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폭증, '병원' 꺼려져도...호소할 데 없어"...외면받는 '온라인 배송기사들'
"'배송' 폭증, '병원' 꺼려져도...호소할 데 없어"...외면받는 '온라인 배송기사들'
  • 이호영 기자
  • 승인 2020.02.26 16:42
  • 수정 2020.02.2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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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키리크스한국]
[사진=위키리크스한국]

만성적인 현장 매장 인력 부족에 시달려온 마트업계가 '코로나19'로 불안 확대와 함께 생필품 등 온라인 배송이 급증하면서 특수고용직 온라인 배송기사 노동강도문제, 안전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들은 고객이 주문하면 해당 물건을 직접 집까지 배송하는 게 업무다. 법적 지위는 개인 사업자이지만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는, 마트 노동자 중에서도 고용 형태가 가장 취약한 근로자들이다.  

26일 마트산업노동조합(위원장 김기완)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대형마트에 피커·배송 인력 충원, 중량물 기준 마련과 주문 제한, 마스크 등 매일 지급과 대면배송 최소화, 장시간 노동 연장휴일수당 지급, 격리·확진 마트 휴점 배송기사 생계비 보장 등을 요구하고 노동부엔 배송기사 안전대책 마련과 대형마트 관리감독 시행을 촉구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구매가 몰리며 온라인 배송 물량은 폭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 마트와 노동자 간 입장이 갈리고 있다. 홈플러스만 해도 이달 16일까지 2주간 온라인몰 매출이 전년 대비 127% 늘고 이마트·롯데마트도 2~3일치 주문으로 포화 상태다. 

무엇보다 문제는 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들이 특별한 추가 수당이나 안전 대책 없이 급증한 배송 물량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매장에서는 코로나보다 과로로 쓰러지겠다는 성토마저 나오고 있다. 

이수암 온라인배송지회(준) 준비위원은 "'코로나19'로 온라인 주문이 몰리고 물량도 크게 늘어났지만 기사들 대부분 추가 물량을 받아들이고 일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평소에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12시간 배송해오고 있는데 늘어난 물량 처리로 평소보다 1~2시간 추가로 일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급작스럽게 코로나19로 온라인 주문이 늘면서 주문 물건을 매장에서 장바구니에 담는 등 기사 배송 전 단계까지 정리하는 '피커' 노동자들도 홈플러스 경우 2시 30분에서 3시 사이 점심 먹고 8시까지 간식, 휴식도 없이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피커 작업이 지연되면서 배송기사 업무시간도 장시간 연장되고 있다. 

이수암 위원은 "장시간 노동, 배송건수, 한건당 주문량마저 늘고 있다. 너무나 고된 육체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물량은 늘었는데 홈플러스는 중량물 제한조차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 집에 한바구니, 두바구니 가던 장바구니가 평균 8~9개, 많게는 11개까지 배송이 들어가기도 했다. 이 위원은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모두 등짐 메고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합배송도 문제다. 합배송은 기존 주문에서 빠뜨린 물품 1~2개를 추가하면 주문 한건으로 계산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일선에서는 본주문보다 추가주문이 몇 배가 더 많은 경우도 있다. 합배송한 주문이 4만원 건이었다면 합배송 추가 주문건이 10만원, 15만원인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수수료는 한건 당 받기 때문에 일은 늘어도 수당은 늘지 않는다. 

현재 배송기사들은 안전마저 위협받고 있다. 대형마트엔 늘어난 물량만큼 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사태 특수성을 감안한 대응 배송 매뉴얼 등이 전무하면서다. '코로나19' 배송 지침은 커녕 배송 상품 확인 차 고객과 대면하라는 기존 홈플러스 매뉴얼 등이 오히려 고객, 기사 모두의 안전마저 위협하는 상황이다. 

업무 과부하, '코로나19' 안전대책 미비 등 여건은 비단 홈플러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까지 마트 3사 모두 대동소이하다. 

이날 현장 증언에 나선 최준종 온라인배송지회(준) 준비위원은 "지금 저희 기사들도 병원이나 단체 학교 등 가기를 꺼려하는 데도 분명히 있는데 어디에 호소할 데도 없다"며 "주문이 들어오면 골라서 안 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저희도 한 집안 가장인데 너무 위험에 무방비 노출돼 있다"며 "고객분들은 마스크 안 쓰냐도 클레임하는데 고객분들도 마스크 안 쓰신 분들이 많아서 솔직히 저희도 불안하다"고 했다. 또한 "확진되면 배송기사들은 보상안이나 대책도 하나 없다"고 덧붙였다.  

주재현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노조가 정식 요청하기까지 홈플러스는 고객 대상으로 늘어난 주문으로 인해 배송지연이 될 수 있다는 고지나 비대면으로 문앞에 상품을 놓고가겠다는 메시지조차 내지 않고 있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완 마트노조 위원장은 "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는 법적으로는 개인 사업자, 허울 좋은 사장이지만 자신의 건강이 위협받아도 원청 대형마트가 시키는 대로 늘어난 업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위장 자영업자"라며 "대형마트는 당장 특수고용자 안전과 건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이들이 안전하게 업무하고 대국민 서비스하도록 즉각적인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 옳지 못한 행위는 즉시 시정조치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이날 마트노조와 온라인배송기사(준)은 서울지방노동청에 요구안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대형마트에 대해서는 배송기사 대책을 조속히 수립하지 않을 경우 마트노조 연대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위키리크스한국=이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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