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집단감염 우려에도 '봄축제 감행' 논란
놀이공원, 집단감염 우려에도 '봄축제 감행' 논란
  • 윤대헌 기자
  • 기사승인 2020-03-23 10:31:59
  • 최종수정 2020.03.23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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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등 놀이공원 이달부터 봄축제 개시
자체 안전 강화에도 방문객 완벽 방역엔 '역부족'

놀이공원이 또 다른 ‘코로나19 집단감염지’로 떠오를 것으로 우려돼 이에 따른 적절한 대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표적인 놀이공원인 에버랜드와 롯데월드, 서울랜드는 해마다 이맘때면 시즌 축제인 봄축제를 연다. 올해도 어김없이 축제를 진행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속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놀이공원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전개되고, 종교활동조차 제한받는 상황에서 일부에선 '돈벌이'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자리한 에버랜드.
경기도 용인에 자리한 에버랜드.

경기도 용인에 자리한 에버랜드는 26일~4월30일 '튤립축제'를 연다. 예년 같았으면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축제를 알리고 각종 이벤트를 통해 모객에 나서지만, "쉬쉬"하며 진행하는 상황이다.

자칫 축제 홍보를 통해 사람들이 대거 몰린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여론의 뭇매는 물론 뒷감당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보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축제가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에버랜드 홈페이지에는 '튤립축제'에 관한 상세한 안내가 고지돼 있고, 언론이 아니더라도 홍보 채널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놀이공원은 현재 방문자 수가 대폭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통상 축제가 시작되면 으레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게 마련이다.

에버랜드에서는 현재 자체 방역시스템을 총 동원해 안전을 강화하고 있지만 감염을 완벽하게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축제가 시작돼 사람들이 몰리면 한가했던 대기줄은 촘촘해지고, 어트랙션(놀이기구)에 탑승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앞·뒤·좌·우로 사람들과 코앞에서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제한된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이 함께 놀이기구를 이용하는 특성상 코로나19 감염에 있어 '안전 사각지대'가 될 수밖에 없다.

회사원 박모씨(29)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동안 집안에서만 생활하다 답답한 마음에 여자친구와 함께 지난 주말 에버랜드를 다녀왔다"며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이 줄었지만 대기줄에 서 있을 때나 놀이기구에 탑승했을 때는 사실 조금은 불안했다. 마스크를 벗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에버랜드 놀이기구 진행요원인 이진석씨(23, 가명)는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방문객 한 명 한명을 '감시'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는 23일 오전 10시 현재 코로나19 34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상태다.

롯데월드와 서울랜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롯데월드는 이달 중 '학교'를 콘셉트로 한 봄축제 '렛츠 플레이 스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곳 역시 축제 홍보는 엄두도 못 내 '전전긍긍'하고 있다.

롯데월드는 특히 실외는 물론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가 상당수에 달해 고객 안전에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롯데월드는 실내외에 놀이기구가 조성돼 있어 고객 안전에 더욱 대비하고 있다"며 "출입 전부터 입장객을 대상으로 체온을 측정하고, 철저한 직원 교육은 물론 놀이기구와 파크 곳곳을 수시로 소독하고 손소독제도 사방에 비치해 놨다"고 말했다.

서울랜드 역시 봄꽃을 주제로 4월까지 축제를 이어간다. 

서울랜드 관계자는 "봄축제는 해마다 진행해온 연중행사로,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축제를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라며 "다만, 축제 홍보를 최대한 자제하고, 방문객이 몰릴 것을 예상해 파크 내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놀이공원은 수많은 인원이 동시에 이용하는 대규모 집단시설이다. 자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이 뒤따른다. 무엇보다 확진자가 포함돼 있다면 동선은 물론 접촉자 파악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같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놀이공원 측에서 축제를 감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는 "재해 수준에 가까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놀이공원의 시즌 축제와 같은 대규모 축제는 이미 몇 개월 전부터 기획하고 준비한다"며 "그만큼 오랜 시간과 노력, 많은 돈이 투입되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라고 말했다.

누리꾼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뜨겁다. '놀이공원에 사람이 없어 대기시간 낭비 없이 편하게 놀다 왔다. 절호의 기회다"라는 의견이 올라오는가 하면 '국가 재난 상황에서 사람들이 몰리는 시설은 안전을 위해 임시 휴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등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놀이공원 연간회원권을 갖고 있다는 주부 김모씨(41)는 "올해 큰맘 먹고 연간회원권을 끊었는데, 나들이철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놀러 가지도 못하고 환불도 안되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현재까지 놀이공원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 하지만 안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국 지자체는 해마다 진행해오던 봄축제를 올해는 포기한 상태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지만, 지역민 보호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미국의 경우 대표적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도 당분간 휴장을 선언했다. 하루 매출액이 수십억원에 달해 장기간 휴장 시 엄청난 손해를 감내해야 하지만 고객 안전이 최우선인 까닭이다.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ydh@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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