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설비 문제냐"…서울반도체, 피폭 사고 축소 교육 논란
"이게 설비 문제냐"…서울반도체, 피폭 사고 축소 교육 논란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0.03.26 11:40
  • 수정 2020.03.2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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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방송 통해 "경미한 지적일 뿐 심각한 사례는 없어"
"피폭 직원이 센서에 종이 넣고 작업, 이해 되냐" 반문도
[사진=서울반도체]
[사진=서울반도체]

지난해 8월 서울반도체 용역업체 직원 7명이 방사선 피폭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해당 직원들이 반도체 결함검사용 엑스선(X-ray) 발생 장치의 작동 연동장치를 해제하면서 발생했다. 기기 내부로 방사선이 방출된 상태에서 직원들이 손을 넣어서 피폭된 것으로 전해졌다.

용역 직원 7명 중 2명은 이 사고로 손가락에서 홍반과 통증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이에 8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건 발생 원인과 치료 현황, 방사선 안전관리 사항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원안위는 서울반도체가 방사선 발생장치 취급 기술 기준을 어긴 점을 확인하고 과태료 1050만원을 부과했다. 이와 함께 방사선 발생 장치 사용 장소를 이동하고, 장치 수를 줄일 때 변경 신고를 하지 않는 등 원자력안전법 위반에 대해서도 과징금 3000만원 처분을 내렸다.

방사선은 생체 세포의 DNA나 소기관·효소 등을 파괴한다. 특히 DNA가 망가지면서 자연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회복이 원래 설계된대로 진행되지 않고 이상하게 재생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암이나 피부병같은 후유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하면 2세에도 기형 등의 이상 증세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정신적 고통으로 피폭 직원 중 한 명은 우울증까지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래도 회사 잘못이냐" 반성 없는 서울반도체 사내 방송

[서울반도체 홈페이지 내엔 피폭 사고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담은 기사는 한 개도 소개돼있지 않다. 원안위에서 추가 정밀검사 결과 협력사 2명 모두 정상 판정이 나왔고, 일부 뉴스가 오보라는 내용의 기사 1개만 올라와 있다. / 사진=서울반도체 홈페이지]
[서울반도체 홈페이지 내엔 피폭 사고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담은 기사가 한 개도 소개돼있지 않다. 원안위에서 추가 정밀검사 결과 협력사 2명 모두 정상 판정이 나왔고, 일부 뉴스가 오보라는 내용의 기사 1개만 올라와 있다. / 사진=서울반도체 홈페이지]

그러나 서울반도체는 과징금 처분을 받은 다음 달인 지난 1월14일 직원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했으며, 설비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한 내용의 사내 뉴스를 내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뉴스를 통해 사고에 대한 사죄보단 ▲사고 당시 사측 조치 방법 ▲ 고용노동부의 특별점검 결과 ▲설비 승인 과정 등에 문제가 없었다면서 회사측 입장을 직원들에게 이해시키려 했다.

먼저 회사는 8월2일 14시경 사고를 통보받고 즉시 조사에 협조했다고 했다. 피폭 직원들은 1차로 한도 병원에서 진료 받고 세부 검사를 위해 고대안산병원에서 추가 진료를 받았으나 이상은 없었다고 전했다. 자세한 검사를 위해 방사선 전문병원인 원자력 병원과 연계해 진료 받았고, 원자력 병원에선 사고 사실 확인 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4시간 만에 3차 상급 종합병원과 방사선 전문병원 및 원안위 통보가 완료됐다고 평가했다. 전사적 공지는 검사 당시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아 진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회사는 피폭 직원들이 번복된 진술을 펼쳐 조사가 장기화 됐다며 이들을 지탄하기도 했다. 특히 회사는 피폭자 중 한명인 A씨는 본인 외 작업자 2명도 잠금장치를 해지하고 업무를 진행했다고 했으나, 2명에게 확인한 결과 해지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는 점을 수상히 여겼다. 또 회사는 A씨가 설비 작동을 임의 해제하는 방법으로 펜뚜껑, 네임펜 뚜껑을 이용하면 된다고 했으나 실제로 재현해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울반도체는 해당 피폭 사건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회사는 에스아이세미콘의 비정상적인 작업을 수차례 지적해도 작업이 계속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개 홀이 막히면 안전장치가 정상 작동된 것으로 인식하고 X-Ray가 작동하는데, 에스아이세미콘 작업자가 안전장치에 종이 등을 넣고 테이프를 붙여 안전장치를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오히려 "이게 기계적인 문제점으로 판단되느냐"고 직원들에게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회사는 왜곡된 보도로 고용노동부의 특별점검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이로인해 5개월간 원자력안전위원회,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포함 6개 기관에서 112명이 회사를 방문해 정밀 실사를 받았다고 했다. 종합진단결과 260여가지 개선사항이 도출되긴 했으나 중요사항은 없었고 배관 흐름표시 등의 경미한 항목이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자극적인 가짜 뉴스로 회사 이미지가 깎이고 파급효과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심각한 방사선 피폭 확인…서울반도체 주장은 뻔뻔한 거짓"

[사진=반올림 홈페이지]
[사진=반올림 홈페이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은 이같은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고 했다. 반올림 관계자는 1차로 한도병원에 간 것은 2일 15시이고, 고대안산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그날 응급실로 갔다고 했다. 이후 3일 뒤인 5일 고대안산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진료를 받은 뒤 원자력 병원에 간 것은 16시 30분이었다고 털어놨다. 관계자는 "4시간 이내에 원안위 통보까지 완료했다는 거짓말을 버젓이 하고 있는 서울반도체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반올림은 서울반도체가 사내 뉴스를 통해 사내협력업체와 노동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해당 관계자는 "무분별한 외주화로 안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서울반도체와 같은 원청기업 규제가 필요하고, 방사선 피폭 위험이 있는 업무에 대해선 도급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대로 말하면 종이를 구겨넣고 테잎을 부착하기만 하면 위험한 방사선이 나와도 작업 가능한 종류의 허술하고 위험한 설비라는 뜻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서울반도체는 종합진단결과에서 중요 사항은 없었고 배관 흐름표시 등의 경미한 항목이 대부분이었다고 했지만, 사실은 '위험한 방사선 설비를 안전장치 없이 사용하여 심각한 방사선 피폭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 과정에서 신고 의무를 져버린 채 방사선 설비를 수출까지 했던 점이 드러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피폭 당사자에게선 장애가 나타나지 않지만 후손에겐 이상 유전 형질이 전달돼 장애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피해자 한 명은 금성 스트레스 반응과 우울증까지 겪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만큼, 노동부가 나서서 피폭 사고·암·유전장애의 위험성을 충분히 경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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