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운명의 날'.. 삼성그룹 "중첩된 위기 맞은 삼성, 도약할 수 있게 도와달라" 호소 (종합)
이재용 부회장 '운명의 날'.. 삼성그룹 "중첩된 위기 맞은 삼성, 도약할 수 있게 도와달라" 호소 (종합)
  • 정예린 기자
  • 승인 2020.06.08 06:02
  • 수정 2020.06.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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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출처=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출처=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 실질심사)을 받는다. 지난 2018년 2월 5일 '국정농단' 관련, 뇌물제공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된 지 854일 만에 다시 구속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미중 무역갈등, 한일 갈등 등 대외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총수 부재'로 각종 사업·투자 등 경영이 사실상 멈출 것이라는 우려가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고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계열사 합병·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 이 부회장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 같은 검찰 판단을 정면 반박하며 구속 사유가 없다고 적극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수사 과정에서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와 관련해서 금융당국과 법원에서도 판단이 엇갈렸던 만큼 검찰이 제기한 혐의가 성립되지 않으며, 절차상 위법이 없다는 게 삼성 측 입장이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총수로서 도주할 우려가 없고 주거지가 일정하므로 구속 사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은 검찰이 지난 4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후 최근 사흘 연속(5일∼7일) 입장문을 내며 경영권 승계가 불법이라는 의혹을 적극 방어하는 총력전을 폈다.

 

7일 삼성은 ‘언론인 여러분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지난 5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알려지면서부터 사흘 연속 "불법은 없었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며 이 부회장에 대한 부정확한 의혹에 정면 반박하고 있다.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삼성은 “검찰은 장기간에 걸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에 대해 수사했고, 적법 절차에 근거한 검찰 수사 심의 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 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해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검찰의 영장 청구가 부당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이 자칫 검찰과 대립각을 세운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전 임직원이 성실히 조사에 임하는 등 적극적으로 검찰 수사에 협조해 왔음에도 정작 돌아온 것은 구속영장 뿐인 상황에서 더 이상 벼랑 끝으로 내몰리기만 할 수는 없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법조계에서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형사소송법 제70조에 따르면 구속의 사유는 ▲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거나 ▲도주의 염려가 있는 경우가 언급돼 있다. 이 부회장은 이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데 수사 막바지에 다다른 검찰이 최후의 수단으로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게 지난해 5월과 7월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두 차례 다 기각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주요 범죄의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가 수집돼 있으며,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계에서도 “무리한 수사에 무리한 영장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며 “자존심이 상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오기를 부린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도주의 우려도 없는 이 부회장에 대해 굳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된다 해도 삼성과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계속된다. 

2016년 첫 소환 조사 이후 삼성은 햇수로 5년째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관련 수사만 벌써 1년 8개월째 진행되고 있다. 50여 차례의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회 소환 조사 등 강도 높은 수사가 계속돼 왔다. 

그 사이 국내외 경영 환경은 급변했고 기업들은 잇따라 최고 경영권자(총수)를 중심으로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사법 리스크에 갇혀 1년여의 총수 공백을 경험하는가 하면 경영 위기 대응이 아닌 사법 리스크 위기 대응으로 정상적인 기업 운영조차 힘든 실정이다.

삼성이 법정 공방에 집중하는 사이 경쟁사들은 공격적인 투자와 M&A(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미래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위기의식을 느낀 글로벌 유력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지난달 말 영국의 화물 운송 스타트업 ‘비컨’에 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애플은 지난 4월 초 일주일 만에 3건의 스타트업 인수를 잇달아 발표했다. 가상현실(VR) 관련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공 업체 ‘넥스트VR’, 음성명령 기술 업체 ‘보이시스’, 머신러닝 날씨 예보 앱 개발업체 ‘다크스카이’ 등 미래 먹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달 통신 소프트웨어 업체 ‘메타스위치 네트워크’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국내에서 이 같은 글로벌 IT 업체들과 유일하게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 미국의 자동차 전자장비업체 하만(Harman) 인수 이후 4년 가까이 이렇다 할 대규모 M&A를 통한 사업영역 확장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 부회장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만남을 갖고, 코로나19 사태 중에도 중국 출장길에 올라 현지 고위 당국자들을 접견하는 등 ‘뉴삼성’ 가속화를 위한 잇따른 공격적인 현장경영 행보를 보이며 4년 만에 새로운 M&A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모든 게 ‘올스톱’되면서 관련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2 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2 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아울러 한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이 다시 심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의 효자 사업으로 여겨지는 반도체조차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 2일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 재개와 일본 전범기업 자산에 대한 현금화 조치 실시를 선언한 데에 일본 정부가 “추가 보복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며 보복 대응을 시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은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3개 품목을 수출 규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후 국내 기업들은 일본 소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입선을 다변화하거나 국산화 노력을 진행하며 맞대응해왔다.

그러나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초고순도 불화수소는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높고, EUV용 포토레지스트도 아직 일본 수입이 대부분이라는 게 반도체 업계의 설명이다. 일본이 만약 규제 대상을 다른 반도체 등의 핵심 소재로 확대할 경우 제품 생산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일 갈등이 재점화하며 최근 투자 행보까지 타격을 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평택캠퍼스의 EUV 파운드리 생산라인, 이달 초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투자 계획을 밝히며 ‘반도체 비전 2030’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일 갈등이 다시 불거지자 삼성전자도 내부적으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총수의 부재가 다시 재현된다면 실적은 물론 사업 계획 전반에 직격탄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삼성이 위기”라고 강조하며 “장기간에 걸친 검찰 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돼 있고,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심화되고 있다”며 경영 정상화를 호소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구속은 우리 경제에 악재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지만 코로나19 사태 중에 삼성이 보인 역할과 기여를 감안하면 이는 국민 여론에도 어긋나는 결정”이라며 "도대체 언제까지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어야 하나"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부회장을 비롯한 최지성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는 오는 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이뤄진다. 

재계에서는 미중 무역분쟁, 일본과의 외교 갈등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사법 리스크까지 더해져 삼성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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