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최대 위기 맞은 ‘신천지’ 어디로… 강제해산 국민청원 '128만명’ 동의
[WIKI 프리즘] 최대 위기 맞은 ‘신천지’ 어디로… 강제해산 국민청원 '128만명’ 동의
  • 박성준 기자
  • 승인 2020.03.14 06:52
  • 수정 2020.03.14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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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방위 압박·내부 위기감 고조… “피해자” 주장이 화 키워
신천지는 어디로 갈 것인가...신천지 집회와 이만희 교주 [연합뉴스]

‘시련을 뚫고 살아남을 것인가, 해체될 것인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단이라는 끊임없는 비판에도 36년간 폭풍 성장세를 이어온 신천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의 진원으로 지목되며 존립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몰렸다.

1984년 3월 이만희 교주가 창립한 신천지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교세가 급성장했다.

2007년 4만여명이었던 신도는 7년만인 2014년 14만명을 찍었고, 이듬해 17만명에 올라선 데 이어 2018년에는 20만명, 작년에는 23만명을 넘었다.

이 단체는 35주년인 2019년 3월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신도 2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 예배를 했다.

올해도 대규모 기념식이 예고됐지만 지난달 18일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신도 사이에서 코로나 환자가 대량 발생하자 행사 자체를 취소했다.

신천지만의 독특한 예배, 은밀한 전도가 코로나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지며 여론은 급속히 악화했다.

신천지가 종교계 안팎의 거센 이단 시비에도 장기간 성장세를 유지한 배경에는 이만희 총회장을 중심으로 한 내부 결속력이 컸다.

신천지는 이 총회장을 정점으로 '7교육장'과 '12지파장', 총회 총무와 24개 부서장이 실무 권력을 분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장 일곱자리는 현재 교체를 이유로 비어있다. 여기에 주요 직책 경험이나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이들이 신천지 법인 이사로 포진했다.

신천지 내 고위직으로 분류되는 이들 가운데 이탈자가 나오고, 이 총회장 최측근이라던 김남희 전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대표가 2018년 탈퇴한 뒤 내부 폭로를 이어오긴 했으나 이를 신천지 전체의 위기로 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신천지가 과거처럼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법적 대응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비롯된 코로나 확산사태는 신천지 조직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어놓고 있다. 

'시설 폐쇄'를 알리는 경기도의 공고문이 붙어 있는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재 신천지는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직면해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행정조사에 착수해 신천지 신도와 시설정보 전체를 확보해 집중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간 데 이어 검찰과 경찰이 신천지를 상대로 각종 고발사건 수사에 나선 상태다.

서울시는 신천지가 세운 법인에 대한 최소 절차 밟으며 세무조사까지 예고했고, 다른 지자체나 정부 부처도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한 신천지 관련 단체 활동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에 나섰다.

신천지 내부적으로도 위기감은 증폭된 분위기다.

신천지에서는 정식 신도든 입교를 준비하는 교육생이든 스스로가 신천지라는 점이 외부에 '오픈'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이들 명단이 정부 손에 넘어간 상황에서 신분 노출을 우려한 이들 중 탈퇴자가 속속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신천지가 스스로 6만5천명 가량으로 밝힌 예비 신도 교육생 사이에서는 대규모 이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신천지는 국내 수백개 선교센터에서 주 4회, 3시간씩 교육생을 상대로 신천지식 교리 공부를 하며 집중 관리한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시설 폐쇄로 이런 접점이 사라지게 되면 예비 신도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싸늘한 여론은 신천지 해체라는 요구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신천지 강제해산' 청원에는 13일까지 약 128만명 이상이 동의를 나타냈다.

신천지는 2일 이 총회장이 뒤늦게 공개 기자회견을 열어 '큰절' 사죄를 구하기 전만 해도 '우리가 코로나 최대 피해자'라는 주장을 반복하며 조직을 향한 비난을 자초한 면이 크다는 지적 역시 크다.

신천지 집회 모습 [연합뉴스]

신천지는 이번 사태를 '마귀의 짓', '환난' 등으로 지칭하며 신도들의 동요를 막으려 애쓰지만, 교단 이미지 훼손과 총회장 신뢰 추락으로 이탈자 증가와 새로운 신도 영입 중단 혹은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욱이 주변에 자신이 신도임을 드러내지 않다가 코로나19 검진과 격리 조치 등을 계기로 신분이 노출되는 바람에 가족이나 직장 등지에서 탈퇴 종용을 받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시설 폐쇄와 집회 금지 명령 등도 어려움을 더한다.

정부 부처나 지자체는 교리의 이단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법률적 요건에 따라 종교법인 설립을 허가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당국의 법인 설립허가를 두고 마치 정부가 해당 종교를 공인한 것처럼 내세우는 신흥 종교단체가 적지 않았다. 따라서 서울시의 설립허가 취소 결정이 내려지면 신천지가 종교단체로서 누리는 행정절차 간소화나 세제 혜택 등이 끊기는 것은 물론 종단 위상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수사의 진행 경과에 따라 이만희 총회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에게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뿐만 아니라 사기, 횡령, 탈세 등의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도 있다.

이 총회장의 건강도 중대 변수다. 기자회견 당시 청력 이상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문제를 드러내진 않았으나 89세라는 고령에다가 이번 사태로 큰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에 신천지 신도들이 믿는 것으로 알려진 '영생'(永生)은 고사하고 몇 년 앞도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신천지의 핵심 교리는 심판의 날에 이만희 총회장의 육신이 재림 예수의 영(靈)과 결합하는 것을 비롯해 선택받은 성도(聖徒) 14만4천 명이 앞서 순교한 14만4천과 영육합일(靈肉合一)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 총회장은 재림 예수와의 합일이 약속돼 있을 뿐 아니라 요한계시록의 실상을 증거하고 예수 말씀을 대신하는 유일한 대언(代言)의 사자(使者)다. 따라서 적어도 교리상 신천지에 2인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도 드러난 후계자는 없는 상태다. 사실상 2인자로 꼽힌 전 부인 김남희 씨는 이 총회장과 갈라서 신천지의 비밀을 폭로하며 재산을 놓고 소송전을 벌인다. 인천 지역 마태지파장을 지낸 양아들이자 조카 이모 씨도 후계 다툼 과정에서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태에서 이 총회장한테 신변에 큰 이상이 생긴다면 교단은 지도력 공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핵심 교리를 수정할 수밖에 없어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5천억 원대로 알려진 재산과 지역별 경쟁체제로 운영되던 지파 조직도 신천지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소다. 급속 성장의 열쇠였던 권역별 분할 체제가 분열의 단초가 되고, 성장의 과실인 막대한 재산이 다툼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종교 전문가는 "예수와 석가모니는 말씀만 남겼기에 제자들이 전도와 포교에만 전념했다"면서 "신흥종교의 막대한 재산은 교단을 지키는 버팀목이 되기보다 분열과 내홍의 씨앗이 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해방 이후 탄생한 신흥종교나 이른바 이단성 종파들은 창교주 사망 이후 대부분 급격한 교세 몰락을 겪었다. 특히 창교주가 재림 예수, 미륵의 화신, 상제(上帝)의 현신 등의 메시아를 자처해 신격화한 경우에는 2세나 제자가 교단을 물려받는다고 해도 카리스마를 발휘하기가 어려워진다.

증산교 계열 최대 교파인 대순진리회는 최고지도자 박한경(박우당) 도전(都典)이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1996년 화천(化天·별세)하자 교단 운영권과 재산을 둘러싸고 법정 다툼에 이어 폭력 사태까지 빚었다.

박우당은 증산교 창시자 강일순(강증산)과 태극도 도주(道主) 조철제(조정산)의 법통을 이어받아 1969년 서울 중곡동에서 대순진리회를 창립했다. 강증산이 상제임을 유일하게 알아본 인물이 도주이고 도주의 진법을 유일하게 구현한 인물이 도전이어서 다른 신격화 대상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 도전이 종통 승계에 관해 어떤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사망하는 바람에 문제가 불거졌다. 박우당의 처남으로 명목상 종단 대표자였던 경석규 씨와 실제로 재산을 관리했다는 이유종 씨를 따르는 세력이 양분됐고 얼마 후 정대진·윤은도 씨 등 일부 지역 대표도 분열에 가세했다. 오랜 소송전 끝에 일부 소송 당사자는 사망했으며 2006년 12월 대법원은 "누구도 종단을 대표할 권한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현재 중곡동 본부도장과 여주 본부도장 계열이 별도로 운영 중이며 성주 방면은 대진상조회란 이름으로 분리 독립했다. 용화대미륵선도, 대순진리성도회, 천제단성회, 대미륵봉심회, 대순성도회 등도 대순진리회 분파로 알려졌다.

통일교는 1954년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란 이름으로 출발했다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이름을 바꿨다. 통일교에서는 예수가 인류의 영혼을 구원하러 왔다가 십자가에 못 박혔고, 하나님이 육체까지 구원하러 메시아를 다시 보냈는데 그가 바로 문선명 총재라고 본다.

통일교도 제자 그룹에서는 2인자가 없고 가족을 중시한다. 2012년 문 총재가 92세를 일기로 성화(聖和·별세)한 뒤로는 부인 한학자 총재가 교단을 이끌지만 슬하 7남 6녀 가운데 2008년 통일교 세계회장에 임명된 7남 문형진 씨가 2015년 5녀 문선진 씨에게 밀려나자 미국에서 지위 확인 소송을 내는 등 분란이 끊이지 않는다.

천부교(전도관), 영생교(승리제단) 등은 교주 혹은 창시자 사망 이후 뚜렷한 후계자 없이 교세가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일 기자회견 하는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통일교에서 문선명·한학자 부부를 참부모라고 신봉하듯이 천존회는 모행룡·박귀달 씨를 각각 천부(天父)와 천모(天母)로 받들어왔다.

천존회는 1979년 창립 이후 천도선법(天道仙法)이라는 독특한 수련법과 시한부 종말론 등으로 교세를 넓혀오다가 교주 부부와 주요 간부가 사기죄 등의 혐의로 200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종교계에서는 천존회 관련자들이 정심회, 선문화원 등의 천존회 유사 단체를 만들어 명맥을 잇는 것으로 본다.

신도 성폭행 등의 혐의로 10년간 복역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총재는 2018년 2월 출소 후 활동을 재개했다. 최근 충남 천안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줌바댄스 강사가 JMS 소속으로 추정되는 교회에서 예배를 본 것으로 나타나 시선을 끌었다. JMS는 정 총재 수감 이후로도 측근들을 중심으로 교세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MBC 사옥 주조정실에 난입해 방송 중단 사태를 빚은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는 성폭행 혐의로 2019년 대법원으로부터 16년 징역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며 딸 이수진 목사가 목회를 이끈다.

17살 유재열이 1965년 경기도 과천에서 창시해 화제를 모은 장막성전은 1975년 교주 구속과 함께 교세가 기울고 분열이 가속했다. 이만희 총회장도 장막성전을 나와 신천지를 창립했으며, 유재열은 1980년 기성 개신교단에 교회를 헌납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귀국해 사업가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휴거(携擧·공중 들림) 파문의 장본인인 다미선교회 이장림 목사는 사기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이듬해 출소해 '이답게'로 개명한 뒤 목회 활동을 재개했다. 2000년 저서 '요한계시록 강해'에서 "시한부 종말론이 잘못됐음을 뼈아프게 느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목사와 함께 휴거론을 주장한 다베라선교회 하방익 대표는 2000년 기자회견을 열어 "시한부 종말론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신흥종교는 생성·발전·쇠퇴·소멸 단계를 거치며 분파와 변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신천지도 장막성전에서 갈라져 나왔고 이미 새천지란 이름의 분파가 생겨났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교주의 사망이나 구속, 중대한 비리 증거 노출, 예언 불발 등의 중대 사태가 닥치면 신도의 대거 이탈과 내분 등이 뒤따르며 이 과정에서 1987년 오대양 집단자살 같은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내우외환에 휩싸인 신천지가 해산 위기를 맞는다 해도 신도들이 일제히 빠져나오거나 교단이 한순간에 몰락하는 일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예측도 만만치 않다. 교단 지도자들이 상황에 맞게 교리를 변개(變改)하며 존속을 꾀하기 때문이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교리를 바꾸면 신도들이 속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인지부조화 이론에 따라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는 쪽으로 신념 체계를 바꾸는 일이 많다"고 한다. 신천지를 나올 경우 그때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과 재산은 되돌릴 수 없는 매몰 비용이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희망을 끈을 놓지 않으려고 유사 단체에 매달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천지 신도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예상 시나리오는 이만희 총회장을 비롯한 14만4천 명이 구원과 영생을 얻는 날이 속히 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약속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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