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제서야 특금법을..." 특금법 통과로 ‘금융위-시중은행’ 실명계좌 위법 논란 '점화'
"왜 이제서야 특금법을..." 특금법 통과로 ‘금융위-시중은행’ 실명계좌 위법 논란 '점화'
  • 최종원 기자
  • 기사승인 2020-03-09 17:48:25
  • 최종수정 2020.03.0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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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하 ‘특금법’)이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금융위가 지난 2017년 12월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가상계좌 제공을 중단토록 한 조치와 2018년 1월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시행한 것이 ‘위법’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금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해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이다.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이를 위해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에 준하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와 정보보호관리 체계(ISMS) 인증 등 요건을 갖춰 금융위에 영업 신고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해 가상자산 제도화는 환영할 일이지만, 그동안 관련 법안 없이 가상계좌를 막았던 조치를 이제야 ‘특금법’을 통해 합법화하는 것은 늦은 처사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관련 법률 없는 암호화폐 규제 조치는 위법, 왜 이제서야 특금법을..."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시중은행과 체결한 실명계좌 계약이 이달 말 만료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9일 관련 업계는 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 제도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법안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해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의무가 부여되고, 금융사가 가상자산 사업자와 금융거래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하는 사항을 규정함에 따라, 암호화폐 업계에 신뢰를 가져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금융위 측도 보도자료를 발표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국제기준과의 정합성이 제고되는 한편, 가상자산 거래의 투명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정부가 지금까지 법률 없이 암호화폐를 규제했다는 지적들을 사실상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특금법 통과로 규제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그 전까지는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로 암호화폐 시장이 방치됐다는 것이다.     

권오훈 법무법인 오킴스 파트너 변호사는 '가상통화와 관련한 정부 정책' 보고서에서 "가상통화에 대한 투자가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산업을 육성하기 보다는 강력한 규제로 가상화폐 관련 열기를 잠재우려는 태도를 취했다"고 밝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ICO(암호화폐공개) 금지 조치는 법적 근거가 없어 비판의 대상이 됐고, '가상통화 관련 자금 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이 행정지도에 불과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는 등 현재 정부 방침에 대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그 당시 투기와 자금세탁을 막는다는 이유로 정부가 법률도 없이 ‘통보’식으로 가상계좌를 막았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번 특금법 통과까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법률도 없이 이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암호화폐 투기 및 자금세탁 근절을 위해 지난 2017년 내놓은 암호화폐 규제는 ‘위법’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지금은 특금법 통과에 따라 법 체계가 갖춰져 이같은 조치가 법률에 근거했다고 설명할 수 있으나 지난 2년 간은 법률 없이 규제했다는 주장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이 비판한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시행에 따른 강력한 암호화폐 규제 조치는 지난 2017년 말 시작됐다. 정부는 지난 2017년 12월 28일, 암호화폐 투기가 만연한 당시의 상황이 염려된다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개최해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는 특별대책을 발표한 뒤, 이듬해 1월부터 전격 시행했다. 

이에 따라 은행이 거래소에 제공하던 가상계좌는 전면 중단됐고, 본인 확인을 거친 실명 은행계좌와 암호화폐 거래소의 동일은행 계좌 간에만 입출금이 허용됐다.

실명제 시행 전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CMS코드 인식을 통해 가상계좌에 돈을 입금한 입금자들을 구별했는데, 해당 가상계좌는 은행에서 발급한 계좌가 아니기 때문에 입금자의 실명을 확인할 수 없었다.

금융위는 실명확인이 되지 않은 가상화폐 거래가 자금세탁 등 불법적 용도로 쓰일 수 있다고 우려해 지난 2018년 1월,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실시했다. 이는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자들이 해당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시중은행의 계좌를 개설한 뒤, 고객신원인증(KYC)을 통과해야 가상통화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다.

◆ 치열했던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위헌 논란 "법률적 근거 없다" vs "자금세탁 위험 방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헌법소원 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1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헌법소원 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몇몇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들은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시행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위법’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2017년 12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정부의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등 위헌확인(사건번호 2017헌마1384)’을 청구해 법률적 근거 없이 시중은행에 가상계좌 신규 제공 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1월 16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 당시 헌법소원을 청구한 정희찬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금융 산업에서 금융위의 지위를 고려했을 때 정부의 암호화폐 특별대책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가 공권력을 행사해 어떤 제재를 가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따라야 하는데 금융위원회가 법률적 근거 없이 시중은행에 가상계좌 신규 제공 금지 조치를 내렸다"며 "헌법은 정녕 금융위에 이런 초월적인 권한을 부여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어 "청구인들 누구도 테러·마약자금으로 쓰이는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정당성을 부인한 적은 전혀 없다"며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금융위가 국민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면서 가상계좌 동결 조치를 내린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이선애 헌법재판관도 금융위 측 대리인에게 "금융위가 가상계좌 제공을 중단토록 한 조치에 법률적 근거가 있었는가"라고 질의하자 대리인은 "법률상 근거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시인했다. 

대리인은 다만 "자금세탁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해당 조치가 기본권 침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가상계좌 중단 조치도 은행의 판단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어 금융위가 강제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들 "내년 3월 특금법 시행 전까지 실명계좌 발급요건 명확히 해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편, 암호화폐 업계는 대체적으로 특금법 통과를 환영함과 동시에 신한·NH농협·기업은행 등 시중은행의 실명계좌 발급 요건을 명확히 해달라고 호소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개 거래소에만 열려 있는 실명계좌 발급요건을 명확히 해야 특금법의 취지에 맞는 가상자산 제도화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GOPAX)의 한 관계자는 “실명계좌 발급요건이 빨리 나오면 특금법이 시행되는 내년 3월 이전까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며 “업계 내에서 자체적으로 알고 있는 수준에서 준비하면 될지에 대한 여부가 갈리기 때문에 발급요건이 조속히 나와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후오비 코리아(Huobi Korea)의 한 관계자는 “형평성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실명계좌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가상자산 업계와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8월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보안이나 자금세탁방지(AML) 수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중소 거래소들은 여전히 실명계좌를 부여받지 못하게 돼 사실상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예상이 현실화되면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의 경쟁을 약화시켜 소수 거래소들의 불공정 행위를 유발, 소비자 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한 변호사의 설명이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sus@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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