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의연 설립 '천주교 모금'도 개인계좌
[단독] 정의연 설립 '천주교 모금'도 개인계좌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06.05 10:41
  • 수정 2020.06.0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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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 명의는 '천주교정의구현' 당시 대표 권오광 신도
권씨 "내 이름만... 실제 관리는 장상수녀회 수녀가"
장상수녀회장은 정의연 초대 이사... 정의연 "확인 중"
지난해 7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월요미사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7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월요미사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가 공익법인 설립에 필요한 출연금을 후원받는 과정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대표 개인계좌가 사용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또 계좌 업무는 명의와 별개로 정의연 초대 이사가 회장으로 있는 수녀회에서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2월 17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천정연) 중심으로 천주교 개혁 세력이 참여한 '한일·일본군합의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천주교행동'(천주교행동)이 꾸려졌다. 한 달 전쯤인 그해 1월 12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주축으로 출범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전국행동)에서 단체명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실제 천주교행동과 전국행동에 참여한 천주교 세력은 겹친다. 두 단체엔 각각 9개, 7개 지역 교구 소속 정의평화위원회가 참여했다. 이중 광주대·인천·대전·부산·마산 교구 정의평화위는 두 곳 모두 참여했다. 천정연과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도 전부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전국행동이 공익법인 출연금을 모으기 위해 전용계좌를 개설했는데도 천주교행동이 별도 후원계좌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 계좌 명의는 당시 천정연 상임대표이던 권오광 당시 천주교행동 대표다. 전국행동은 김동희 당시 정대협 사무처장 명의 개인계좌로 '100만 출연자 모집' 캠페인을 진행했는데(지난달 19일자 본지 보도 [단독] '정의연 출자금' 정대협 간부 개인계좌로 모집), 이같은 문제가 반복된 것이다. 

앞서 정의연은 지난달 19일 "모금을 신속하게 진행하고자 김동희 당시 (정대협) 사무처장이 2016년 1월 15일 '김동희(정의기억재단)' 명의의 예금계좌를 개설했다"며 "(김동희 계좌) 모금 총액 8788만 7675원을 설립추진위원회 계좌로 이전해서 통합 관리하게 되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천주교 내부매체인 <가톨릭평화신문>에 따르면 천주교행동은 2016년 2월 1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면서 모금 계획을 밝힌다. 이 성명서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기도문과 강론 자료, 동영상을 전국 본당에 배포할 계획"이라며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해 '일본군 위안부 정의와 기억재단'(현 정의연) 모금에도 나서겠다"고 돼 있다. 실제 천주교행동이 기자회견 직후 발간한 강론집 '민족의 십자가, 우리의 어머니'(사진)에는 권 대표 개인 명의 국민은행 계좌(488401-01-***029)가 후원계좌로 안내됐다. 

천주교행동이 발간한 강연집 갈무리. 빨강 선은 본지 임의표시.
한일·일본군합의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천주교행동이 발간한 강론집 '민족의 십자가, 우리의 어머니 '갈무리. 빨강 선은 본지 임의표시.

지금은 천정연 상임대표직에서 물러난 평신도 권씨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개인계좌를 사용한 건 맞지만 그 관리는 '정의연과 관계한 수녀회'에서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권씨는 "돈 관리는 내가 직접 한 게 아니다. 이름만 내 이름으로 돼 있었다"며 "(돈 관리는) 장상수녀회 수녀가 관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천주교행동 내부 대표는 나였지만 장상수녀회 회장이 재단에 있어 관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전국행동에는 불참했지만 천주교행동에는 참가한 천주교 단체 중에는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가 있다. 정의연이 정대협과 통합하기 전 공익법인인 '정의기억재단' 초대 이사 18명에는 차진숙 당시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회장도 이름을 올렸다. 현재는 이 단체 사무국장인 유수진 수녀가 정의연 이사진에 속해 있다. 

결국 천주교행동에서 따로 개인계좌를 통해 별도 후원금을 모은 경위를 파악하려면 정의연 해명이 필요하다. 기부금이 1000만원 이상이면 서울시 또는 행정안전부에 기부금품 등록 절차를, 출연금이 2000만원 이상이면 국세청 공시가 있어야 하는데 두 절차는 모두 진행되지 않았다. 정의기억재단 출범 당시 계좌 관리 업무를 담당한 정의연 관계자는 "확인 후 연락하겠다"고 전했다.

권씨는 보도 이후 "전국행동에 참가한 천주교 단체들이 모여 천주교행동을 구성하기로 결정, 천주교 신자들을 위한 기도문과 강론자료집 작성 및 배포 등의 활동을 위해 단체 형편에 따라 분담금을 내기로 하고, 권오광 천정연 상임대표 명의로 통장을 만들기로 한 것"으로 "천주교행동 이름으로는 모금을 한 적이 없으며, 정의기억재단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정의기억재단설립추진위 모금계좌를 안내하였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처음 설명할 당시 '해당 계좌 모금액은 정의연 설립에 전부 쓰였다'고 해명한 것에서 달라진 것이다. 권씨는 "시간이 오래돼서 기억이 나지 않아 착각했다"고 말이 달라진 배경을 추가로 전했다. 결과적으로는 정의연 설립 활동을 천주교 내부적으로 지원하는 과정에서 개인 명의로 돈을 걷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 경우 역시 지자체와 행안부 기부금품법 등록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것이어서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 정의연 관계자 역시 보도 이후 "천주교행동의 활동을 위해 각 단체의 분담금을 모은 계좌"라며 "정의기억재단 추진을 위한 천주교 단체별, 수도회별, 본당별 모금은 각각 저희에게 직접 입금해주었다"고 알려왔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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