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가 이단으로 낙인 찍힌 세가지 이유... 개인숭배, 조건부 종말론, 교회 잠식
신천지가 이단으로 낙인 찍힌 세가지 이유... 개인숭배, 조건부 종말론, 교회 잠식
  • 이가영 기자
  • 승인 2020.03.04 07:34
  • 수정 2020.03.04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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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2월 25일 과천시 별양동 모 쇼핑센터 4층에 있는 신천지 예수교회 부속시설에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산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신천지의 실체와 이단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리를 둘러싼 정통·이단 시비는 종교 내부의 사안이긴 하지만 신천지는 기성 교회나 성당에 침투해 신도를 빼 오는 독특한 선교 방식으로 물의를 빚은 데다 청년 가출을 부추겨 가정을 파괴한다는 비난도 적지 않아 오래 전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더욱이 신천지 신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데도 교단이 교회와 신도 명단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는 비판이 적지 않고, 신도들 역시 신분과 동선 노출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당국의 방역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런 일들은 결국 교단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화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신교 주요 기성 교단과 개신교계 매체, 천주교 등은 신천지의 이단성을 집중 부각하며 사법처리까지 촉구하고 나선 실정이다. 그동안 분열과 반목을 거듭해온 신교와 구교, 보수와 진보 교단이 모처럼 신천지 문제를 두고 '일치'를 이룬 모습은 흥미롭기도 하다.


'이단'(異端)은 조선시대 유교 지도자들이 도교나 불교 등을 '거짓 가르침으로 혹세무민하는 무리'라고 비난하려고 사용한 용어였으나 개신교 전래와 함께 영어 '헤러시'(heresy)를 '이단'으로 번역하면서 '신학적 정통을 벗어난 분파'를 뜻하게 됐다.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사악한 가르침'이란 뜻의 '사교'(邪敎)란 단어와 공자 어록에서 비롯된 '사이비'(似而非·비슷하지만 근본이 다름)란 말도 있는데 이단보다 부정적인 의미가 더 강하다. 일각에서는 진정한 종교가 아닌데도 종교 흉내를 낸다며 '유사종교'란 말도 쓴다.

인류가 신앙을 갖기 시작한 이래 대부분 종교가 분파를 낳았지만 이 가운데서도 유독 기독교는 이단 논쟁을 통한 분열의 뿌리가 깊다.

기독교 자체가 유대교의 이단으로 출발했으며 로마제국의 공인을 받은 직후 예수의 신성(神性)과 인성(人性)을 둘러싸고 네스토리우스파와 아리우스파가 각각 이단으로 축출됐다. 11세기 들어와서는 성상 숭배 여부를 놓고 동방정교회와 서방가톨릭이 서로 이단이라며 파문하면서 각자 딴 살림을 차렸고, 16세기 종교개혁으로 탄생한 개신교는 가톨릭으로부터 이단으로 몰렸다가 종교전쟁 끝에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았다.

이단으로 출발해 탄압받다가 주류의 위치에 올라서면 새로운 종파를 이단으로 탄압하는 역사는 지금도 되풀이하는 중이다. 특히 교황과 주교의 권한이 강하고 전례나 성경 해석의 전통이 보수적인 천주교·정교회보다 개신교에서 이단 시비가 자주 일어난다.


우리나라에는 19세기 말 개항과 함께 개신교 각 교파의 선교사가 경쟁적으로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종교의 백화점 시대가 열렸다. 토착 신앙에 기독교 교리를 결합한 신흥종교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으며 식민지배와 전쟁 등 불안한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사이비종교 파동도 그치지 않았다.

1970년대 이후 사회가 비교적 안정기에 접어들었는데도 이단과 사이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개신교의 분열상이나 그들의 성장주의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교단마다 교세 경쟁을 하다 보니 이단 문제가 불거져 나와도 쉬쉬하기에 급급하고, 설사 해당 교단에서 이단으로 정죄 받아도 다른 교단으로 옮겨가거나 새 교단을 차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개신교계 내에서 이단성을 판정하는 공식적인 기관이나 통일된 잣대가 없는 것도 이단 시비를 더욱 부추겼다.

그나마 교단 연합기구도 현재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로 쪼개진 상태다. 보수 교단을 대표하던 한기총에서 한교연과 한교총이 갈라져 나온 결정적 계기도 박윤식 목사가 이끄는 평강제일교회(구 대성교회)를 한기총이 이단에서 해제한 결정이었다.

심지어는 교단의 이단 판정을 둘러싸고 금품수수설이 나도는가 하면 이를 통해 돈을 버는 이른바 '이단 장사꾼'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1992년 10월 28일 서울 마포구 다미선교회 차량에 휴거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1992년 10월 28일 서울 마포구 다미선교회 차량에 휴거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기총이 정한 기준에 따르면 이단 기독교 신앙으로 분류되는 기준은 ▲ 성경 66권을 보태거나 뺌(통일교·모르몬교·안식교·여호와의증인 등) ▲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역(救贖使役) 부인(통일교·천부교·영생교회·이삭교회·안상홍증인회 등) ▲ 하나님으로부터 계시와 영감을 받는다고 주장(다미선교회·다베라선교교회·시온교회 등) ▲ 비윤리적·반사회적·반국가적 집단(기독교복음선교회·승리제단·혜성교회·여호와의증인 등) ▲ 예수 재림 장소와 날짜를 말하는 것(성화선교교회·일월산기도원·다니엘선교교회 등) 등이다.

종교학자와 신경정신과 의사 등은 이단 신앙의 특징을 시한부 종말론, 개인숭배, 열광적이고 주술적인 종교 의례, 신비주의적 체험 강조, 초능력 동원, 자의적인 경전 해석, 무속 등 여러 종교와 배합, 선민사상 주입, 치병(治病) 강조와 헌금 종용, 배타적 공동체 형성 10가지로 든다.

최근 들어서는 시한부 종말론과 함께 조건부 종말론도 자주 거론한다. 종말 시기를 특정하는 것은 시한부 종말론이고, 조건부 종말론은 특정 교단을 통하거나 특정인이 보증하는 자격을 갖춰야만 종말이 올 때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천지는 신도들이 이만희 총회장을 사실상 영생하는 재림 예수로 숭배하고 이 총회장이 인정한 14만4천 명만이 심판의 날에 구원받는다고 가르친다는 점에서 대다수 개신교단이 이단으로 분류한다. 한기총과 CBS(기독교방송) 등은 신천지가 감금, 폭행, 헌금 강요, 횡령 등 반사회적 범죄도 저지른다며 이단의 단계를 넘어 사이비 종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천지는 이 같은 주장을 부인하는 한편 2018년에는 공개리에 신약성경 예언서에 대한 100가지 시험 문제를 치러 정통과 이단을 가리자고 한기총에 제안하기도 했다. 같은 해에는 신천지가 정통이고 한기총이 이단이라고 주장하는 책을 펴냈다.


CBS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합동·백석·고신·합신,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한국침례회, 기독교대한감리회 8개 개신교단 이단대책위원회는 2일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한교연, 한교총, KNCC와 주요 개신교단도 신천지를 이단·사이비 종파로 규정하며 교단 해체와 총회장 사법처리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CBS와 국민일보를 비롯한 개신교계 매체들도 연일 신천지의 실체라며 그것을 폭로하는 보도를 쏟아낸다.

그동안 나주 성모동산처럼 내부 문제가 아닌 한 이단 시비와 거리를 둔 천주교도 2017년 유사종교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신천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해왔으며 최근 평화방송·평화신문·가톨릭신문 등의 매체를 통해 신도들에게 경계를 당부하고 있다.

모든 기독교계가 일제히 신천지에 집중포화를 퍼붓는 까닭은 신천지가 교회와 성당 신도를 잠식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5만 명을 헤아린다는 신천지 신도 절반가량은 기독교인 출신이며 이 가운데 천주교인도 3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만큼 신천지가 기성교단에는 위협적인 세력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이들에 의하면 성격 해석에 의문을 품거나 성직자에 대해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한테 신천지가 신천지 교리를 내세워 설득하면 쉽게 넘어간다는 것이다. 심지어 교역자들의 약점을 잡아 내분을 일으킨 뒤 교회를 차지하는 사례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위키리크스한국=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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