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프리즘] '정신대' 협의회가 왜 '위안부' 이용수를 대변하나
[WIKI프리즘] '정신대' 협의회가 왜 '위안부' 이용수를 대변하나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05.25 20:30
  • 수정 2020.05.26 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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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 2차 기자회견를 기록하다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호텔인터불고 대구' 즐거운홀에서 열린 2차 기자회견에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들어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사진=윤여진 기자]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호텔인터불고 대구' 즐거운홀에서 열린 2차 기자회견에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들어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사진=윤여진 기자]

25일 두 번째 단상에 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사진) 할머니 말은 또렷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부정 의혹을 검찰이 밝혀낼 것이다. 두 곳에서 각각 상임대표와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비례대표국회의원 당선인의 진퇴는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다. 

그렇다면 이 할머니가 지난 7일에 이어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 오후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호텔인터불고 대구' 즐거운홀에서 열린 2차 기자회견에서 이 할머니는 '위안부'와 '정신대'를 각각 24번과 14번 입에 담았다. 휠체어에 몸을 맡겨야 했지만 마이크로 말을 옮기는 데는 무리가 없던 이 할머니는 "정신대대책협의회가 정신대 대책만 하지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를 '만두의 고명'으로 사용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가 "이것을 반드시 밝혀야겠다"며 기자회견을 다시 연 이유는 간명했다. 공장에 갔다온 '정신대 할머니'와 가미카제(神風·제2차 세계대전 때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자살 공격을 한 일본군 특공대) 부대에 끌려가 군홧발에 차인 '위안부 할머니'는 다르다. 

◇ 정신대와 위안부, 만두와 고명
만두는 뭐고, 고명은 또 뭔가. 이 할머니는 만두 위 고명을 걷어내려 30년 전 윤 당선인과의 첫 만남을 꺼내 들었다. 

"(19)92년도 6월 25일 신고할 적에 윤미향이는 (정대협) 간사였습니다. 간사한테 (신고)했습니다. 25일에 (신고)했는데 (당시 간사인 윤 당선인이) '29일에 모임이 있다' 오라고 해서 갔습니다. 어느 교회입디다. 그날따라 일본 어느 선생님이 정년퇴직하고 돈을 천엔인가 몇엔인가 줬다면서 백만원씩 나눠줬습니다. 그게 무슨 돈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때부터 모금하는 걸 저는 봤습니다. 왜 모금하는지 몰랐습니다. 따라댕기면서 모금하는데 (어느 날은) 농구선수들이 농구 하는 데(서) 기다렸어요. 그 농구선수가 모금하더라고요. 당연히 그런가 보다 했는데도 좀 부끄러웠습니다. (기다리다보니)좀 늦었는데, '배가 고픈데 조금 맛있는 거 사도(사달라)'고 했는데 (윤 당선인이) '돈 없습니다' 했습니다. 또 교회 가(서)도, 또 돈을 주면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데... 그래도, 모르고, 쭉 30년을..."

이 할머니가 묻는다. 

"그랬는데 무엇입니까. 정신대대책협의회입니다. 그러면 공장 갔다 온 할머니들로 (사업을) 해야 하는데, 빵으로 말하자면 공장 갔다 온 할머니들은 밀가루로 반죽해서 빚어놓고 그 속은 위안부입니다. 그걸 쭉 30년 해와도 저는 그걸 몰랐습니다. 그저께까지도 몰랐습니다. 어제저녁 가만 생각하니 왜 즈그(정대협)가 정신대 할머니캉 합해서 쭉 이용해..."

◇ 야스하라 도시꼬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신대를 검색하면 "태평양 전쟁 때 일제가 식민지 여성들을 강제로 동원하여 만든 무리"라고 나온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제국(일제)은 전시동원으로 남성 노동력이 부족했다. 남성을 대신해 일본과 조선의 군수공장으로 끌려간 여성이 정신대다. 위안부와 개념이 다르다. 이 사전은 위안부를 '주로 전쟁 때 남자들의 성욕 해결을 위하여 군대에 강제로 동원된 여자'라고 말한다. 

이 할머니는 정신대와 위안부가 다르다는 것을 '끌려간 기억'으로 입증하려 했다. 거기엔 터져나오는 울부짓음을 참아내는 살 떨림이 딸려있었다. 

"제가 간 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나이로 하면 16살, 만으로 하면 14살입니다. 그때 성을 갈지 않으면 배급을 안 줬습니다. '야스하라'라고 갈았습니다. 대만 신주(新竹), 가미카제 부대로 끌려가서도 장교가 가타카나로 써줘서 대화했습니다. 이 군인이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야스하라 도시꼬'라고..."

이 할머니는 자신에게 일본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 소개했다. 일본군 장교다. 정신대는 군수공장으로 끌려갈 뿐, 군인이 있는 부대로 이끌리지는 않았다. 할머니의 증언은 이어진다. 

"(일본군이) 끌고 가서 전기고문으로 이렇게 죽여놨습니다. 급하게 '들어가라'고 담요를 드는데 '안 들어간다꼬' 했는데 그냥 질질 끌고 가서 (위안소에) 자물쇠 큰 게 달렸는데, 그걸 열더니만 밀어 넣었습니다. 또 일으켜가지고 발로... 그건 돌덩이보다 더 (큰) 군홧발이었습니다. 허리를 발길로 차서 엎어졌는데 너무너무 배가 찢어지도록 아프고 죽도록 아파서 잘못한 거 없는데 '잘못했다 살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제가 '엄마'라고 크게 불렀는데 그게 귀에서 나는지 머리에서 나는지, 어린 나이에서부터 지금까지 납니다"

기자회견 주최 측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서 단상으로 이동하는 이용수 할머니. [사진=윤여진 기자]
기자회견 주최 측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서 단상으로 이동하는 이용수 할머니. [사진=윤여진 기자]

◇ 스러진 이용수, 사라진 증언
'소녀 이용수'가 울부짖어 내뱉던 "엄마"는 거꾸로 '할머니 이용수' 귀에 꽂힌다. 이 할머니는 이런 환청을 두고 "왜 그런지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 정신대대책협의회라면 이걸 밝혀줘야, 안 합니까"라며 공중에 반문했다. 

정대협은 이같은 이 할머니 증언을 어떻게 수집했을까. 만두 정신대를 돋보이게 꾸미는 고명 위안부에 불과한 게 아니라면, 그 증언은 적막한 공간에서 잡음 없는 육성으로 모여야 했다. 이 할머니가 기억하는 정대협의 증언 사업은 어땠을까. 

"한 번도 앉혀서 증언 한 번 받은 적 없습니다. 그냥 모였는데, 밥 먹는데 (윤 당선인이) '어디 갔다 왔습니까' (묻는데) 그걸 가지고 '체크'했습니다. (19)93년도부터 (증언이 수록된) 책을 놓고 6500원에 파는 걸 봤습니다. 그래도 그걸 몰랐습니다"

◇ 죄를 살리는 시간
이제는 윤미향, 정대협, 정의연의 시간이다. 정신대를 간판에 넣은 시민사회단체가 위안부 피해자를 모금사업 정면에 둔 이유는 무엇인가. 답하는 일이 일이 쉬워선 곤란하다. 윤 당선인이 이 할머니에게 스스로 말하는 "30년입니다"를 꼼꼼하게 돌이켜야 한다. 그것은 섭섭함의 이유를 찾는 작업이 아니다. 이 할머니가 꺼내는 단어는 그리 정제된 개념이 아니다. 배신당했다. 이용당했다. 협력과 우정이 아닌 사용과 도구의 문제다. 

30년 빚은 공이 잊힐까 걱정할 필요 없다. 검찰 수사로 회계 부정 여부가 드러나고, 재판에 넘겨지는 이들이 있어 유무죄가 가려지면 작금 '정의연 사태'는 끝이 난다. 아무리 길다 해도 3년을 넘지 않을 게다. 30년이 3년에 무너질까. 골짜기가 뿜어내는 자욱한 안개가 가라앉으면 봉우리는 드러나는 법이다. 지금은 배신을 복기하고, 죄를 살리는 시간이다. 

"죄는 지은 대로 가고 공은 한대로 갑니다. 꼭 이 죄를 물어서 죄를 살려야 합니다. 살린다고 제가 마음을 푸는 건 아닙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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