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뱅크④] 은행원 없는 은행··· RPA 통해 업무 부담 줄이는 금융권
[디지털 뱅크④] 은행원 없는 은행··· RPA 통해 업무 부담 줄이는 금융권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0.02.25 14:25
  • 수정 2020.02.2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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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12월 은행권의 공동결제시스템 역할을 톡톡히 할 '오픈뱅킹' 서비스가 전면 시행됐습니다. 서로 상이했던 은행 간 송금·결제망이 표준화돼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으로 모든 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또 국내 산업계가 간절히 염원하던 '데이터 3법(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1월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습니다. 이에 따라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가명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나 기술, 제품 등을 개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와 관련 <위키리크스한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금융 환경이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 실제 사례 및 통계 자료와 업계 관계자들의 제언을 토대로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연재는 ① 공채·점포 줄이고 수시 채용·IT 인재 늘리는 금융권을 시작으로 ② 오픈뱅킹 헤게모니 싸움 ③ 모든 길은 데이터로 통한다 ④ 은행원 없는 은행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국내 대기업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로봇 자동화 프로세스(RPA) 물결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로봇 자동화 프로세스(RPA) 물결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숙박공유 스타트업 '에어비앤비(AirBnB)'는 컴퓨팅 인스턴스를 통해 전세계 1,500만명에 달하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럼에도 운영 인력은 다섯 명에 불과한데,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기반 인공지능(AI)이 관련 업무를 보조해주기 때문이다.

# 지난해 국내 A은행은 고객 대출심사, 신용정보 조회 등 13개 프로세스에 85개 소프트웨어(SW) 봇을 도입해 연간 150만건의 고객 요청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는 풀타임 직원 200여 명이 수행하는 업무를 대신했으며, 봇 도입 비용은 직원 충원 비용의 30% 수준이었다. 콜센터를 운영하는 B금융사는 악성 민원과 업무량에 치여 퇴사하는 직원이 많아 고객 응대 과정에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직원 만족도는 크게 상승했다.

"관행적인 업무를 축소하고 단순·반복적인 일은 RPA로 대체해 더욱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하고, 효율적이고 기민하게 판단하고 실행하는 KB를 만들어야 합니다."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 2020년 신년사)

반복적인 업무를 AI가 도맡아 하는 RPA 기술이 금융권이 추진하는 디지털 혁신의 중요한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RPA는 사용자가 컴퓨터에서 수행하는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소프트웨어가 대신 수행할 수 있도록 자동화하는 방안으로, 단순 노동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해 비용 및 시간을 줄이고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2018년 미래의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2년에 인간과 로봇 간의 업무 시간 분할(예상)은 RPA 29%, 인간 71%로 제시됐고, 점차 RPA가 42%에 가까운 업무 시간을 분할해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Gartner)'는 2022년까지 대기업의 85%가 RPA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하였고, HfS리서치는 RPA 소프트웨어 시장이 2022년 12.24억 달러(약 1조5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은 특히 디지털 혁신 가속화의 일환으로 RPA를 통한 비대면 거래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인한 노동시간 감축에 대비하기 위해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RPA를 주목하고 있는데 국내 저출산, 저금리, 저성장, 등 성장절벽에 직면한 금융사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RPA 도입을 꺼릴 이유가 없다.

RPA 기술은 금융권에서 크게 비대면 계좌 승인 및 거부, 신분증 위조 여부 판독, 신용등급 조회, 전자공시 정보조회 편집, 엑셀 보고서 작성, 법인카드 및 출장비 세금계산서 처리를 위해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RPA를 도입하면 기존에 1시간 가까이 걸리던 일을 단 2~3분 만에 완료할 수 있고, 20~30%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농협은행 본점 RPA 콘트롤룸을 점검하고 있는 이대훈 농협은행장. [사진=NH농협은행]
농협은행 본점 RPA 콘트롤룸을 점검하고 있는 이대훈 농협은행장. [사진=NH농협은행]

금융권 RPA 도입의 대표 주자 NH농협은행은 개인여신 자동기한 연기, 휴·폐업 정보조회 등의 업무를 넘어 지난해 기업여신 금리승인, 수입신용장 인수금리 승인 등 본부 업무 전반으로 RPA 적용을 확대했다. 농협은행은 RPA와 인공지능(AI)을 융합해 금융상품 상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완전판매 여부를 점검하는 로봇 프로세스를 개발해 올해부터 실전에 투입할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디지털 혁신 성과 창출을 위해 AI, 빅데이터, RPA 등의 기술을 업무에 접목해 상담과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신년사에서 "고객을 앉아서 기다리는 영업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해 고객을 찾아가는 아웃바운드 영업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10일 차세대 전산 '더케이 프로젝트'를 전국 영업점에 선(先)오픈하면서, KB의 혁신적인 디지털 인프라들을 10월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RPA 에코(ECO)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며 현재 3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하나은행도 지난해 11월 RPA를 도입해 약 40만시간을 절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은행도 가계여신 자동연장 심사, 가계여신 실행 등 영업점 지원을 위한 업무에 RPA를 적용했다.

시중은행 뿐만이 아니라 지방은행들도 RPA를 본격 도입하고 있다. BNK부산은행은 시중은행들과 다를 것 없이 3차 RPA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그 외 주요 지방은행권도 시범 단계 수준의 RPA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각종 규제들로 인해 우리나라의 RPA 도입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늦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풀어줄 수 있는 '데이터3법 개정안'이 지난 1월 9일 통과됐지만, 법안이 1년 2개월 동안 묶여 있으면서 국가 경쟁력이 상대적 열위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금융회사 RPA 관련 규제 연구'에서 한택룡·이경호 저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빅데이타 활용에 제약이 많고, 클라우드 플랫폼의 도입 역시 각종 규제들로 인해 도입이 매우 더딘 상황"이라며 "RPA와 같은 신기술에 대한 각종 법규, 규정 등이 좀 더 유연하게 재개정되거나 해석될 수 있다면 국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됨에 따라 은행 영업점 15개가 폐쇄된 만큼(24일 오후 4시 기준) 금융권의 비대면 영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향후 금융권은 카드 발급, 해외 송금 등 영업점 업무의 대부분을 수행할 수 있는 ‘고기능 영업자동화기기(ATM)'을 통한 무인 점포를 운영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 

금감원은 영업점 폐쇄 등 금융회사의 즉각적인 조치, 자체 비상대응계획(BCP) 점검·보완, 일일보고 체계 구축 등을 추진한다. 전날 오전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회사 영업점 29곳이 폐쇄됐다. 아울러 금융 애로 상담과 비대면 민원 응대를 활성화하고, 금융회사 면책 조치를 통해 금융권 지원을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비대면 거래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산 오류 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전산망 점검도 필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 주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무더기로 확산되면서 내부에서도 '비상경영'에 준하는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영업점 폐쇄, 은행원 자가격리 외에도 모바일 뱅킹 이용량 폭증에 대비해 전산망 관리에 더욱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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