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코로나와 넷플릭스 시대에 비디오 대여점 살아남기 전략
[월드 투데이] 코로나와 넷플릭스 시대에 비디오 대여점 살아남기 전략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0.05.27 06:53
  • 수정 2020.05.27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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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건 주 벤드에 위치한 ‘블록버스터(Blockbuster)’는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형 비디오 대여 체인점이다(인스타그램)
오리건 주 벤드에 위치한 ‘블록버스터(Blockbuster)’는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형 비디오 대여 체인점이다(인스타그램)

미국 오리건 주 벤드에 위치한 ‘블록버스터(Blockbuster)’는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형 비디오 대여 체인점이다. 이 대여점은 넷플릭스와의 경쟁과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불어 닥친 변화를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비디오 대여점이라는 잊혀져가는 시장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코로나 시대와 넷플릭스라는 공룡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과 맞서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올드 취향의 향수를 자극한다. 이와 관련하여 해외 매체에서 주목하고 있는 사연을 소개한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블록버스터 대여점은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험난한 파고와 다른 위협 요소들에 맞서면서 아직도 문을 열고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이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대세가 되어버린 시대에 마지막 블록버스터 대여점이 고객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나 홀로 지키고 있는 것이다.

변화하는 세상과 맞서야하는 어려움에서부터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글로벌 팬데믹을 헤쳐 나가야하는 험난한 환경에서 이 마지막 블록버스터 대여점은 여러 가지 암초들 속에서 도박을 벌이고 있다. 그래도 이 싸움은 당장은 승산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 대여점의 책임을 맡아온 샌디 하딩은 가게를 운영하는 일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라이프 스타일과 문화·예술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잡지 ‘바이스(vice.com)’에 따르면 이 대여점의 웹사이트에서는 현재 블록버스터 대여점만의 특색을 지닌 티셔츠와 후드티, 그리고 모자를 팔고 있으며, 오래된 멤버십 카드의 복제품을 팔기도 한다고 한다.

지역의 경쟁 DVD 판매업체를 이겨내고 20년을 버텨왔기 때문에 새로 출시되는 비디오로 매장을 채우는 일 자체가 험난한 투쟁이다. 고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을 제공하기 위해 하딩은 자신이 직접 비디오를 구매하러 다닌다.

“다음 주의 최대 작품은 ‘야성의 부름(Call of the Wild)’이 될 것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항상 DVD 30개, 블루 레이(BLU-RAY) 12~14개를 가져다놓습니다. 우리 지역 인근에 있는 소매점인 월마트나 타겟, 프레드 마이어에 들러 각 매장마다 5~10개씩 구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나타나면 매장들은 눈을 흘기면서 매대를 치워버립니다.”

대여점의 총 책임자 샌디 하딩은 자신이 ‘브록버스터의 어머니’ 같다는 생각을 한다(인스타그램)
대여점의 총 책임자 샌디 하딩은 자신이 ‘브록버스터의 어머니’ 같다는 생각을 한다(인스타그램)

마지막 블록버스터 대여점으로 살아남기

과거 한참 잘 나갈 때 블록버스터는 가정용 비디오 대여 시장의 왕자였다. 2004년 최대 실적을 기록할 때는 세계적으로 60,000명의 직원과 9,000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공략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59억 달러에 달하던 수익은 1억2000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세상이 넷플릭스와 같은 홈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으로 개편되면서 블록버스터 본사는 2010년 파산을 맞이했지만 독립적인 프랜차이즈 대여점들이 일부 살아남아서 고객들의 향수를 달래게 되었다. 그러나 2018년 7월에는 알라스카의 블록버스터 대여점이 문을 닫았고, 곧 이어 호주에 있던 마지막 대여점들마저 문을 닫았다. 이로써 오리건 주에만 마지막 대여점이 남게 된 것이다.

오리건 주의 블록버스터 대여점은 영화 ‘신데렐라 맨’에 나오는 러셀 크로우가 착용한 남성용 삼각팬티(jockstrap)를 자랑스럽게 보유하고 있다. 이 삼각팬티는 HBO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코미디언 존 올리버가 앵커리지의 블록버스터 대여점을 살려보겠다는 일념으로 7,000달러에 구매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결실을 보지 못했다.

역설적이게도 러셀 크로우의 삼각팬티는 하딩의 대여점에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유감스럽게도 코로나바이러스 발발 초창기에 고객들이 하루에 네다섯 명 정도밖에 안 들어올 때 모든 손님들이 한 곳으로만 몰렸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존 올리버의 수집품만을 보려고 하거나 신제품 코너에만 모여 들었던 겁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자 이 블록버스터 대여점은 드라이브 스루 대여 전략을 채택했다(인스타그램)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자 이 블록버스터 대여점은 드라이브 스루 대여 전략을 채택했다(인스타그램)

오리건 주 벤드에 있는 마지막 블록버스터 대여점의 코로나바이러스 생존전략

하딩은 코로나바이러스 발발 초기에 잠시 대여점의 문을 닫은 후 대안으로, 미국의 다른 사업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도로에서 직접 고객을 만나는 드라이브 스루 전략을 채택했다. 이 대여점은 실내 안전 조치를 점검하고, 가로에 면한 점포의 창문을 페인팅하기 위해 몇 일간 문을 닫았다가 다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저는 고객들 사이의 거리두기가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고객들은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하고 대여료를 지불한 후 방문하면 마스크와 장갑을 낀 점원들이 창문 너머로 영화를 넘겨준다. 또, 이 마지막 대여점은 DVD 케이스를 살균제로 열심히 닦은 후 비닐포장에 넣어 내어준다.

하루 10~15명뿐인 드라이브 스루 고객의 숫자는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의 숫자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해당하지만 하딩은 세상에 대한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녀는 영화를 직접 만져보면서 선택하길 선호하는 고객들의 외로운 후원자를 자처하고 있으며, 그 목표를 위해 어딘가를 찾아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만만치 않은 환경에 처해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수익 문제 때문에 고객들이 오도록 해야 하고, 돈을 쓰도록 만들어야하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제가 ‘블록버스터의 어머니’ 같은 감정을 느낍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일하는 점원들은 제 자식들과 같고, 고객들은 제 가족들이고 왕입니다. 이들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습니다. 마음이 두 갈래로 나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여점은 두 번째로 문을 닫았었지만 12명의 점원들 중 해고된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급료도 미루지 않았다. 잠시 문을 닫는 동안 점원들은 모두 달려들어 22,000개의 DVD 라벨을 새로 교체하는 일을 거들었으며, 하딩은 급여지급 대출(Paycheck Protection Loan)을 받을 수도 있었다.

하딩은, 매장을 말끔히 청소하고 마스크와 장갑으로 무장한 채, 드디어 가게의 문을 다시 열고, 매장 안으로 손님을 받아들였다. 열성 고객들 중 일부는 개인적으로 그녀의 노력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어떤 손님이 들어오더니, ‘다시 열어서 너무나 감사해요. 저는 넷플릭스를 클릭하는 하는 일이 너무 싫거든요.’라고 들려주었습니다.”

하딩은 이렇게 말했다.

용케도 오리건의 마지막 블록버스터 대여점의 혜택을 누리게 된 고객들로 말하자면, 비디오 목록을 고를 때 특정한 취향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는 해도, 대여되는 비디오들은 모든 장르를 망라한다. 결국, 오프라인 대여점으로 고객들을 유인하는 동력은 컴퓨터 알고리즘이 아니라 어떤 영화를 직접 고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로 귀착된다.

“처음에는 코로나 시대를 반영하듯 ‘아웃브레이크’나 ‘컨테이젼’ 등 전염병 영화가 주로 대여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훨씬 광범위한 선택들을 하고 있습니다.”

하딩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고객은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를 몽땅 빌리기도 하고, 다른 고객은 ‘사랑의 은하수(Somewhere in Time)’ 같은 고전을 대여하기도 합니다. 우리 가게의 장점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객들은 온라인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할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 오기만 하면 우리가 제공해드리니까요.”

하딩의 미래와 관련해서는 과거 사업이 잘 굴러갔던 시절의 그녀의 마음가짐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녀는 사업상의 이득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직원들의 건강 때문에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고 들려주었다. 그녀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말로 여겨진다. 아무튼 현재로서는 살아남기가 목표이다.

“우리는 여전히 구상 중이며, 전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겁니다.”

하딩은 이렇게 말했다.

“싸우지도 않고 물러서는 일을 없을 겁니다. 한동안은 줄기차게 싸울 것입니다.”

dtpchoi@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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