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미-중 코로나전쟁 속, 점점 멀어져가는 홍콩의 민주화 기적
[월드 투데이] 미-중 코로나전쟁 속, 점점 멀어져가는 홍콩의 민주화 기적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0.05.26 07:01
  • 수정 2020.05.26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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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구시보, “미국이 카드를 던지려고 한다면 중국도 굴하지 않고 이에 맞설 것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조슈야 웡 등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조슈야 웡 등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EPA=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두고 또 한 차례 일전을 불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홍콩의 보안법 실시를 두고 홍콩에서는 시위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CNN은 지난주말 홍콩의 시위 모습을 전하면서 보안법 강행 분위기와 맞물려 천안문사태와 홍콩 지배권 이양을 기념하는 날이 다가오면서 홍콩의 분위기가 심상치는 않지만 보안법을 밀어붙이려는 베이징 당국을 저지하기에는 홍콩 시민들이 역부족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한 달 정도 잠잠하던 홍콩 중심가 거리에 지난 9일 최루탄이 다시 등장했다. 예정된 홍콩 보안법 발효를 두고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기 때문이다.

일요일의 시위는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가 홍콩의 입법기관을 무시하고 홍콩 시민들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보안법(선동 금지법)의 전격적인 실시를 가결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찰의 허가를 받지 않은 시위를 초반에 진압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홍콩의 번화가인 코즈웨이 베이 쇼핑센터 인근에 몰려든 사람들은 전에 없는 엄청난 규모의 경찰력과 맞닥뜨렸고, 어떤 시위도 홍콩의 공공질서법과 코로나바이러스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위반한 행위라는 경고를 들어야했다.

홍콩 경찰은 작년에 강경진압 때문에 비난에 시달려야했으며, 최근에는 시위 사태를 조사했던 한 전직 정부 측 인사도 이 비난에 가세했다.

일요일의 시위에서는 비무장 평화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사용한 최루탄, 곤봉, 물대포뿐만 아니라 전광석화 같은 경찰의 작전이 눈길을 끌었다. 최루탄은 예정된 시위 시작 시간이 25분이 지나지 않아 발사되었다.

송환법을 반대하며 수십 명이 참가했던 작년의 불법 시위들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작년에는 일단 시위가 시작되면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몇 시간씩 대치 상황이 벌어지고 나서야 끝이 나곤했었다. 그 결과 홍콩 당국은 송환법 실시를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에는 수백만 명이 시위에 참가해서 홍콩의 색깔을 영원히 바꾸어놓았고, 그로 인해 정치적 갈등은 그 이후 더 커지기만 했다.

홍콩은 지금 또 한 번의 불안한 여름을 향해 돌진해가고 있다. 천안문사태와 홍콩 지배권 이양을 기념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년 초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시위를 일시 중지시켰다. 그러나 홍콩에서 코로나의 위험이 사그라들자 시민들은 거리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경찰은 더욱 전열을 가다듬고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당국은 불만을 초기에 잠재울 전의를 다지고 있는 듯하다.

희망을 향해

민주 진영의 전직 국회의원인 네이선 로는 보안법을 반대하는 글을 통해 홍콩 시민들이 ‘기적’을 만들어냈었다며 결코 낙담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힘이 미치지 못한다면 홍콩 시민들이 이 법안을 무력화시키기는 힘들어 보인다. 수요일에는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국가(國歌)를 모독하면 처벌할 수 있는 또 다른 법률에 대해 홍콩 국회의원들이 토의를 벌일 예정이다. 이 법안은 계속된 필리버스터링과 연기 전술 덕택으로 통과되는 데 3년이나 지체되었다. 시위대는 이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입법부 건물을 에워싸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보안법과 관련해서는 어떤 전술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보안법은 홍콩 입법기관이 아니라 중국 본토의 국회에서 토의되고 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주면 홍콩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시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홍콩의 친 중국 국회의원들과 기관들은 이 법안을 지지하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홍콩의 경찰청장도 월요일 새로운 법률은 ‘홍콩 독립 세력을 무찌르고 사회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홍콩의 반정부 세력들은 이처럼 별 뾰족한 대응수단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국제 사회가 베이징 당국을 압박해서 방침을 바꾸도록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보안법에 대한 국제적 반응은 매우 비판적이다. 24개 나라의 200명이 넘는 국회의원들과 정책입안자들이 공개서한에 서명을 하고, 보안법은 ‘홍콩의 자치와 법률에 의한 통치, 그리고 기본적 자유권에 대한 광범위한 침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또, 이번 달 말에는 미 의회가 홍콩에 무역 특혜를 지속적으로 부여하기 위해 홍콩이 중국 본토로부터 충분히 자치적인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예정된 보안법은 ‘필연적으로 이 심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으며, 다른 국회의원들은 베이징과 이 법안 제정에 책임 있는 홍콩 당국자들에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대만 시민들이 23일 타이베이 철도역에 모여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제정을 비난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대만 시민들이 23일 타이베이 철도역에 모여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제정을 비난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압박 움직임

역사적으로 중국은 국제적 압박이 잘 안 먹히는 나라였다. 사실 이번 보안법 파동은, 홍콩이 사악한 외부 세력에 의해 반정부 활동의 근거지가 되고 있다는 중국 당국의 편집증의 발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논리 때문에 외국 정부들에 의한 비난은 오히려 중국의 결의를 강화하거나, 소요 사태의 배후에는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자리하고 있다는 그간의 시각을 더욱 뒷받침할 뿐이다.

제재의 위협이나 국제적 비난은 근간의 역사에서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제재는 보통 민중들에게는 죽을 만큼 고통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생필품의 공급이 끊기고 경제가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제재가 목표로 하는 대상에게 피해를 주지는 못한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추구하면서 수십 년 동안 세계 최빈국의 처지와 경제적 타격을 감내해왔다. 그런가 하면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지만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탈취하는 일을 막지는 못했다. 중국은 이 두 나라보다 경제적·군사적으로 입지가 훨씬 더 공고하며, 미국의 위협에 맞서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서 동맹을 굳건히 지켜낼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다. 그러나 2년 동안 지루하게 끌고 있는 무역 전쟁을 통해 중국은 미국의 징벌적 수단과 맞서왔으며, 자생력을 키워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지난 금요일 사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중국이 최근 발표한 성명서는 베이징을 압박하려는 워싱턴의 전술에 대한 전략적 경멸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이 카드를 던지려고 한다면 중국도 굴하지 않고 이에 맞설 것이다.”

출구는 없는가?

보안법에 반대하는 홍콩의 시위는 적어도 현재로서는 계속될 듯하다. 다양한 시위 계획들이 준비되고 홍보되고 있다. 물론 경찰이 선제적 강경 진압을 경고하고 있어서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설지는 미지수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20년 이래 최초로 대중 집회가 금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안문사태의 기념식이 6월 4일 예정되어있다.

보안법이 일단 발효가 되고, 홍콩 정부의 잠재적 전복 가능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면, 그동안의 중국 반체제 인사들이 너무나도 익숙하게 경험한 것처럼, 냉각 효과가 찾아들 수 있다. 그리고 폭력을 동원했던 세력들이 더욱 급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홍콩의 독립을 외쳤기 때문에 체포될 위협에 놓인 분리주의자들이 강경노선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상해(傷害)의 위험과 체포와 투옥의 위협 때문에 작년의 시위에서 일부 시민들이 전열을 이탈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소요가 줄어들지는 않았었다. 그리고 보안법 실시로 시위가 중단될 것이라는 보장 또한 없다.

그러나 중국의 보안 기관들이 처음으로 홍콩에서 적용할 수 있는 보안법 때문에 많은 시위대들은 거리에 나설 기회조차 갖지 못할 수도 있다.

벌써 일부 반정부 인사들은 탈출을 이야기하고 있다. 홍콩을 벗어나는 일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더욱 힘들어 지기는 했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작년에는 폭동 교사 혐의로 수배를 받던 두 명의 민주인사들이 독일로 망명할 수 있었으며, 영국 정부를 향해서는 이전 식민지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벌써 시작되고 있다.

또, 지난 주말 동안 홍콩을 지지하는 동조 시위가 벌어졌던 대만은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목표처가 되고 있다. 대만 당국이 홍콩 탈출자들에 대한 합법적인 피난처가 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일요일 ‘선제적인 지원 조치와 홍콩 시민들에 대한 필요한 지원’을 약속했다.

한편, 지금과 비슷한 탈출 행렬이 1997년 홍콩의 지배권이 중국 당국에 넘어갔을 때도 일어났었다.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홍콩에 대한 불간섭과 자유 보장만이 떠난 사람들을 돌아올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 특별 행정 자치구에 대한 베이징 당국의 정서가 뒤틀려있는 한 그들은 귀국 결정에 영원히 의문을 가진 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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