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사이드] '타다금지법'은 제2의 '4인언론금지법'
[WIKI 인사이드] '타다금지법'은 제2의 '4인언론금지법'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03.13 11:02
  • 수정 2020.03.13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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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타다금지법 거부 않고 공포할 듯
1심 '타다는 택시 아님' 무죄 근거 사라져
"법 없으면 처벌불가" 논리 "법 만들면..."
대안은 헌법... "기업을 없앨 수 없는 권리"
헌재, '기자 5명 안 되면 등록취소'는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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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앞 택시가 기다랗게 줄지어 선 가운데 VCNC가 운영하는 '타다 베이직'에 탑승하고 있는 본지 기자.

"타다 이용하는 사람들 XX"

12일 오후 택시가 기다랗게 줄지어 선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앞에서 '타다'에 탑승하는 짧은 시간 여기저기서 험한 말이 들려왔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차량 대여(렌트)를 신청하자 3분이 안 돼 11인승 승합차를 몰고 도착한 A씨는 여기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실제 호출한 사람이 맞는지 이름을 확인한 뒤 "안전벨트를 착용해주세요"라고 말하는 매뉴얼을 따랐다. 그는 오는 4월 10일 서비스가 종료되는 '타다 베이직 드라이버'다. 

차량 이동 중간 "몇 사람까지 탈 수 있나"란 물음에 A씨는 낮은 어조로 "7명까지 이용할 수 있어요. 그런데 서비스는 4월 10일까지예요"라며 묻지 않은 것까지 답했다. 기자 신분을 밝힌 뒤 "계약해지에 따른 대책이 있나"라고 묻자 "전혀 없어요. 저는 그나마 3개월은 고용보험이 나와요. 그동안 천천히 생각해봐야죠"란 답이 돌아왔다. 

본지 기자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앞에서 VCNC가 운영하는 '타다 베이직'에 탑승하고 있다.
본지 기자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앞에서 VCNC가 운영하는 '타다 베이직'에 탑승하고 있다.

분 단위 예약 호출이 가능한 '베이직' 기사인 A씨의 계약만료일은 서비스 종료일 직전인 4월 둘째 주에 있는 날이다. 앱 '타다'를 운영하는 VCNC 지분 100%를 소유한 쏘카와 인력공급 계약을 맺은 3개 용역업체 중 하나에 소속된 A씨는 3개월 계약직 신분이다. 세 번에 걸쳐 계약이 연장돼 조만간 1년 근무를 채워 퇴직금도 받을 수 있다는 그는 회사 속사정을 얘기했다. 

"택시 업계에서 이재웅 쏘카 대표를 고소했을 때 회사가 기사들에게 연락을 해왔어요. 프리랜서로 전환하는 게 어떠냐고..."

A씨가 출근하는 차량 출발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엔 매일 9시 30분 '베이직' 기사 60명이 모인다. 이중 같은 회사 소속 기사의 90%가 프리랜서로 전환했다. 그는 "프리랜서는 회사가 배차를 잘 주지 않아요. 많이 주면 일주일에 세 번이에요. 하루 일당이 10만원 정도니까 일주일에 30만원을 버는 거죠"라고 동료들의 사정을 소개했다. A씨처럼 계약직이 아닌 그들에게 회사가 4대 보험에 가입해줄 의무는 없다. 서비스는 곧 종료돼 일자리를 잃는데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본지
12일 본지 기자가 11인승 승합차 '타다'를 대여한 뒤 '베이직 드라이버'와 인터뷰하고 있다.

◇ "타다 이용자는 여행객이 아니다"
지난 9일 아침 출근한 A씨에게 계약 연장이 어렵다며 회사가 밝힌 이유는 "타다 금지법 때문에..."다. 지난 6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타다'는 강제종료됐다. '타다'처럼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 역시 6시간 이상을 대여할 때만 서비스를 허용하겠다는 게 개정안 핵심이다.  A씨는 "6시간 대여는 골프장 가시는 회장님들 말고는..."이라고 말을 흐렸다. '베이직'이 운영이 금지되면 '타다'에서 이용할 수 있는 렌트 서비스는 '타다 프라이빗'뿐으로 이용자층이 대중적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0년 택시 업계 요구로 국회는 국토교통부가 면허를 내주지 않으면 여행객 운송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여객운수법을 제정했다. 자동차 대여사업자는 임차인에게 운전자를 알선하지 못하게 했다. 택시 면허 발급 제도는 유지하면서 '가짜 택시'도 금지하는 이중 규제다. 

시간이 갈수록 변칙 렌터카 사업이 등장하자 2007년 '자동차 대여사업자는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할 수 없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유상운송 금지는 사실상 알선 금지와 동어반복인데도 금지 대상을 더 분명히 한 것이다. 

문제는 2014년 정부가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서다. 법이 아닌 시행령 개정으로 기존에 운전자 알선이 불가능한 자동차 대여사업자도 '11인승 이상 15인 이하' 승합차는 알선할 수 있게 됐다. 이 기준 차량을 소유한 쏘카가 2018년 10월 '데이터 기반 사람 연결' 모바일 플랫폼 개발업체 VCNC를 인수하고 곧바로 '타다'를 출시한 배경이다. 

쏘카는 계약을 맺고 VCNC에 '기사 포함 승합차 대여서비스'를 위탁했다. 그런데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2개월이 된 시점에 여객운수법 위반 혐의로 법인과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19일 1심에서 이재웅 대표와 VCNC 박재욱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상구 부장판사는 "'타다' 승합차는 택시가 아닌 렌터카"라고 판단했다. '타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말 그대로 '여행객'이 아닌데 여객운수를 금지하는 조항으로 처벌하는 건 모순이라는 해석이다. 

박 판사는 구체적으로 "'타다' 이용자의 편익을 위한 운전자 알선일 뿐"이라며 "'타다' 이용자는 호출로써 쏘카와의 승합차 임대차계약에 따른 초단기 렌트한 '타다' 승합차의 인도를 요구하는 지위에 있을 뿐 자동차운송계약에 따라 운송되는 여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박 판사는 나아가 '타다'를 설령 택시로 본다 해도 이 대표와 박 대표가 공모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했다. 그 이유로 "대중교통수단 소비자들 중 택시보다 비싼 요금도 지불하더라도 혼자라도 호출하는 이용자가 증가"하는 시대 변화를 꼽았다. 

박 판사는 '타다'를 "기술혁신으로 이동수단을 최적화하여 운휴차량 감소를 추구하는 모빌리티(mobility) 플랫폼"이라고 정의했다. 스타트 업계에서 '이동을 편리하게 만드는 각종 서비스'를 뜻하는 '모빌리티'가 법정 언어가 됐다.

박 판사는 또 여객운수법에서 규제하는 렌트는 "고전적인 이동수단의 오프라인에서의 사용관계"라고 덧붙였다. '오프라인 렌터카'가 아닌 '모바일 렌터카'를 처벌하면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다'는 형법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판결이다. 

◇ 文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까 
'타다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지난 7일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고민해주시면 고맙지만, 아니라면 빨리 공포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당초 예상과 달리 타다금지법 공포는 지난 10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17일 열리는 다음 국무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다는 점에서 해당 법안 재의요구(법안 거부)가 이뤄질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6일 오후 청와대 관계자는 "타다 금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선을 그은 까닭이다. 

결국 타다를 계속 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헌법소송이다. 

◇ 버텨야 헌법소원이 가능하다
법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박 판사 판결은 법을 새로 만들면 처벌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국회가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 렌트'를 최고 징역 2년이 가능한 처벌 대상으로 둔 이상 VCNC가 '베이직'을 운영을 계속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실제 박 대표는 지난 11일 " '베이직' 서비스는 한 달 후인 2020년 4월10일까지 운영하고 이후 무기한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발표했다.

남은 방법은 새로이 만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느냐를 따지는 헌법소송이다. 공권력 행사에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재판소에 소장을 제출할 수 있는 헌법소원은 '법 집행'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개정안 공포와 별개로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둔다는 국토부 방침을 따르면 '타다' 측의 헌법소원은 2021년 9월 이후에야 가능하다. 하지만 국토부가 타다 측에 '6시간 미만 11인승 승합차 렌트 서비스는 등록이 취소될 것'이라고 통보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잠정 서비스 중단을 선언한 '타다' 측이 적어도 이때까지 버텨야 하는 이유다. 

◇ 살리느냐 죽이느냐, 그 결정을 정부가?
'타다'가 참고할 수 있는 헌법소원 사례는 멀리 있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6년 10월 27일 7 대 2 의견으로 2015년 11월에 개정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조항에 위헌을 선고했다.

박근혜 정부는 기자 5명을 고용하지 않은 인터넷신문사는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으로 신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고용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4대 보험 가입 서류를 제출하라고 했다. 

기자 다섯은 되고 넷은 안 돼 이른바 '4인언론금지법'이다. 그해 기준 인터넷신문 6605개 사(社) 중 다수가 위기에 처했다. 1만 2000명이 넘는 '타다 베이직' 기사들도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된 것과 비슷하다. 두 사건 모두 쟁점은 '민간 영역 기업과 그 서비스를 국가가 사후적인 법령 개정으로 없앨 수 있나'다. 

4인언론금지법이 위헌이라고 본 헌재 다수의견은 '자유시장 이론'을 채택했다. 다수의견은 "인터넷신문이 거짓 보도나 부실한 보도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에 어긋나는 보도를 한다면 결국 독자로부터 외면받아 퇴출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아닌 시장이 생존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시장 논리는 타다를 법으로 금지한 사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택시를 탈지 타다를 탈지는 이용자가 결정할 것이고 수익성이 없다면 공급자가 알아서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나아가 헌재 다수의견은 ▲종이신문과 달리 인터넷신문을 달리 차별할 이유가 없다는 점 ▲인터넷신문이 특정 주제만 다룰 경우 인력이 적어도 된다는 점 ▲등록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언론사들은 규제 사각지대가 되는 점을 추가로 들었다.

이같은 법리 역시 타다금지법에 적용될 수 있다. ▲택시와 달리 '타다'를 규제할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 ▲타다가 고가임에도 안전을 선호하는 여성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다는 점 ▲규제 강화로 오히려 렌터카 사업이 음성화된다는 점은 얼마든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과거의 타다'와 '미래의 타다'는 다른가
시장에서 이미 자리 잡은 기업의 서비스를 정부가 입법으로 무력화하는 건 재산권을 침해하는 '소급효'라는 주장도 펼 수 있다. 소급효란 과거에 이미 완성된 법률관계를 나중에 만들어진 법령으로 뒤집는 걸 말한다.

헌재는 1989년 국회도서관 소속 공무원 신분을 국가보위입법회의도서관 공무원으로 바꾼 뒤 강제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법률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전두환 군사정권 당시 만들어진 '국가보위입법회의법' 부칙은 "이 법 시행 당시 국회도서관은 이 법에 의한 도서관으로 보며, 그 소속 공무원은 이 법에 의한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을 가진다"라고 정했는데 위헌이라는 것이다.

헌재는 당시 공무원의 신분보장은 헌법 원칙인데 나중에 만든 법률로 이 원칙을 어긴 건 소급효라고 봤다. '타다금지법' 역시 사후에 만들어진 법률로 과거부터 존재한 재산을 침해했다는 논리 전개가 가능하다. 

재산권은 '소급입법금지' 대상이다. 대한민국헌법 제13조 제2항이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밝힌 이유다.

국가가 개인을 처벌하는 형벌 조항에서 소급입법을 금지한 '형벌불소급'은 더 강한 보호를 받는다. 박 판사가 '타다'에 무죄를 선고한 것도 같은 이유다.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타다금지법 시행으로 과거에 법원이 처벌할 수 없다고 한 행위를 처벌하는 경우다. 범죄를 구성할 수 있는 시기와 구체적 등장인물은 다르겠지만 '타다가 운전기사를 알선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타다금지법은 '과거의 타다'가 아닌 '미래의 타다'를 벌하겠다는 것인데, 그때 과거와 미래는 사실상 같다. 형벌불소급이다. 

지난 2018년 11월 19일 이재웅 당시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본부장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혁신성장 경제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8년 11월 19일 이재웅 당시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본부장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혁신성장 경제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혁신성장 모순 밝힐 수 있나
실직한 '베이직 드라이버' 사이에서 헌법소원 움직임이 있느냐는 물음에 A씨는 "타다 드라이버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다"고 했다. 세 곳 용역업체와 프리랜서로 계약한 기사가 많아 구심점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일부 기사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아직 구체적 대응 방향은 나오지 않았다. 

쏘카나 VCNC 역시 대통령에게 타다금지법 거부권 행사를 요구할 뿐 법적대응을 시사하지는 않았다. 이들이 과연 국토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혁신기업이라고 자처한 이들 기업 또한 책임이 적지 않다. 용역업체를 통해 기사를 간접 고용한 사실은 '불법 파견'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을 뿐더러 혁신적이지도 않다. 이번 정부가 내건 혁신성장이 실은 모순이었다고 '타다'가 주장하려면 스스로를 혁신해야 하는 이유다. 그 시작은 용역업체로부터 사실상 해고된 '베이직 드라이버'를 '타다'가 나서서 고용하는 방법이 아닐까.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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