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신천지 이만희는 선장인가, 항해사인가
[WIKI 프리즘] 신천지 이만희는 선장인가, 항해사인가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03.06 18:24
  • 수정 2020.03.07 0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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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미필적 고의+살인' 이만희 고발
세월호 이준석 선장 판결문으로 묻는 '미필적고의'
선장과 달리 항해사는 살인 대신 유기치사만 인정
코로나사태 한국, 누가 통제하고 누가 지배하는가 
이만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이 지난 2일 경기 가평군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가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교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만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이 지난 2일 경기 가평군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가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교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직전 배에서 빠져나온 이준석 선장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5년 10여 개월이 지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주범으로 지목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 역시 같은 혐의로 고발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일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진원지의 책임자 이만희 총회장을 체포하는 것이 지금 검찰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사 출신 박 시장 주장은 ①코로나19 확산 진원지는 신천지다 ②신천지 신도들은 교주의 지배를 받고 있다 ③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선 교주를 처벌해야 한다는 삼단논법으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주장엔 신천지가 코로나19 확산의 가해자란 가정 위에 서 있다. 집단 발병이 발생한 신천지 신도들로부터 2·3차 감염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국내 발병 원인이 신천지에 있다고 규명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가해자는 신천지'라는 말은 성립하기 어렵다. 발병 원인과 확산 원인은 다르다. 신천지 역시 피해자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박 시장 주장에서 '바이러스 진원지는 신천지'란 주장을 뒷받침하는 역학적 근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이 총회장을 '제2의 세월호 선장'으로 규정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다. 

◇ 이준석에게 던질 질문을 이만희에게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년 11월 12일 대법관 전원일치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선장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선장은 조난 위기에 처한 세월호에서 탑승객을 구조할 의무가 있는데도 그러지 않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이 선장에게 구조 의무가 있는지였다. 두 번째는 그러한 의무를 다하지 않아 탑승객들이 사망했는지다.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은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요청이 없더라도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에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 포함된다고 봤다. 

이 선장에게 구조 의무가 인정되면서 구조 의무를 다하지 않은 이른바 '부(不)작위'가 탑승객들의 사망으로 이어졌는지가 남았다. 구조 의무를 다해도 사망에 이를 수밖에 없다면 인재가 아닌 천재지변인 까닭이다.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린 2015년 4월 7일 광주지검 구치감에서 나오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 [사진=연합뉴스]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린 2015년 4월 7일 광주지검 구치감에서 나오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두 번째 쟁점을 따질 때 적용된 이론이 '프랑크 공식'이다. 이 공식은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결과를 미리 알았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것인가'

이 선장은 상고이유에서 "승객 안전에 대한 선장으로서의 임무를 나름대로 수행했다"고 적었다. 미필적 고의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 선장은 그 근거로 하선 전에 퇴선방송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에서 '퇴선방송을 하긴 했다'는 거짓 고백으로 '퇴선방송이 필요하긴 했다'는 말이 역설적으로 성립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걸 아는 상황에서 과거 구조활동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동시에 그 역할을 다했다는 건 '그때 가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프랑크 공식에 딱 떨어진다. 미필적 고의다. 

◇ 한반도는 통제된 실험실인가
선장에게 배에 탑승한 사람들을 지킬 의무가 있듯 교주에게 교인을 단속할 의무가 있다는 가정이 있어야 세월호 참사와 코로나19 사태가 본질적으로 같은지 따져볼 수 있다. 

교인을 단속할 의무가 법적으로 인정된다면 이 총회장은 질문을 받게 된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교인끼리 다닥다닥 붙어 예배하는 법을 포기했나'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포교 활동을 포기했나' 

현재로선 이 총회장 생각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같은 질문을 던지기에 앞서 '교인끼리 다닥다닥 붙어서 예배보는 게 신천지만 그런가' '우한에서 포교 활동을 한 게 맞나'라는 질문부터 해결해야 한다. 가정에 기초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가정 속 질문들에 이 총회장이 모두 "그렇다"고 해도 미필적 고의가 있는지 확인하려면 따라오는 질문은 또 있다. 

'신천지 신도들이 1.5m 정도 떨어져서 예배를 봤다면 코로나가 지금처럼 퍼지지 않았나' '신천지가 우한에서 포교하지 않았다면 중국에서 코로나19는 옮겨오지 않았나' 

이 질문들은 코로나19가 퍼지는 한반도는 통제된 실험실인가, 그 실험실을 신천지가 지배하고 있나 묻고 있다.

◇ 원인과 결과 사이, 알 수 없는 변수들
대법원이 바라본 세월호는 완전히 통제된 상태였다. 해양경찰 등 구조세력이 사고 해역으로 도착하기 전까지 배 안에선 '선장의 구조 여부'가 원인이고, '승객들의 생사'가 결과일 뿐 그사이에 다른 변수는 없었다.

이 때문에 침몰하는 배의 운항을 책임지는 선장이 '골든타임' 안에 구조 의무를 다했다면 나중에 숨을 거둔 사람들 중 일부는 살 수 있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판결문에서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세월호를 운항하는 이 선장은 "조난사고로 승객이나 다른 승무원들이 스스로 생명에 대한 위협에 대처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선박의 운항을 지배하고 있는 선장"이라고 표현됐다.

이와 달리 코로나19 사태 속 한국은 변수가 많다. 국내 발병 초기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문을 모두 닫았다면 어떻게 되는지 속 시원하게 답할 수 있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더불어 국적과 상관없이 중국을 여행한 사람들을 상대로 국내 입국을 제한한다고 해도 이미 입국한 사람들 사이에서 국내 감염이 시작됐을 수도 있다. 변수는 통제되지 않는다. 중국에서 최초 발병했을 때 코로나19가 '인재'(人災)였을지 모르지만 이미 국내로 퍼졌을 땐 천재지변인 셈이다. 이 총회장에게 어떤 의무가 있다고 한들 코로나19 국내 발병을 통제할 수 없는 이유다. 

국내 발병이 아닌 확산에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묻기는 어렵다. 법무부를 중심으로 신천지에 문제 삼는 건 '방역 저해 활동'인데 이 범죄는 '신도 명단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부작위가 아닌 '허위로 제출했다'는 작위를 문제 삼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이미 신천지가 넘긴 신도 명단을 토대로 방역 활동을 하고 있다. 실제 지역교회 신도와 제출받은 명단이 일부 다른 점이 발견됐지만 그 결과에 고의가 있다고 드러난 바는 없다. 

◇ '코로나 사태' 한국 누가 통제하고 누가 지배하나
대법원은 세월호 선장에게 인정한 미필적 고의를 1·2등 항해사에겐 적용할 수 없다며 살인죄 대신 유기치사죄를 인정했다. 총책임자인 선장과는 달리 사태를 지배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승객 구조를 포기했다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다. 

이 총회장은 선장인가, 항해사인가. 이같은 질문은 맞닥뜨려야 하는 한국의 시공간은 통제되지도, 지배되지도 않았다.

'코로나 사태' 한국, 과연 누가 통제하고 누가 지배하나.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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