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사망에 쉬쉬하는 삼표시멘트, 흠집 난 문종구 대표이사의 '책임 경영'
노동자 사망에 쉬쉬하는 삼표시멘트, 흠집 난 문종구 대표이사의 '책임 경영'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0.05.15 14:29
  • 수정 2020.05.1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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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노동자, 청소 작업 도중 기계에 목 끼여 숨져
회사 측 "사건 조사중인 만큼 답변드리기 힘들다"
[삼표시멘트 문종구 대표이사 / 사진=삼표시멘트] 

삼표시멘트에서 근무하던 60대 노동자가 재료 계량기계에 상체가 끼어 숨지는 사고를 당했다. 자사 노동자의 사망사고에도 불구하고 삼표시멘트 측은 "아직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문종구 대표이사가 그간 주장해온 '책임 경영'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고는 지난 13일 오전 강원 삼척시 사직동에 위치한 삼표시멘트 공장에서 발생했다. 김모 씨는 계량기 내 컨베이어 청소 작업을 실시하던 중, 계량기가 정상 작동하지 않자 머리를 넣고 확인하다가 기계가 정상작동 하면서 변을 당했다. 깜짝 놀란 동료는 곧장 119에 신고했고, 삼척소방서 구조대가 현장으로 긴급 출동해 A씨를 후송했으나 끝내 숨졌다. 

문제의 기계는 무연탄 대체 보조연료로 사용되는 폐비닐 등 합성수지를 시멘트 소성소로 보내는 컨베이어 벨트로 알려졌다. 삼척소방서 관계자는 "출동했을 당시 A씨는 기계에 끼어 있는 상태였다"며 "호흡과 맥박이 없었고, CPR 등 응급처치를 실시했으나 병원에서 사망을 선고받았다"고 말했다. 

삼표시멘트는 시멘트, 크링커, 석회석 등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1990년 12월 22일 설립됐으며 매출액은 2019년 12월 IFRS 기준 5954억8661만 원을 기록했다. 문종구 대표이사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문 대표는 현대건설을 거쳐 1988년 한라시멘트로 이직해 생산본부장, 공장장, 영업본부장, 부사장 등을 거쳤다.

문 대표는 그간 정직한 윤리 경영을 회사 모토로 내세워왔다. 이에 삼표시멘트는 "현장중심 책임경영제를 도입하고, 공정한 평가 등을 통해 조직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며 "그간 우리가 스스로 간과했던 취약했던 부분에 대해 윤리 기준을 마련하고 모든 임직원이 최고의 정직성과 성실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삼표시멘트는 회사 경영 목표와는 다르게 노동자의 사망 사건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다. 삼표시멘트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공식적인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을 두고 '김용균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김용균법은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해 유해 작업의 사내 도급을 원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시 1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표시멘트에는 '현장안전감사단'이 있다. 감사단은 현장의 안전을 모니터링하며 문제 발생을 사전 점검하고 책임경영에 앞장서기 위해 마련된 조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삼표시멘트는 허술한 현장 안전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문 대표의 책임 경영에 흠집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표시멘트 관계자는 "개인적인 의견으로 지금은 조사 중이고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모든 것은 결과가 발표된 뒤에 나오는 것이 사실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용균법에 저촉됐다는 사실이 결과로 나온다면 매를 맞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게 아닐 경우 회사는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느냐"고 덧붙였다. 해당 관계자는 이어 "문종구 대표이사도 아직 내부 직원들에게 전체 메시지 등 이번 사건에 대해 따로 입장을 전달하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외의 내용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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