해 소송에 LG화학이 맞소송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번 조기패소는 ITC의 최종적 판결이 아니다. 오는 6월로 예정됐던 예비결정을 갈음할 뿐 최종결정은 올 10월 나온다. 하지만 역대 ITC의 영업비밀침해 조기패소 판결이 최종결정에서 뒤집힌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와 재계의 분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ITC의 결정은 양사간 소송의 첫 판결이라는 상징성에 더해 나머지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시금석이 된다”며 “SK이노베이션의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물밑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법조계 관계자도 “최종결정이 아닌데다 아직 SK이노베이션이 조기패소의 근거와 내용이 담긴 결정문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예단키는 어렵다”면서도 “반전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낮은 만큼 외견상 기존의 강경 기조를 유지하면서 협상 채널 복구에 나서는 것이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최선책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사실 양사는 공식적으로는 양보 없는 진검승부를 강조하면서도 합의를 위한 대화와 협상의 여지를 남겨왔다. 조기패소 판결 이후 내놓은 입장문에서도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견지해 온 것처럼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관계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LG화학 역시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말로 수년 이상 이어질 소모적 소송전을 가급적 빨리 마무리 짓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최근 제기된 박진수 LG화학 이사회 의장의 용퇴설에 따른 권영수 LG 부회장의 의장 등극설도 SK이노베이션과의 협상 채널 복구를 점치는 한 요인이다. 양사는 지난 2011년에도 LG화학의 제소로 배터리 분리막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한 바 있는데 1심에서 SK이노베이션이 승소하면서 2014년 소송 취하에 합의했다. 바로 이때 합의서에 사인한 당사자가 당시 LG화학 전지사업 본부장이었던 권 부회장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그간 쌓인 감정의 골을 대화로 풀어낼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다만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 삼성전자와의 8K TV 공방 등 경쟁사와의 힘겨루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승기도 잡은 상황이라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만족시킬 합의안을 제시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17일 “ITC의 이번 결정을 통해 양사 간의 소송 관련 합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소송비용 증가와 기회비용 발생 등의 불확실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며 “양사 합의가 이뤄질 경우 단기적으로 LG화학에게 긍정적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양철승 기자]

ycs@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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