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활이냐 죽음이냐…갈림길에 선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기자수첩] 부활이냐 죽음이냐…갈림길에 선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0.04.29 14:30
  • 수정 2020.04.29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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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법사위·본회의 앞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자금 수혈 통해 혁신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호 사원인 안효조 케이뱅크 사업총괄본부장이 이달 말 퇴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퇴사 소식을 알리면서 "케이뱅크가 제대로 사업을 한 것은 출범 후 3개월뿐이었다"며 "각종 규제에 막혀 증자가 안되다 보니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시도조차 못했고, 기존 사업을 중단하고 포기하는 일이 이어지면서 견디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케이뱅크의 첫 시작은 화려했다. 2017년 4월 출범한 케이뱅크는 높은 대출 한도와 낮은 금리로 출시 2주 만에 가입자 20만 명을 돌파하며 성공적인 순항길에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신규 자금을 수혈하지 못해 자금이 바닥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해 4월부턴 대출 영업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출범 3년차를 맞이한 케이뱅크는 현재 여신 기능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지나치게 엄격한 대주주 적격성 기준에 자본 확충이 중단됐고, 결국 '식물 은행' 상태에 빠진 것이다.

당초 케이뱅크 주주들은 '인터넷은행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KT를 대주주로 올리고 이를 통해 약 59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충할 예정이었다. 자금만 순환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됐다. 더군다나 2018년 특별법까지 통과되면서 상황은 케이뱅크에게 더욱 희망적이었다. 하지만 얼마 후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등장했다. KT가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KT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기자 다른 주주들도 증자 참여를 꺼리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 위반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격 사유에서 제외하는 '인터넷은행특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부 의원이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라며 반발해 통과가 무산됐다. KT발목을 붙잡고 있는 동안 후발주자였던 카카오뱅크는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와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이 케이뱅크(5051억원)의 2배가 넘는 1조8255억 원을 기록했다. 가입자 수는 케이뱅크(120만 명)의 10배가 넘는 1154만 명을 보였다. 거의 독주하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이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배달앱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배민·요기요·배달통을 합치면 점유율이 100%에 육박한다. 그런 배민이 최근 광고료를 일방적으로 인상하고 중계 수수료를 산정하는 데 차별을 두고 있다는 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상공인들은 억울하면서도 배달앱 회사에 적극적인 항의가 어렵다는 분위기다. 한 피자집 대표는 "독과점의 전형적인 횡포"라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만약 카카오뱅크의 독주를 막지 못한다면 배달앱 시장과 비슷한 사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의 독주를 막을 방법은 자금력을 탄탄히 갖춘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이 뛰어들지 않는 이상, 경쟁사인 케이뱅크가 현재로선 거의 유일한 상태다. 그러나 케이뱅크는 KT로부터 자금 확충이 어렵고 각종 법 규제로 발목이 잡히고 있어 카카오뱅크의 질주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는 사례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다. 국회에서도 이같은 상황들을 인지하고 본회의에서 좌초시켰던 인터넷전문은행법을 지난 28일 다시 정무위원회에 통과시켰다.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새 시대를 불러온 케이뱅크가 이대로 무너질지, 화려한 부활을 통해 또 한 번 혁신을 보여줄지 29일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표결이라는 운명의 갈림길에 섰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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