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뱅크②] 오픈뱅킹 헤게모니 싸움 '백중지세'... 테크핀 업체 '도약'
[디지털 뱅크②] 오픈뱅킹 헤게모니 싸움 '백중지세'... 테크핀 업체 '도약'
  • 최종원 기자
  • 기사승인 2020-02-19 18:42:22
  • 최종수정 2020.02.19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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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12월 은행권의 공동결제시스템 역할을 톡톡히 할 '오픈뱅킹' 서비스가 전면 시행됐습니다. 서로 상이했던 은행 간 송금·결제망이 표준화돼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으로 모든 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또 국내 산업계가 간절히 염원하던 '데이터 3법(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1월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습니다. 이에 따라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가명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나 기술, 제품 등을 개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와 관련 <위키리크스한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금융 환경이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 실제 사례 및 통계 자료와 업계 관계자들의 제언을 토대로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연재는 ① 공채·점포 줄이고 수시 채용·IT 인재 늘리는 금융권을 시작으로 ② 오픈뱅킹 헤게모니 싸움 ③ 모든 길은 데이터로 통한다 ④ 은행원 없는 은행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 행사'에서 오픈뱅킹 전면 시행을 선포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 행사'에서 오픈뱅킹 전면 시행을 선포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픈뱅킹은 결제시스템을 넘어 금융산업의 지형을 변화시키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했습니다. 오픈뱅킹은 은행과 은행, 은행과 핀테크 기업 간 벽을 허물고 협력을 유도해 역동성 있는 시장 생태계를 형성할 것입니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지난해 12월 18일, 금융 산업의 개방을 상징하는 '공동결제시스템(오픈뱅킹)' 구축이 본격 시작됐다. 오픈뱅킹은 국내 은행 및 핀테크기업이 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방식으로 모든 은행의 자금이체 및 조회 기능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픈뱅킹을 통해 서로 상이했던 은행 간 송금·결제망이 표준화돼 하나의 앱으로 모든 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됐다. 가령 KB국민은행의 모바일 뱅킹 앱 '스타뱅킹'에서 신한은행 계좌를 관리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신한은행 쏠(SOL)' 앱에서도 KB국민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현재 오픈뱅킹에 참여하고 있는 금융사는 우리, 신한, 하나, NH농협, IBK기업, KB국민 등 주요 은행사 외에도 BNK부산, 제주, 전북 등의 지방 은행사와 더불어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도 있다.

오픈뱅킹은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결제망 단계적 개방 로드맵'의 일환이다. 오픈뱅킹 시행에 따라 시중은행과 핀테크 기업은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는데, 이용과정에서 은행 등 이용기관이 내는 수수료가 기존 이용 수수료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타행 출금 이체 수수료가 종전의 500원 수준에서 30∼50원으로 낮아지고, 입금 이체 수수료(400원)도 20∼40원으로 내려간다.

금융위는 이처럼 합리적 비용으로 은행결제망을 이용할 수 있는 오픈뱅킹을 넘어, 차별없는 은행결제망 이용을 보장하는 오픈뱅킹 법제도화를 현재 준비하고 있다. 핵심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한 핀테크 산업 활성화로, 일정한 자격을 갖춘 핀테크 결제사업자에 '종합지급결제업'을 도입하는 것이다.

종합지금결제업자가 되면 은행과 제휴하지 않고도 독립적으로 계좌를 발급할 수 있다. 이 계좌에서는 현금을 자유롭게 보관·인출할 수 있으며 결제·송금뿐만 아니라, 금융상품 중개·판매 등 종합자산관리도 가능해진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여야 간 대립이 적은 비쟁점 법안이기 때문에 금융위는 빠른 시일내에 발의를 계획하고 있다.

금융위는 중장기적으로 개방도를 더욱 높여 핀테크 기업이 은행과 같이 금융결제망에 직접 참가할 수 있도록 지금결제시스템 참가제도를 개편할 방침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 핀테크 콘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이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 핀테크 콘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금융 경쟁에 '테크핀' 앞세운 IT 기업들도 참전... 더욱 치열해진 헤게모니 싸움  

최근에는 핀테크 외에 테크핀 산업의 약진도 두드러지고 있다. 기존 금융사들이 자본과 금융 경쟁력에 IT 기술을 접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핀테크와 달리, 테크핀은 금융사가 아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테크핀에 대해 '금융사가 아닌 순수 외부인들이 이끄는 인터넷 금융'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대표적인 테크핀 기업으로는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카카오, 네이버, 삼성전자 등이 있는데, 특히 국내 대표 IT 공룡 네이버와 카카오의 모바일 금융 경쟁이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네이버페이 부문을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출범시켰다. 네이버의 가입자가 4200만명에 달하고, 네이버페이 가입자는 30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만큼 매우 강력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 통장’ 출시를 기점으로 신용카드 추천 서비스, 증권, 보험 등의 사업에도 진출해 종합 모바일 금융사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11월 분사한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테크핀 사업을 강화하며 지속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며 "결제와 연계된 금융서비스들이 선순환 구조를 구축, 타 서비스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해가겠다"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인터넷 전문은행 1기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카오뱅크')'를 가지고 있는 만큼 금융 경쟁력에서 네이버에 앞서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지난해 7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콜옵션 행사와 금융위의 '한도 초과 보유 승인안’ 통과를 계기로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로 올라섰다. 오픈뱅킹 시행에 힘입어 펌뱅킹 수수료가 크게 인하된 만큼 테크핀 사업을 밀어붙일 환경도 조성됐다. 지난 6일에는 최대주주로 있는 바로투자증권 사명을 카카오페이증권으로 변경하며 이러한 기조를 강화시켰다.

이에 대해 배재현 카카오 투자전략실 부사장은 지난 13일 카카오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부터 실명 계좌 기반의 '머니2.0'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쳐가고자 한다"면서 "머니1.0 시대에는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사업을 진행해 펌뱅킹 수수료와 같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머니2.0은 국내 테크핀 사업의 판도를 바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핀크가 ‘내 계좌 간 이체’와 전은행 계좌를 연결할 수 있는 체크카드를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사진=핀크 제공]​
핀크가 ‘내 계좌 간 이체’와 전은행 계좌를 연결할 수 있는 체크카드를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사진=핀크 제공]​

국내 이동통신사 SK텔레콤과 하나은행의 합작 기업 '핀크(Finnq)'도 연 5% 금리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T high5 적금'을 통해 테크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핀크는 또 오픈뱅킹 시행에 힘입어 ‘뱅크말고 핀크하자’는 슬로건을 내세워 오픈뱅킹 맞춤형 특화 송금 서비스인 ‘내 계좌 간 이체’를 선보였다. 

권영탁 핀크 대표가 "핀크를 혁신적인 유니콘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꾸준히 밝힌 만큼, 핀크가 유니콘 기업 '비바리퍼블리카'가 개발한 모바일 송금 서비스 '토스(toss)'의 아성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테크핀의 도약이 소비자들에게 금융을 친근한 이미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헤게모니' 싸움에 IT 기업들도 참전하게 되면서 소비자들에게 금융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며 "아직 시행 초기 단계인 오픈뱅킹 시장은 우열을 장담할 수 없는 백중지세의 양상을 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바른 경쟁 구도가 조성된다면 우리나라의 금융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근 테크핀 기업들의 범람으로 인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업체들은 도태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테크핀 시대 금융권 브랜드 경험 창출 사례 연구'에서 우성미 저자는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테크핀 기업들의 서비스가 점차 비슷해져가는 양상을 보이며 차별점을 잃고 있다"며 "꾸준히 브랜드 인지도를 쌓으며 많은 고객층을 확보한 기업이나 철저한 보안으로 신뢰감을 쌓아온 업체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sus@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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