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한국씨티은행·SC제일은행, 외국은행인가 시중은행인가
[인사이드] 한국씨티은행·SC제일은행, 외국은행인가 시중은행인가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0.06.08 17:10
  • 수정 2020.06.08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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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SC제일은행, 소상공인 대출 실적 부진하다"
외국계 은행들, 경기침체 때마다 중소기업대출비율 낮춰
높은 순이자마진(NIM)으로 본사에 고배당 정책으로 논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외국계 은행도 '포용금융' 실천에 앞장서야"
한국씨티은행·SC제일은행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씨티은행·SC제일은행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날씨가 맑을 땐 우산을 억지로 줬는데 비가 오자 우산을 뺏으려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은 은행들의 대출 행태에 대해 이같이 자주 비유한다. 경기가 좋을 때는 은행이 나서서 중소기업에게 대출을 독려하더니 경기가 나빠지자 오는 대출 신청마저 막는다는 것이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경우 은행의 경기순응적인 행태를 이렇게 비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조금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와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대출 규모는 결코 줄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충격이 이어진 올해 1분기 은행 기업대출 증가액은 51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요청에 은행들이 저금리 대출과 원금 상환 유예 등의 정책을 내놓은 탓이다. 코로나19 위기가 더욱 장기화되면 대출이 부실화될 위험이 높지만 코로나19 극복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금융권은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렇게 코로나19 위기 속 금융지원이 속속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외국계 시중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이 최근 뭇매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실적이 좋지 못하고, 금융당국의 협조 요청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과 대구은행은 지난달 18일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2차 금융지원 대출을 받고 있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심사가 시작돼 29일까지 실제 집행된 2차 대출 승인액은 모두 약 8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외 지방은행도 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대출 접수를 시작한다.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이번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 대출 시행에 참여하지 않았다. 소상공인들이 대출을 목적으로 외국계 은행에 방문하는 경우가 드물고 국내 은행과 경영 방침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들은 1차 소상공인 초저금리 이차보전 대출(이하 이차보전 대출) 당시에도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금융당국이 대출한도를 대폭 줄였다. 이차보전 대출은 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연 1.5% 초저금리로 최대 3천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문제는 그만큼 줄어든 대출한도가 국내 시중은행에 고스란히 배정됐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씨티은행에 할당한 이차보전 지원액을 기존 25억원에서 3억원으로, SC제일은행은 33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췄다. 줄어든 50억원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에 10억원씩 재배정했다. 금융당국의 기조를 충실히 이행하는 은행은 되려 부담이 커지고, 따르지 않는 은행은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전통적으로 외국계 은행은 국내 은행에 비해 중소기업대출비율이 낮고, 총자산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낮은 편이다. 외국계 은행의 수익원은 대출보다 순이자마진(NIM)인데 이들은 경기침체 등으로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 중소기업대출비율을 낮췄다. 경제학 연구분석 결과에 따르면 경기가 침체돼 대출여건이 악화되면 외국계 은행들은 신속하게 중소기업 대출 회수에 주력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기업 대출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시중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최근 5년 이내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BIS 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로, 은행의 자본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금융감독원은 8일 국내은행과 은행지주 3월말 BIS 비율이 각각 14.72%, 13.40%로 2019년 12월말 대비 각각 0.54%포인트, 0.14%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국내은행 BIS비율은 지난해 말까지 15%대를 유지하다가 3월말 14.72%로 3년3개월만에 14%대로 하락했다. 국내 시중은행의 경우 KB국민은행이 BIS총자본비율 15.01%(1·4분기말 기준)로 전분기대비 0.84% 포인트 떨어져 하락폭이 가장 높았다. 외국계은행도 씨티은행이 18.44%로 1.12%포인트, SC제일은행이 15.41%로 1.47%포인트 하락했다. 

BIS 비율 하락에는 미수금, 유가증권 등 위험가중자산 증가가 한목했다. 6개 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은 작년말 대비 석달 만에 44조 이상 늘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증가 규모(약 31조원)를 웃도는 수치다. KB국민은행이 한 분기 사이 14조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고, 그 뒤를 신한(8조9000억원), 우리(8조4000억원), 하나(7조6000억원)가 이었다. 반면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은 3조5000억원, 2조4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의 BIS 비율은 18.4%로 업계 최고 수준인 반면, 우리은행은 14.8%로 낮은 편이다.

은행권에서는 외국계 은행이 코로나19 지원보다는 수익성 추구로 높은 배당 규모를 유지할 것이라 바라보고 있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국내에서 번 수익의 상당 부분을 배당으로 본사에 보낸다. 2018년~2019년까지 배당 규모는 씨티은행이 9994억원, SC제일은행은 7670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외국계 금융사들의 저조한 포용금융 활동 참여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4월 5일 외국계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금융감독·검사 방향 설명회를 개최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기조연설에서 “금융포용과 책임혁신의 관점에서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건강한 새 바람을 불어넣어달라”고 당부했다. 윤 원장은 이어 "금융포용을 충실히 이행해야 금융이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라며 ‘포용금융’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외국계 은행의 특성상 국내 시중은행만큼 포용금융을 실천하기 힘들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계 은행들은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라며 “카드사들이 긴급재난지원금 마케팅 자제령 하나에도 불이익이 갈까 벌벌 떠는데 환경이 정말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계 은행권에서는 우리 정부의 금융업 규제가 강력해 상황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는 최근 미국이 '아시아 금융허브'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서울과 부산이 그 자리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 외국계 금융사들은 이미 몇년 전부터 한국 사업을 철수했고, 남아있는 곳 마저 사업과 인력을 대거 축소하고 있다"라며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 등을 계기로 자본 엑소더스(사람과 자금이 빠져나가는 일)가 확산되면서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라고 밝혔다.

한편 코로나19에도 불구, SC제일은행은 1분기 938억원의 연결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동기보다 2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9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4% 늘었다. 한국씨티은행은 1분기 당기순이익이 59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하락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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