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이 5년 만에 재건축 시장에 복귀하는 가운데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건설업계 시공능력 평가 1위 삼성물산이 5년 동안 어떤 준비력·경쟁력을 갖춰 돌아왔는지에 업계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장과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재건축사업장을 도시정비사업 복귀 무대로 정했다.
특히 삼성물산은 반포3주구에서 현장설명회 참석을 위한 보증금 10억원을 가장 먼저 납부했고, 신반포15차에서는 입찰 마감일(9일)보다 3일 앞서 입찰보증금 500억원을 선납부 하면서 강력한 수주 의지를 보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5년 만에 주택사업에 진출하는 삼성물산이 반포3주구ㆍ신반포15차 입찰 참여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이라며 “현장설명회 보증금 조기 납부와 입찰보증금 선납부를 통해 이런 의지가 표명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의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은 과거 강남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의 상징 그 자체였다. 한때 삼성물산이 도시정비 사업장 수주전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래미안 철수설도 나돌았지만, 삼성물산은 여전히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 6년 연속 1위를 마크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도시정비 사업장에서 멀어진 기간 동안에도 래미안의 브랜드 파워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삼성물산의 등장으로 경쟁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목표 달성 전망이 쉽지 않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귀환이 주목받다 보니 경쟁사들에서는 이를 견제하고자 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물산이 도시정비 사업장에서 멀어져 있었던 기간 동안 삼성물산 도시정비사업 부서의 인재의 경쟁사 이직이 적지 않았고, 수주현장에서의 실전 감각 역시 떨어져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경쟁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주택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멀어진 기간동안 삼성물산 내부 인재들이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 등 경쟁사로의 이직한 수가 적지 않았다”면서 “삼성물산이 수주 이후 사업장 관리를 잘 해낼 수 있는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이 큰 힘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도시정비사업장 시공사 결정의 주체는 각 사업장의 조합원들인데, 현재 서울 주요 재개발·재건축 조합 사이에서 래미안에 대한 브랜드 평가는 매우 좋은 편이다.
최근 신반포15차 김종일 조합장은 “삼성물산이 신반포15차에 입찰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는데, 뜻하지 않게 국내 1위 업체가 들어오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현재 코로나19의 여파로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지 못하고 있는 사업장에서도 삼성물산의 복귀는 자주 회자되는 분위기다. 올해 도시정비사업 최대어인 한남3구역 사업장에서도 삼성물산의 등판을 아쉬워하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남3구역 조합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현장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아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돼 아쉬워하는 조합원들이 많다”면서 “아무래도 재개발 조합은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는 아파트 브랜드를 원하게 되는데, 래미안 아파트가 시공될 경우 시세 차익은 보장되는 것이라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삼성물산의 도시정비사업 복귀는 업계 곳곳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물산의 이번 복귀를 두고 업계 내 지각 변동을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도시정비사업장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클린수주’가 더욱 강조되는 분위기”라며 “건설사의 홍보 문제가 지적되는 상황이라 향후 래미안의 브랜드 파워가 더욱 돋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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