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유통 생활화학제품, 대부분 성분 '미공개'...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 '상존'"
"시중 유통 생활화학제품, 대부분 성분 '미공개'...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 '상존'"
  • 이호영 기자
  • 기사승인 2020-05-29 20:25:15
  • 최종수정 2020.05.29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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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키리크스한국]
[사진=위키리크스한국]

'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후 국내 시중 생활화학제품은 어느 정도 믿고 쓸 수 있게 됐을까.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전혀'다. 

시중 유통 제품 중 사용 성분이 공개된 생활화학제품은 단 5%에 그치고 있다. 안전 확인이 안 된 물질을 사용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참사에도 불구하고 기존 가습기 살균제 주요성분을 포함한 제품도 거의 '무방비' 유통되고 있다.

현행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은 사용량 기반 산업용 화학물질에 대한 사전안전관리 방안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소비자용도 사전안전관리 기능은 기대할 수 없는 상태다.  

화학제품 전성분 공개는 기업 기밀로 받아들여지면서 제품 독성정보 확보는 쉽게 진척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성분 공개·표시제를 통한 제품 화학성분 공개와 함께 적어도 글로벌 수준의 독성물질 정보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 유·위해 제품 관리 수준이 현재의 회수와 적발을 되풀이하는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29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장완익) 안전사회소위원회(위원장 이태흥) '흡입 노출위험 생활화학제품' 현황과 대책 공유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시중 생활화학제품 성분 물질 등을 살펴본 결과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발생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카페트 용도 제품을 기업 임의대로 가습기 제품으로 용도 변경하고 정확한 독성 정보 확보 없이 판매, 직접 인체 흡입 사용하도록 하면서 벌어졌던 것인 만큼 적어도 흡입 독성은 어느 정도 안전해졌는지 들여다본 것이다.  

1549명 사망자 포함, 이달 22일까지 피해구제 신청자만 6780명에 달하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후에도 여전히 시장엔 흡입독성 정보가 부족한 미확인 성분의 화학제품이 넘쳐난다. 유통 제품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환경부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 기준 전성분을 공개한 제품은 약 10%다.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국장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함유 성분을 확인할 수 있는 220개 분무기·스프레이형 흡입노출 위험 제품도 환경부고시 살생물물질 98종 가운데 최소 1종~최대 16종이 들어 있다.

양원호 대구가톨릭대 산업보건학과 교수가 밝힌 자료도 이같은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기존 가습기 살균제 주요성분이나 유사성분 9종(PHMG·PGH·CMIT·MIT, CMIT·MIT, DDAC·BKC·OIT·PHMB)의 흡입노출위험 제품만 1200개 가량이 판매되고 있다. 액체제형 770개, 트리거 제형 200개, 스프레이 제형 229개다. 

이들 제품을 취급하는 곳은 국내 기업 27개 포함, 35개사다. 9종 물질별로 MIT 2개사, CMIT·MIT 2개사, OIT 1개사, DDAC 1개사, PHMB 1개사, DDAC·PHMB 3개사, BKC 25개사다. 

거의 참사 방치 수준이라고 할 정도의 제품 유통 현실은 이보다 더 근본적으로 독성물질 정보 자체가 부족한 데 있다. 관리하려면 관리 기준이 되는 독성물질로 규정돼야 하지만 아예 독성물질로도 분류되지 않은 유해성을 알 수 없는 물질이 제품이 쓰이고 있는 것이다. 

독성물질 정보 현실은 환경부고시를 통해 살생물물질로 규정된 98종 유해성 정보도 18종에 대한 것뿐이다. 나머지 살생물물질 80종은 위해성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거나 사전 검토 없이 사용되고 있다.

정 국장이 제시한 해당 220개 제품만 봐도 제품내 함유 화학물질은 모두 466종이다. 이 가운데 흡입 안전값이 확인된 물질은 48종에 불과하다. 나머지 물질 418종은 흡입 안전값을 확인할 수 없다. 약 87% 비중이다. 220개 제품에 함유된 화학물질 466종은 흡입 안전값뿐만 아니라 경피·경구 안전값 모두 70~80% 수준 미확보 상태다. 

정부 안전기준 설정으로 봐도 엇비슷하다. 이들 제품이 함유한 466종 화학물질 중 안전기준이 설정된 화학물질이 32종으로 7% 수준이다. 정부 안전기준이 없는 물질이 434종으로 대부분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생산기업 성분별 노출 특성 분류, 화학물질(제품)이력제(환경부 추진 중), 독성정보센터 구축·운영, 범부처 차원 화학물질관리청 등이 제안되기도 했다. 

정 국장은 제품 물질 성분·함량 신고제 도입, 생활화학제품 성분 용도 표준화, 무엇보다 스프레이 제품 중 흡입독성자료가 없는 살생물물질 사용 금지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업체가 흡입독성자료 등을 제시하지 못하면 사용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환경부는 사전승인제를 도입, 살생물제 등 정보 구축에 나선 상태다. '화학제품안전법' 시행으로 사전승인제를 도입, 승인유예대상 기존살생물물질 741종을 지정, 고시한 상태다. 이 가운데 500종 정도 유해정보를 확보했다. 기본적으로는 '화학물질등록평가법'에 따라 위해우려제품을 관리하고 있다. 

이날 이 자리에는 양원호 대구가톨릭대 산업보건학과 교수,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국 국장, 이종현 EH R&C 소장, 한준욱 환경부 화학제품관리과 과장, 안종주 위원,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등이 모여 논의를 이어갔다. 

[위키리크스한국=이호영 기자] 

eesoar@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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