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한은행, 허위답변 모의했나 "그냥 짠 거예요" 우리들병원 대출 도운 직원 녹취록
[단독] 신한은행, 허위답변 모의했나 "그냥 짠 거예요" 우리들병원 대출 도운 직원 녹취록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04.02 09:53
  • 수정 2020.04.0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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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 12년 6월 이상호 전처 대출채무 인수
연대보증해제 조건으로 운영자금 20억 빌려
신한, 인수 날 신씨 계좌서 연체利 7억 빼가
신한 준법지원부, 금감원에 "정상 고지했다"
부지점장 양심 고백 "연체이자 고지 없었다"
은행 발판 판사된 담당 변호사는 '묵묵부답'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 전처 김모씨와 동업 관계였던 신모씨가 지난해 12월 11일 본인 소유 서울 강남구 루카빌딩에서 신한은행 고소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 전처 김수경씨와 동업 관계였던 신혜선씨가 지난해 12월 11일 본인 소유 서울 강남구 루카빌딩에서 신한은행 고소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2년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의 산업은행 1400억원 대출을 가능케 한 신한은행 연대보증 해제 과정 문제점을 살핀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허위 답변이 있었다는 담당 직원 고백이 나왔다. 당시 신한은행이 금감원에 제출한 법률자문 의견을 작성한 변호사는 이듬해 경력 법관으로 임용됐다.       

2일 <위키리크스한국>이 입수한 A4 용지 68쪽 분량의 녹취록(사진)에 따르면 신한은행 청담점 부지점장이던 박모씨와 이 원장과 동업관계인 신혜선씨는 2013년 7월 15일 만남을 가졌다. 

녹취록
2013년 7월 15일 신한은행 청담점 부지점장에서 퇴직한 박모씨와 이상호 우리들병원 원장과 신혜선씨 사이 대화를 녹취한 자료. 이날은 박씨가 검찰에 신혜선씨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진술서를 제출한 날이다. 박씨는 이 녹취록상 대화에서 이같은 진술이 사실이 아님을 고백했다.   

당시 신한은행에서 퇴직한 신분이던 박씨는 이 자리에서 신씨에게 "금융감독원에 민원이 들어와서 그냥 짠 거예요"라고 뒤늦게 양심 고백을 한다. 박씨가 말한 민원이란 신씨가 2013년 3월 8일 금감원에 "신한은행과 이상호 원장이 공모해 부당하게 채무를 인수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얘기한 걸 말한다. 은행이 채무 인수를 종용했다는 주장의 전말 시작은 이 원장 부부가 신씨에게 사업을 제안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신씨는 이 원장 부인 김수경씨가 '레스토랑 사업을 같이해보자'는 제안을 수락했다. 인테리어 비용을 제외한 사업자금 260억원은 신씨 본인이 소유한 서울 청담동 빌딩을 담보로 제공하면 김씨 명의로 신한은행에서 대출받는 방식으로 마련됐다. 이 원장은 신씨와 함께 연대보증인에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2012년 4월 이 원장 부부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시작됐다. 이 원장은 개인 자금 마련을 위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서 대출을 알아보던 차에 신한은행 연대보증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연대보증을 해제해달라는 이 원장 부부 요청에 신씨는 채무와 함께 사업권을 인수하기로 마음먹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이 김씨가 이자를 정상적으로 납부하지 않는다며 담보로 잡힌 건물이 경매로 넘어갈 수 있다고 알린 까닭이다. 신씨는 대신 이 원장에게 20억원을 6개월간 운영자금과 은행이자 명목으로 빌려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당시 신씨는 로마 바티칸과 제휴를 맺고 화장품 수입을 눈앞에 두던 시기였다. 

신한은행은 이같은 채무인수계약에 적극 관여했다. 이 원장이 마련해야 하는 20억원 중 15억원을 대출해주기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관련 직원들은 2017년 법원에서 사금융알선 혐의가 일부 유죄로 인정돼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신한은행 청담점이 15억원 대출을 실행한 날은 2012년 6월 21일이다. 여기에 5억원을 더한 20억원이 같은 날 신씨 계좌로 들어왔다. 이중 12억원은 신씨가 운영하는 신한은행 법인계좌에 입금됐는데 바로 7억 2400만원이 '연체이자' 명목으로 빠져나갔다. 신씨가 인수하기로 이해한 채무는 대출 잔금 234억 600만원이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인수 대상인 채무엔 연체이자 7억 2400만원도 포함된다는 명분으로 동일 금액을 빼갔다. 

신한은행이 내세운 근거는 2012년 6월 21일 신씨가 직접 청담점에 찾아와 체결했다는 채무인수약정서다. 신씨는 이 약정서 자체가 실체가 없다고 말한다. 신씨는 이틀 전인 19일 "20억원이 마련됐다"는 지점장 고모씨 말에 청담점에 들렀다. 하지만 말과 달리 대출이 실행되지 않았고 집에 가려하자 고씨가 "온 김에 서명만 하고 가라"고 해 따랐을 뿐이라는 게 신씨 주장이다. 신씨는 이점을 증명하기 위해 개인 기사 운행일지를 제시한다. 여기엔 19일과 달리 21일은 은행 방문 기록이 없다. 

신한은행은 신씨 민원이 사실인지 묻는 공문을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국 은행중소서민금융민원팀이 보내오자 2013년 4월 17일 은행 내부 준법지원부에 법률 자문했다. 당시 준법지원부 소속이던 김소연 변호사는 "2012년 6월 21일 신씨의 수신계좌에서 C/C(자동이체) 처리를 함으로써 법적인 상계처리를 한 바 있다"며 "C/C 처리 당일 신씨가 내점한 상태에서 상계처리 구두설명 및 영수증을 발행한 바 있다"고 결론 냈다. 

신한은행은 준법지원부 의견을 그대로 첨부한 답변서를 2013년 5월 24일 금감원에 제출했다. 금감원에서 해당 조사를 책임진 박광식 당시 민원팀장은 이 답변서를 근거로 그해 6월 20일 신씨에게 조사를 종결하겠다는 민원회신을 보냈다. 이 민원회신에서 박 팀장은 "귀하와 신한은행의 주장이 상충되는 상황에서는 신한은행의 업무처리가 부당하다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다만 예금을 임의로 인출하여 연체이자를 상계처리한 업무처리의 위법성 여부는 현재 수사 진행 중"이라며 규명 책임을 검찰에 미뤘다.

본지가 이번에 확보한 녹취록에 등장하는 박씨는 이같은 신한은행 준법지원부 자문이 '거짓말'이자 '시나리오'라고 2013년 7월 15일 뒤늦게 신씨에게 고백한다. 박씨가 신씨를 찾아온 이날은 금감원이 민원회신에서 언급한 검찰수사팀에 진술서를 제출한 날이다. 신씨는 검찰 진술서에서 신한은행 법률팀이 정한 방침에 따라 "2012년 6월 21일 당일 지점에서 고모 지점장, 김모 차장과 함께 신씨에게 채무인수약정서에 자필서명을 받고, 채무인수와 관련된 제반 설명을 하면서 이자납부영수증까지 전달하였습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씨가 검찰에 제출한 이 진술은 녹취록에 따르면 거짓이다. 신씨는 녹취록에서 "회장님(신씨 지칭) 키포인트는 7억 2400을 어쨌든 거짓말했어요"라며 "이상호한테 2억을 받아놓고 그거 갖고 이자를 탕감하지 않고"라고 털어놓는다. 박씨가 여기서 말하는 2억원은 이 원장이 2012년 5월 부인인 김씨가 이자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연대보증인인 본인이 피해를 볼까 봐 연체이자 납부 명목으로 예금계좌에 예치한 금액을 말한다. 박씨 발언은 신한은행은 김씨가 이자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2012년 4월 16일부터 연체이자를 계산했으면서 한 달 뒤에 연대보증인 계좌에 억대 금액이 들어왔는데도 납입 처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박씨는 신씨가 연체이자 납입에 동의했다는 신한은행 답변이 "그 사이(박씨가 퇴직한 시점)에 금융감독원에 민원이 들어와서 그냥 짠 거예요"라고 뒤늦게 확인해준다. 녹취록에서 박씨는 신씨가 이 원장 부부 채무를 인수할 때 연체이자도 납부해야 한다는 설명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런데도 신한은행 측 변호사가 시나리오에 의해 움직였다는 것이다. 

박씨는 신한은행 측 변호사 앞에서 "사실상 그 채무 인수 전, 신씨한테 (연체이자 인수 고지를) 조목조목은 안 했어요. 내가 안했어요"라고 털어놓자 "변호할 걸 찾아야 될 걸 아니에요. 우리 애들이 잘못 안 했다는 거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한은행 측 변호사는 "'나는 진짜 안 했습니다만 독촉장 두 번 온 걸로 아시리라 생각했습니다' 그걸로 그냥 우리는 나갑시다"라고 조언해줬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채무 인수 전인 2012년 4월과 5월 두 번에 걸쳐 연대보증인 신분인 신씨에게 김씨가 후취 이자를 납기에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사실을 통보했다. 신한은행 측 변호사 조언은 이 절차를 채무 인수 때 필요한 '연체이자 고지'로 갈음하자는 것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박씨는 시나리오에 따라 신한은행 측 변호사가 물으면 정해진 답에 따라 답했다. 박씨는 2012년 6월 21일 신씨가 청담점에 방문했다는 신한은행 답변을 뒷받침하는 문답도 이어졌다고 했다. 신한은행 변호사가 "21일 그럼 부지점장님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어디 계셨습니까"라고 묻자 박씨는 "어, 저는 제 기억에 그냥 (신씨가) 오는 걸 아마 인사는 드렸는지"라고 답했다. 이같은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신씨가 "21일 나하고 (만나지 않고) 전화했잖아"라고 말을 자르자 박씨는 "아니 시나리오에 의하면"이라고 정리해준다. 뒤늦게 이해한 신씨가 "나 안 봤는데 이제 봤는 걸로 했다 이거지"라고 재확인하자 박씨는 "그렇지. (...) 시나리오가 이러니까"라고 인정한다.

당시 신한은행 준법지원부 소속 변호사로 법률자문 의견을 냈던 김 변호사는 4월 현재 수원지법 평택지원 단독재판부 판사로 근무 중이다. 김 변호사는 신한은행 등에서 쌓은 전문성이 인정돼 2014년 12월 경력법관에 임용됐다. 본지는 담당 재판부 부속실을 통해 당시 사건 취재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 변호사 법률자문 의견을 토대로 금감원 민원 조사를 종결한 박 팀장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1년에 조사하는 사건이 1만 건이 넘는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박 팀장은 현재 금융거래 문제점을 살피는 금융투자검사국 검사3팀 선임으로 있다.

신한은행 준법지원부 관계자는 "신씨 문제는 민형사 재판과 금감원 민원조사로 어느 정도 사실관계가 확인이 된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본지는 청담점 금감원 답변과 박씨 진술이 다른 이유를 물었지만 이 질문 답변은 얻지 못했다. 신씨는 형사고소 말고도 채무인수약정서 체결이 원인무효라는 민사 재판을 청구했다가 취하한 바 있다.  

신씨는 사금융알선 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신한은행 직원이 위증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해 지난 2월 3차 조사를 받았다. 위증이 드러나면 신씨는 문제의 2012년 6월 21일 체결된 채무인수약정서가 위조됐다는 추가 고소장을 낼 계획이다. 신씨는 최근 2018년 서울동부지검 재직 시절 신한은행 채용비리를 수사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재판에 넘긴 주진우 전 검사를 선임했다. 사문서위조 혐의는 과거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이 불기소처분한 바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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