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미국 정치권이 '우한 바이러스' 명칭을 고수하는 의도는...
[월드 투데이] 미국 정치권이 '우한 바이러스' 명칭을 고수하는 의도는...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0.03.10 08:08
  • 수정 2020.03.10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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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 감염증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 감염증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FP]

'코로나19'의 명칭을 둘러싸고 미국-중국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미국의 애리조나 공화당 상원의원 폴 고사는 자신이 보수정치행동회의(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에 참석했을 때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이 있었다며 자가격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증상이 없음에도, 텍사스 공화당 의원 테드 크루즈와 함께 두 번째 자가격리 상원의원이 된 그에 대해 많은 이들이 예방조치를 잘 취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가운데, 그의 언어 선택이 바이러스 명칭 관련 논란을 다시 불러 일으켰다. 고사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칭한 것이다.

이에 굳이 인종차별적인 용어를 써야 했냐는 비판의 반응들이 나왔다.

이 바이러스가 지난 해 12월 중국의 우한에서 최초로 발견됨에 따라 많은 주요 언론 매체들이 ‘우한 바이러스’라는 명칭을 사용했었다. 그리고 지난 2월 WHO는, 특정 지역이나 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불러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신종 바이러스의 공식 명칭을 코비드19(Covid-19, 한국 공식명칭 ‘코로나19’)로 정했다.

이 바이러스가 우한 밖에서도 확산되고 있음에도, 일부 미국 관료들은 여전히 ‘우한 바이러스’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주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는, 중국 외교장관이 ‘우한 바이러스’라는 명칭 사용이 아주 무책임하다고 했지만, ‘우한 바이러스’를 사용하며 불쾌감을 표했다. 이어서 고사 의원이 이러한 명칭을 사용하면서 인종주의자, 혐오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캘리포니아 민주당 의원 테드 류는 고사 의원의 건강을 기원하면서도 코비드19(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하는 것은 이 용어가 미국 내에 널리 쓰이도록 만드는 근시안적 사고방식의 예라며, ‘이 바이러스는 특정 국가나 인종에 국한 된 것이 아니다. ‘밀라노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말했다.

고사 의원의 대변인은 고사 의원이 악의를 갖고 그런 명칭을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보수 논객들은 ‘우한 바이러스’ 명칭 사용에 대해 강하게 옹호를 하고 나섰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사용한 용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초로 발견된 지역의 이름을 질병의 명칭에 붙이는 것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일이라는 것을 지적했다. 그리고 에볼라는 최초로 발견된 콩코의 에볼라 강 유역에서 이름을 딴 것이고, 지카 바이러스 역시 최초 발견지인 우간다의 지카 숲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예를 들었다.

그러나 미국의 공중보건 당국 관료들은 이러한 질병 명칭 관습이 파급적인 경제악화를 가져오고 특정 인종이나 민족의 사람들을 질병 전파자로 여기며 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시건 대학의 의학역사학자 하워드 마켈은 지난 달 <AP>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제는 어떠한 것에 대한 언어를 선택할 때 아주 다양한 감정과 허용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WHO는 질병의 명칭을 정하는 것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만들었다. 새 가이드라인에서는 지역과 동물(예들 들어 ‘조류독감’) 또는 단체를 뜻하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WHO의 보건보장 담당 케이지 후쿠다는 ‘특정 질병 명칭이 특정 종교나 민족 단체들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여행, 상업과 무역에 부당한 장벽을 만들며, 식용동물에 불필요한 살처분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봐왔다. 이는 사람과 가축의 생명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해 12월에 발발한 이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WHO가 새 지침에 따르면서 부르기 쉬운 명칭을 찾는 데 여러 주가 걸렸다. 이때까지 WHO는 임시적으로 ‘2019-nCoV’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그러면서 WHO의 전염병학자 마리아 반 케르코프는 <로이터>에 ‘많은 언론 보도에서 여전히 이 바이러스를 칭하는 데 ‘우한’이나 ‘중국’을 붙여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이 바이러스와 관련해 어떤 오명도 씌우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 임시 명칭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1일 WHO는 ‘코비드19’로 명칭을 확정했다. 그러나 지난 주 미국의 주요 미디어들에서 폼페이오가 계속해서 ‘우한 바이러스’라고 말하는 모습이 보여졌다.

고사 의원까지 이 용어를 사용하면서, 이는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의 시선을 중국으로 돌리려는 의도하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고사 의원은 트위터에 "모든 것을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는 좌파들"이라며 "바이러스는 인종을 따지지 않는다"고 글을 올렸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상에는 "당신은 보수정치행동회의의 바이러스에 걸렸다"라며 고사 위원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prtjami@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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